서 론
조류는 번식기 동안 활발한 발성 활동을 나타내며, 이러한 울음소리는 종의 출현 여부뿐 아니라 번식 활동, 행동 특성 및 계절적 활동 시기를 반영하는 중요한 생태학적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Blumstein et al., 2011;Singer et al., 2026). 특히 발성 자료는 조류의 시간적·공간적 활동 특성을 이해하고, 종 간 활동 시기와 서식지 이용 양상의 차이를 정량적으로 비교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Shonfield and Bayne, 2017;Furnas and Callas, 2015;Hutschenreiter et al., 2024). 최근 자동녹음장비의 발전과 함께 생물음향 모니터링(passive acoustic monitoring, PAM)은 조류 생태 연구에서 활용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Sugai et al., 2019;Hoefer et al., 2023). 자동녹음장비를 이용한 생물음향 조사는 조사자의 직접 관찰에 의존하는 기존 현장조사와 달리 동일한 조사 프로토콜에 기반한 장기간의 동시다발적 자료 수집이 가능하며(Szymański et al., 2021;Melo et al., 2021), 여러 종의 발성 활동을 동시에 기록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생물음향 자료는 종다양성 평가, 발성 활동 분석 및 조류 군집 연구 등 다양한 생태 연구에 활용되고 있으며(Burivalova et al., 2019), 광역 규모의 생태계 모니터링 및 생물다양성 평가에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Sugai et al., 2019;Hoefer et al., 2023).
조류의 도래 시기(arrival phenology), 일주기 발성 활동 (diel vocal activity) 및 공간 분포(spatial distribution)는 종별 활동 특성과 서식지 이용 양상을 이해하기 위한 주요 생태학적 분석 요소이다(Linares et al., 2022;Kasten et al., 2012). 최근에는 자동녹음장비를 이용하여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수집된 음향자료를 기반으로 종별 활동 패턴을 비교하는 연구가 증가하고 있으며(Shonfield and Bayne, 2017;Darras et al., 2019), 이를 통해 계절적 활동 변화와 공간적 분포 특성을 광역 규모에서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Buxton et al., 2016; Ross et al., 2023). 또한 표준화된 조사 체계에 기반한 생물음향 자료는 종별 발성 활동의 계절적 진행 양상을 정량적으로 비교하는 데 활용될 수 있으며, 최근에는 계절적 발성 활동 패턴을 정량화하고(Singer et al., 2026), 누적 함수를 활용하여 발성 활동의 계절적 특성을 평가하는 접근도 제시되고 있다(Clapp et al., 2026). 이러한 접근은 여러 종의 시간적·공간적 활동 특성을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하고, 종 간 생태적 지위 분화의 가능성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본 연구의 대상인 두견이과(Cuculidae) 조류 5종은 모두 탁란성 조류로, 번식 성공이 숙주종의 분포와 번식 시기에 크게 의존하는 생태적 특성을 가진다(Davies, 2010;Krüger and Davies, 2002).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숙주종의 분포와 서식환경은 두견이과 조류의 출현 양상과 활동 패턴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두견이과 조류는 번식기 동안 종 특이적인 발성 패턴을 나타내며, 이러한 울음소리는 음향자료를 이용한 종 동정을 가능하게 한다(Catchpole and Slater, 2003;Sugai et al., 2019). 이러한 생태적 특성은 두견이과 조류의 종 간 행동적 차이와 생태적 분화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배경이 된다. 실제로 기존 연구에서는 숙주 이용 특성, 발성 활동 및 종 간 생태적 차이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수행되었으며(Krüger and Davies, 2002;Wang et al., 2020;Mei et al., 2022), 최근에는 동소적으로 출현하는 두견이과 조류 간의 음향적 지위 분화(acoustic niche partitioning)를 분석한 생물음향 기반 연구도 수행되었다(Mei et al., 2024). 생태적 지위 이론에 따르면, 동소적으로 출현하는 종들은 시간적·공간적 자원 이용에서 차이를 나타낼 수 있으며(Hutchinson, 1957;Chase and Leibold, 2009), 발성 시간대의 차이 역시 음향적 간섭을 줄이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Farina and James, 2016). 따라서 동소적으로 출현하는 두견이과 조류의 도래 시기, 발성 활동 및 공간 분포를 통합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종 간 시간적·공간적 활동 지위의 차이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국내에서도 최근 두견이과 조류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생태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기존 연구에서는 공간 분포 특성(Lee et al., 2014), 숙주 특이성(Lee and Yoo, 2004;Lee et al., 2021), 매형 의태(hawk mimicry) 특성(Go et al., 2021), 발성 구조 및 종 인식(Jung et al., 2014;Kim et al., 2017), 암컷 색채 다형성(Lee et al., 2019), 서식지 선택(Yun et al., 2020) 등 다양한 생태적 주제가 다루어져 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연구는 특정 종을 중심으로 수행되었거나 제한된 지역에서의 현장조사에 기반하고 있어, 여러 두견이과 종의 생태적 특성을 동일한 조사 체계 내에서 비교·분석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동일한 조사 프로토콜을 적용한 생물음향 모니터링 자료를 이용하여 여러 두견이과 종의 도래 시기, 발성 활동 및 공간 분포를 광역 규모에서 동시에 비교한 연구는 드물다. 이러한 비교 연구는 동소적으로 출현하는 두견이과 조류의 시간적·공간적 활동 특성과 종 간 차이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Mei et al., 2024). 따라서 전국 규모의 표준화된 생물음향 자료를 활용하여 여러 두견이과 종의 생태적 특성을 통합적으로 비교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본 연구는 전국 32개 조사 지점에서 수집된 표준화된 생물음향 모니터링 자료를 활용하여 국내 두견이과 조류 5종의 시간적·공간적 활동 특성을 비교·분석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종별 도래 시기를 비교하고, 누적 발성 활동을 기반으로 계절적 발성 활동 특성을 정량화하였으며, 주·야간 발성 활동 패턴과 공간 분포 및 고도에 따른 발성 빈도의 변화를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국내 두견이과 조류의 종별 활동 특성과 차이를 정량적으로 제시하고, 향후 시간적·공간적 활동 지위 및 공존 양상에 관한 연구를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하였다.
연구방법
1. 연구대상지
본 연구의 대상지는 전국의 보호지역을 포함하여 총 32개소로 선정되었다(Figure 1;Table 1). 대상지는 설악산, 오대산, 지리산 등 백두대간을 따라 분포한 산지 산림부터 태안과 고창의 저지대 람사르습지, 제주도의 상록활엽수림과 고지 습원까지 다양한 지리적·환경적 특성을 포함하였다. 특히 국립공원(22개소), 람사르습지(5개소), 지방공원(1개소) 및 비보호지역(4개소) 등 보호지역 유형과 지정 여부가 서로 다른 조사 지점을 포함하였다. 이러한 조사 지점의 공간적 분포와 환경적 다양성은 두견이과 조류의 종별 출현 양상과 시간적·공간적 활동 특성을 광역 규모에서 비교하기 위한 기반을 제공하였다. 조사 지점의 보호지역 유형은 2026년 기준 지정 현황에 따라 구분하였으며, 금정산은 2019년 조사 당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이전이었으나 현재의 지정 현황을 반영하여 국립공원에 포함하였다.
2. 조사 및 분석
1) 생물음향 자료 수집
조류 음향자료 수집에는 자동녹음장비 Song Meter SM4 (Wildlife Acoustics Inc., USA)를 사용하였다. 장비는 각 조사 지점의 산림 내 고정된 위치에 설치하였으며, 모든 지점에서 동일한 녹음 조건을 적용하였다. 녹음은 2019년 4월부터 8월까지 수행되었으며, 장비는 1시간마다 1분씩 자동으로 녹음되도록 설정하였다. 녹음 파일은 wav 형식으로 저장되었고, 샘플링 주파수는 44.1 kHz로 설정하였다. 수집된 음향자료는 전국 단위에서 동일한 조사 프로토콜에 따라 획득되었으며, 이를 통해 지역 간 발성 활동 및 출현 패턴을 비교할 수 있는 표준화된 생물음향 자료를 구축하였다.
2) 자료 처리 및 집계
수집된 음향자료는 각 녹음 파일 단위에서 두견이과 조류 5종의 발성 여부를 판독하는 방식으로 분석하였다. 종 동정은 음성 청취와 소노그램 확인을 병행하여 수행하였으며, 해당 녹음 파일 내에서 종의 발성이 확인된 경우 Detection=1, 확인되지 않은 경우 Detection=0으로 기록하였다. 모든 자료는 조사 지점, 조사 일자, 시간, 종명, 발성 여부로 구성된 데이터베이스 형태로 정리하였다. 이후 종별 발성 검출 자료를 이용하여 도래 시기, 누적 발성 활동, 주·야간 발성 활동, 고도 반응 및 공간 분포 분석을 수행하였다.
3) 도래 시기 분석
두견이과 조류의 종별 도래 시기를 비교하기 위하여 자동녹음장비를 통해 기록된 발성 자료를 이용하여 최초 탐지일을 산출하였다. 각 조사 지점에서 해당 종의 발성이 처음 검출된 날짜를 실제 도래일이 아닌 도래 시기를 추정하기 위한 간접 지표로 활용하였으며, 이를 Day of Year (DOY)로 변환하여 분석에 사용하였다. 종별 도래 시기 비교를 위하여 해당 종이 한 번 이상 탐지된 지점의 최초 탐지일을 이용하여 평균 도래일과 95% 신뢰구간(95% confidence interval)을 산출하였다. 종별 탐지 지점 수가 서로 달라 표본수가 불균형한 자료의 특성을 고려하여, 종 간 도래 시기의 차이는 모수검정의 분포 가정에 덜 의존하는 비모수 검정인 Kruskal–Wallis 검정을 이용하여 평가하였다. 효과 크기(effect size)는 Kruskal–Wallis 검정에 대한 epsilon-squared ()를 산출하였다. 최초 탐지일은 조사 지점에서 해당 종의 계절 내 최초 발성 기록을 나타내며, 종별 상대적인 도래 순서와 계절적 출현 시기의 차이를 비교하는 지표로 활용하였다.
4) 누적 발성 활동 및 계절적 활동 분석
두견이과 조류의 계절적 발성 활동 패턴을 정량적으로 비교하기 위하여 시간 단위 발성 검출 자료를 기반으로 누적 발성 활동을 분석하였다. 분석에는 자동녹음장비로부터 수집된 시간 단위 발성 검출 자료(Detection=0 또는 1)를 사용하였으며, 각 종에 대하여 조사기간 동안의 발성 검출 횟수를 누적하여 누적 발성 활동 곡선을 작성하였다. 누적 발성 활동은 조사기간 동안 기록된 시간 단위 발성 검출 횟수를 DOY 기준으로 시간 순서에 따라 누적한 후, 전체 누적 발성 횟수에 대한 상대 비율(%)로 표준화하였다. 이를 통해 종별 누적 발성 활동 곡선(hour-based cumulative vocal activity curve)을 작성하였으며, Choi and Ki (2026)의 누적 분위수 기반 발성 Phenology 분석법을 바탕으로 누적 비율이 25%, 50%, 75%에 도달하는 시점을 각각 T25, T50, T75로 정의하였다. T25는 계절 초기 발성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 T50은 전체 발성 활동의 중앙 시점(median timing), T75는 계절 후반 발성 활동이 진행되는 시점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하였다. 이러한 누적 분위수 기반 지표는 단일 최초 탐지일(first detection date) 또는 최종 탐지일(last detection date)에 비해 계절 전체의 발성 활동 분포를 반영할 수 있으며, 이상 탐지(outlier)나 일시적인 탐지 변동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 장점을 가진다. 종별 누적 발성 활동 곡선은 누적 발성 비율(%)을 기준으로 시각화하였으며, 종 간 계절적 발성 활동 패턴과 발성 시기의 차이를 비교하였다.
5) 주·야간 발성 활동 분석
두견이과 조류의 일주기 발성 활동 패턴을 비교하기 위하여 시간대별 발성 검출 횟수를 기반으로 주·야간 발성 활동을 분석하였다. 분석에는 시간 단위 발성 검출 자료(Detection=0 또는 1)를 누적한 계수자료를 사용하였다. 주간은 05:00~20:00, 야간은 21:00~04:00로 구분하였으며, 각 시간대는 매 정각에 시작하는 녹음자료를 기준으로 구분하여 24시간의 모든 녹음자료를 분석에 포함하였다. 분석은 각 종이 조사기간 동안 한 번 이상 탐지된 지점을 대상으로 수행하였다. 각 지점에 대하여 해당 시간대의 발성 검출 횟수를 합산하여 주간 및 야간 발성 빈도를 산출하였으며, 해당 시간대에 발성이 검출되지 않은 경우에는 0으로 처리하였다. 발성 빈도는 0을 포함하는 계수자료이며 종별 표본수가 불균형한 자료의 특성을 고려하여, 종간 차이를 평가하기 위해 모수검정의 분포 가정에 덜 의존하는 비모수 검정인 Kruskal–Wallis 검정을 수행하였다. 효과 크기(effect size)는 Kruskal–Wallis 검정에 대한 epsilon-squared ()를 산출하였다. 또한 종별 평균 발성 빈도와 95% 신뢰구간(95% confidence interval)을 시각화하여 주·야간 발성 활동 패턴의 종간 차이를 비교하였다.
6) 고도 반응 분석
두견이과 조류의 고도별 발성 활동 특성을 분석하기 위하여 조사 지점별 누적 발성 검출 횟수를 기반으로 일반화선형모형(generalized linear model, GLM)을 적용하였다. 분석에는 시간대별 발성 검출 횟수를 누적한 계수자료를 사용하였다. 각 종별로 32개 조사 지점 전체를 분석에 포함하였으며, 해당 종이 탐지되지 않은 지점의 누적 발성 검출 횟수는 0으로 처리하였다. 조사 지점의 고도는 자동녹음장비가 설치된 위치의 해발고도(m)를 기준으로 정리하였으며, 분석 과정에서는 해석의 용이성을 위하여 100 m 단위(Elevation_100m)로 변환하여 사용하였다. 종별 누적 발성 검출 횟수를 종속변수로 설정하고, 고도를 설명변수로 하는 GLM을 수행하였다. 자료의 과산포를 고려하여 우선 음이항 분포를 적용하였으며, 음이항 모형이 안정적으로 수렴하지 않은 경우에는 과산포를 고려할 수 있는 quasi-Poisson 모형을 적용하였다. 모형 결과는 회귀계수(β), 표준오차(Standard Error, SE), 검정통계량(test statistic) 및 p-value를 산출하였으며, 고도 증가에 따른 발성 검출 변화율을 해석하기 위하여 incidence rate ratio (IRR)를 함께 제시하였다. 또한 IRR의 95% 신뢰구간을 계산하여 종별 고도 반응의 방향성과 강도를 비교하였다.
7) 공간 분포 분석 및 시각화
두견이과 조류의 공간 분포 특성을 시각화하기 위하여 조사 지점별 누적 발성 검출 횟수를 기반으로 분포지도를 작성하였다. 각 종에 대해 조사기간 동안 기록된 누적 발성 검출 횟수를 산출하였으며, 이를 이용하여 종별 발성 활동 강도를 공간적으로 비교하였다. 분포지도는 QGIS version 4.2.1 (QGIS Development Team, 2026)를 이용하여 제작하였다. 조사 지점별 누적 발성 검출 횟수에 따라 원형 심볼의 크기를 차등 적용하였으며, 한반도의 주요 지형 구배를 함께 표현하기 위하여 지형도를 배경 자료로 사용하였다(Sadalmelik, 2007). 종별 공간 분포 패턴과 발성 활동 강도는 백두대간 산악축을 중심으로 비교하였으며, 이를 통해 종별 공간적 생태적 지위 차이를 해석하고자 하였다.
결과 및 고찰
1. 종 간 도래 시기 차이
두견이과 5종의 도래 시기를 비교한 결과, 종 간 도래 시기에는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Kruskal–Wallis test, , df=4, , ; Table 2). 종별 평균 도래 시기를 살펴보면, 벙어리뻐꾸기는 평균 115.0 ± 10.2일로 가장 이른 시기에 도래하였으며, 이어서 검은등뻐꾸기(127.0 ± 6.2일), 매사촌(136.0 ± 13.3일)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뻐꾸기(146.0 ± 11.0일)와 두견이(152.0 ± 16.5일)는 상대적으로 늦은 시기에 도래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가장 이른 종인 벙어리뻐꾸기와 가장 늦은 종인 두견이 간에는 약 37일 이상의 도래 시기 차이가 나타나, 동일한 번식 시기 내에서도 종 간 시간적 분리가 뚜렷하게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종 간 도래 시기의 차이는 Figure 2에서도 명확하게 나타나며, 각 종의 평균 도래 시기와 95% 신뢰구간이 서로 중첩되지 않거나 부분적으로만 중첩되는 양상을 보였다.
2. 누적 발성 활동 패턴 및 계절적 활동 지표
생물음향 자료를 기반으로 산출한 종별 누적 발성 활동을 분석한 결과, 두견이과 5종은 계절에 따른 발성 활동 시기에서 뚜렷한 종 간 차이를 나타냈다(Figure 3). 누적곡선의 형태를 비교한 결과, 벙어리뻐꾸기, 검은등뻐꾸기, 매사촌은 비교적 이른 시기에 발성 활동이 시작되어 빠르게 증가 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매사촌은 누적곡선의 증가 구간이 가장 짧게 나타나 상대적으로 집중된 발성 활동 패턴을 보였다. 반면, 뻐꾸기와 두견이는 발성 활동의 시작 시점이 상대적으로 늦고, 누적곡선의 상승 구간 또한 후반부에 집중되는 경향을 나타냈다.
종별 발성 활동의 시기적 특성을 정량적으로 비교하기 위하여 T25, T50 및 T75 지표를 산출한 결과(Table 3), 벙어리뻐꾸기는 T25가 DOY 130(5월 10일), T50이 140일(5월 20일), T75가 157일(6월 6일)로 나타나 가장 이른 시기에 발성 활동이 진행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검은등뻐꾸기와 매사 촌은 각각 T25가 135일(5월 15일), T50이 143일(5월 23일)로 유사한 시기에 나타났으나, T75는 매사촌이 150일(5월 30일), 검은등뻐꾸기가 156일(6월 5일)로 나타났다. 반면, 뻐꾸기는 T25가 152일(6월 1일), T50이 164일(6월 13일), T75가 179일(6월 28일)로 나타났으며, 두견이는 T25가 160일(6월 9일), T50이 171일(6월 20일), T75가 185일(7월 4일)로 다섯 종 중 가장 늦은 시기에 발성 활동이 진행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T75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벙어리뻐꾸기, 검은등뻐꾸기 및 매사촌은 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에 누적 발성 활동의 75%에 도달한 반면, 뻐꾸기와 두견이는 각각 6월 28일과 7월 4일에 도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Figure 3, Table 3).
3. 주간 및 야간 발성 빈도의 종 간 차이
야간 발성 빈도를 비교한 결과, 종 간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났다(Kruskal–Wallis test, , df=4, , ; Table 4). 주간 발성 빈도 역시 종 간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었다(, df=4, , ). 종별 평균 발성 빈도를 살펴보면, 야간(21:00~04:00)에는 검은등뻐꾸기가 26.1 ± 30.7로 가장 높은 값을 나타냈으며, 매사촌은 15.4 ± 18.5, 두견이는 11.3 ± 11.9로 나타났다. 반면, 벙어리뻐꾸기는 0.2 ± 0.5로 가장 낮은 야간 발성 빈도를 보였다(Table 4, Figure 4A). 주간(05:00~20:00)에는 벙어리뻐꾸기가 91.8 ± 90.0으로 가장 높은 발성 빈도를 나타냈으며, 뻐꾸기는 81.8 ± 112.1, 두견이는 77.9 ± 100.1로 나타났다. 검은등뻐꾸기와 매사촌의 주간 발성 빈도는 각각 59.9 ± 64.7와 14.5 ± 20.8로 확인되었다(Table 4, Figure 4B). 종별 주·야간 발성 빈도의 평균값과 95% 신뢰구간은 Figure 4에 제시하였다.
4. 고도에 따른 발성 빈도의 종별 반응
고도에 따른 종별 발성 빈도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두견이과 5종은 서로 다른 반응 양상을 나타냈다(Table 5). 벙어리뻐꾸기는 고도가 100 m 증가할 때 발성 빈도가 약 1.72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 고도와 유의한 양의 관계를 보였다. 반면, 뻐꾸기는 고도가 증가함에 따라 발성 빈도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β=− 0.212, ), 고도와 유의한 음의 관계를 나타냈다. 검은등뻐꾸기(β=−0.022, )와 매사촌(, )은 고도에 따른 발성 빈도의 변화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두견이의 경우 음이항 모형이 수렴하지 않아 quasi-Poisson 모형을 적용하였으며, 고도가 100 m 증가할 때 기대 발성 검출 횟수가 약 1.20배 증가하는 방향을 보였으나, 이러한 관계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
두견이과 5종의 전국 32개 조사 지점에서의 공간 분포는 Figure 5에 제시하였다. 검은등뻐꾸기는 총 28개 지점에서 확인되어 가장 넓은 분포를 나타냈으며(Figure 5C), 뻐꾸기는 27개 지점(Figure 5E), 벙어리뻐꾸기는 20개 지점(Figure 5B)에서 확인되었다. 매사촌은 14개 지점(Figure 5D), 두견이는 11개 지점(Figure 5F)에서 확인되어 상대적으로 제한된 분포를 보였다. 벙어리뻐꾸기는 설악산, 오대산, 태백산, 소백산, 속리산, 덕유산 및 지리산 등 주요 산지 국립공원에서 주로 출현하였다(Figure 5B). 검은등뻐꾸기와 뻐꾸기는 한반도 전역에 걸쳐 비교적 넓은 분포를 나타냈으며(Figure 5C, E), 매사촌은 출현이 모두 국립공원 내에서 확인되었다(Figure 5D). 두견이는 남부 연안 지역과 제주도를 중심으로 출현하였으며(Figure 5F), 다른 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한된 분포 범위를 나타냈다.
5. 고찰
본 연구는 전국 32개 생물음향 모니터링 대상지에서 수집된 표준화된 자료를 활용하여 두견이과 5종의 도래 시기, 계절적 발성 활동, 주·야간 발성 활동 및 공간 분포 특성을 비교하였다. 분석 결과, 종별 도래 시기와 누적 발성 활동 패턴에서 뚜렷한 차이가 확인되었으며, 주·야간 발성 빈도와 공간 분포 또한 종마다 상이한 양상을 나타냈다. 특히 종에 따라 발성 활동이 시작되는 시기와 집중되는 시점이 달랐으며, 고도에 따른 발성 빈도에서도 서로 다른 반응이 확인되었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두견이과 조류의 시간적·공간적 활동 특성과 종 간 차이의 생태학적 의미를 논의하고자 한다.
1) 종 간 도래 시기 및 시간적 분리
본 연구에서 국내에서 번식하는 두견이과 5종은 도래 시기에서 뚜렷한 종 간 차이를 나타냈으며, 벙어리뻐꾸기에서 두견이로 이어지는 순차적인 도래 양상이 확인되었다. 특히 가장 이른 벙어리뻐꾸기와 가장 늦은 두견이 사이에는 약 37일의 차이가 나타나, 같은 계절적 번식기 내에서도 종별 도래 시기가 상당한 폭으로 분리되어 있음을 보여주었다.
조류의 도래 시기는 시간적 생태적 지위(temporal ecological niche)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볼 수 있다. 철새의 번식지 도착 시기는 월동지 환경, 이동 경로상의 환경 조건 및 종별 이동 전략의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Both, 2010), 이러한 차이는 종마다 서로 다른 계절적 활동 시기로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확인된 순차적인 도래 양상 역시 두견이과 조류의 발성 활동이 서로 다른 시점부터 확인되는 시간적 분리의 한 형태로 해석할 수 있다.
두견이과 조류의 종별 도래 시기 차이는 탁란성 번식 전략과도 관련될 가능성이 있다. 탁란성 조류의 번식 성공은 숙주종의 번식 일정과 밀접하게 연관되며(Davies, 2010), 유럽의 뻐꾸기에서도 숙주종의 번식 시기와 번식 활동 간의 동조성이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록 본 연구에서는 숙주 이용 및 숙주종의 번식 시기를 직접 분석하지 않았으나, 국내 두견이과 조류에서 확인된 종별 도래 시기의 차이는 종마다 상이한 번식 일정과 이동 및 번식 전략을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
2) 누적 발성 활동과 계절적 활동 해석
본 연구에서는 시간 단위 발성 검출 자료를 이용하여 누적 발성 활동 곡선과 T25, T50, T75를 산출하고 종별 계절적 발성 활동을 비교하였다. 그 결과, 벙어리뻐꾸기, 검은등뻐꾸기 및 매사촌은 상대적으로 이른 시기에 발성 활동이 진행된 반면, 뻐꾸기와 두견이는 보다 늦은 시기에 발성 활동이 진행되었다. 이러한 차이는 종 간 차이가 최초 탐지 시점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계절 전체에 걸친 발성 활동의 분포에서도 지속됨을 보여준다.
전통적인 조류 생물계절 연구에서는 최초 관찰일 또는 최초 도래일이 널리 사용되어 왔으나(Miller-Rushing et al., 2008), 이러한 지표는 탐지 확률, 조사 노력, 개체수 변화 및 우연한 조기 관찰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한계가 지적되어 왔다(van Strien et al., 2008; Moussus et al., 2009). 이에 비해 계절 전체의 관측 분포를 이용하는 접근은 특정한 한 번의 탐지에 의존하지 않고 활동 시기의 전체적인 분포를 반영할 수 있으며, 최초 관찰일에 비해 생물계절 변화를 보다 안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제안되어 왔다(Moussus et al., 2009;Goodenough et al., 2015).
최근 Choi and Ki (2026)는 생물음향 자료에서 계절 전체의 발성 활동 분포를 정량화하기 위하여 누적 발성 활동 곡선과 T25, T50 및 T75를 이용한 누적 분위수 기반 계절적 발성 활동 분석법을 제안하고, 팔색조(Pitta nympha) 자료를 이용하여 이상 탐지와 결측자료에 대한 지표의 안정성을 검토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누적 분위수 기반 계절적 발성 활동 분석틀을 두견이과 5종에 적용하여 종별 계절적 발성 활동 시기를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하였다.
본 연구에서 적용한 T25, T50 및 T75는 계절 초·중·후반의 누적 발성 활동 시기를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게 한다. 특히 여러 누적 분위수에서 확인된 종별 차이는 발성 활동이 집중되는 계절적 시기가 종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최초 발성 검출일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계절적 활동 특성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최근 기후변화 연구에서는 종별 생물계절 반응의 차이가 개체군 동태와 종 간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보고되고 있다(Thackeray et al., 2016; Cohen et al., 2018). 본 연구는 단일 연도의 자료를 이용하였기 때문에 장기적인 변화 자체를 평가할 수는 없지만, 전국 규모의 표준화된 생물음향 자료를 이용하여 두견이과 5종의 계절적 발성 활동을 동일한 지표로 정량화하였다는 점에서 향후 연도 간 생물계절 변화를 비교하기 위한 기준선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장기 생물음향 자료가 축적될 경우 누적 발성 활동 기반 지표는 종별 계절 활동의 변화와 종 간 반응 차이를 평가하는 유용한 분석 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3) 주·야간 발성 활동과 행동적 지위
본 연구에서 두견이과 5종은 주간 및 야간 발성 빈도에서 서로 다른 종 간 양상을 나타냈다. 주간 발성 빈도에서는 벙어리뻐꾸기, 뻐꾸기 및 두견이가 상대적으로 높은 값을 보였으며, 야간 발성 빈도에서는 검은등뻐꾸기와 매사촌이 상대적으로 높은 값을 나타냈다. 이러한 결과는 동일한 번식 시기에도 종에 따라 발성 활동의 시간적 이용 양상이 상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조류의 발성 활동은 번식기 동안 배우자 유인, 영역 방어 및 개체 간 의사소통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Gil and Llusia, 2020). 특히 야간 발성은 다양한 조류에서 번식기에 나타날 수 있으며, 야간의 상대적으로 단순한 음향 환경은 발성 신호의 전달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Farina and James, 2016). 두견이과에서도 여러 종 사이의 일주기 발성 활동 차이가 보고된 바 있으며(Mei et al., 2022), 본 연구에서 검은등뻐꾸기와 매사촌이 야간 자료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발성 빈도를 보인 결과 역시 두견이과 내 종별 발성 시간 이용의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종 간 발성 시간대의 차이는 음향적 지위 분화의 관점에서도 해석될 수 있다. 동일한 서식지에서 여러 종이 공존할 경우 서로 다른 시간대에 발성하는 것은 음향 신호의 중첩을 줄이고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며(Farina and James, 2016), 두견이과 여러 종을 대상으로도 이러한 음향적 지위 분화가 연구된 바 있다(Mei et al., 2024). 또한 Kronfeld-Schor and Dayan (2003)은 하루 주기 내 시간 자원의 분할이 종 간 상호작용을 조절하고 공존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기작임을 제시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확인된 종별 주간 및 야간 발성 빈도의 차이는 두견이과 조류의 발성 활동이 종에 따라 서로 다른 시간적 특성을 나타냄을 보여주며, 이러한 차이가 동소적으로 출현하는 종 사이의 음향적 지위 분화와 관련될 가능성을 제시한다.
4) 공간 분포 및 고도 반응
본 연구에서 두견이과 5종은 전국적인 출현 범위와 고도 반응에서 서로 다른 양상을 나타냈다. 검은등뻐꾸기와 뻐꾸기는 비교적 넓은 분포를 보인 반면, 벙어리뻐꾸기는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한 주요 산지에 상대적으로 집중되었고, 두견이는 남부 연안과 제주도를 중심으로 제한적인 분포를 나타냈다. 이러한 차이는 동일한 두견이과 내에서도 종마다 이용하는 공간 범위와 주요 출현 지역이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종별 공간 분포의 차이를 이해하는 데 있어 고도는 온도, 식생 구조 및 먹이자원 등 여러 환경요인이 함께 변화하는 대표적인 환경 구배이며, 산림 조류의 분포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McCain, 2009;Freeman et al., 2018). 본 연구에서는 벙어리뻐꾸기의 발성 빈도가 고도와 유의한 양의 관계를 보인 반면, 뻐꾸기는 유의한 음의 관계를 나타냈다. 두견이는 고도 증가에 따라 발성 빈도가 증가하는 방향을 보였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으며, 검은등뻐꾸기와 매사촌에서도 유의한 고도 반응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고도에 대한 반응이 두견이과 전체에 일관되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종별로 상이한 공간 이용 특성이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본 연구에서 확인된 종별 고도 반응의 차이는 국내 두견이과 조류의 고도 분포를 분석한 선행연구와 일부 일치한다. Lee et al. (2014)은 벙어리뻐꾸기, 검은등뻐꾸기 및 매사촌이 상대적으로 높은 고도에서 빈번하게 관찰되는 반면, 뻐꾸기와 두견이는 상대적으로 낮은 고도에서 관찰되는 경향을 보고하였다. 특히 본 연구에서 벙어리뻐꾸기가 설악산, 오대산, 태백산, 소백산 및 지리산 등 주요 산지에서 주로 탐지되고, 고도 증가에 따라 발성 빈도가 증가한 것은 이러한 선행연구의 경향과 일치한다. 반면 뻐꾸기는 전국적으로 넓게 출현하면서 고도 증가에 따라 발성 빈도가 감소하여 벙어리뻐꾸기와 상반된 고도 반응을 나타냈다.
이러한 고도 이용의 차이는 종별 숙주 이용과도 관련될 가능성이 있다. 두견이과 조류의 번식 분포는 번식에 이용하는 숙주의 분포와 밀접하게 관련될 수 있으며(Davies, 2010;Payne, 2005), 국내에서도 종에 따라 이용하는 숙주가 서로 다른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뻐꾸기는 붉은머리오목눈이를 포함한 다양한 종을 숙주로 이용하며, 주요 숙주인 붉은머리오목눈이는 저지대에서 산지에 이르는 다양한 환경에서 번식한다. 반면 벙어리뻐꾸기의 숙주로 알려진 산솔새와 매사촌의 잠재적 주요 숙주인 큰유리새는 주로 산림 환경에서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Lee et al., 2014). 따라서 본 연구에서 나타난 벙어리뻐꾸기의 양의 고도 반응과 뻐꾸기의 음의 고도 반응은 각 종이 이용하는 서식환경뿐 아니라 숙주종의 공간적 분포와도 관련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본 연구에서는 숙주의 분포와 밀도를 직접 조사하지 않았으므로 이러한 관계는 향후 숙주 분포자료를 포함한 추가 연구를 통해 검증할 필요가 있다.
한편 두견이의 경우, 앞서 확인된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고도 반응을 해석할 때 공간적 분포 특성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Lee et al. (2014)은 두견이가 국내 두견이과 5종 가운데 상대적으로 낮은 고도에서 관찰되며, 제주도와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분포하는 경향을 보고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두견이의 고도 효과가 유의하지 않았던 결과를 특정 고도에 대한 선호가 없는 것으로 해석하기보다는, 탐지 지점 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남부 연안과 제주도를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탐지된 본 연구의 공간적 표본구조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Lee et al. (2014)은 휘파람새를 두견이의 주요 숙주로 제시하였으며, 이러한 숙주와의 생태적 관계를 고려할 때 숙주의 공간적 분포가 두견이의 고도별 출현 양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생태적 지위 이론에서는 생태적으로 유사한 종들이 공존할 때 자원과 환경의 이용이 여러 축에서 차별화될 수 있다고 본다(Hutchinson, 1957;Chase and Leibold, 2009). 본 연구에서 확인된 공간 분포와 고도 반응의 차이를 앞서 확인된 도래 시기 및 주·야간 발성 활동의 차이와 함께 고려하면, 국내 두견이과 조류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복수의 생태적 축에서 서로 다른 이용 양상을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시간적·공간적 활동 특성의 차이는 동소적으로 출현하는 두견이과 조류의 공존 양상을 이해하는 하나의 생태학적 틀을 제공할 수 있다.
5) 연구의 의의 및 한계
본 연구는 전국 32개 대상지에서 수집된 표준화된 생물음향 모니터링 자료를 활용하여 국내 두견이과 5종의 도래 시기, 계절적 발성 활동, 주·야간 발성 활동 및 공간 분포를 동일한 조사 체계 내에서 통합적으로 비교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특히 기존의 조류 생물계절 연구에서 널리 사용되어 온 최초 관찰일 또는 최초 도래일 중심의 접근에서 나아가, 시간 단위 발성 자료를 기반으로 한 누적 발성 활동 곡선과 T25, T50, T75 지표를 적용함으로써 종별 계절 활동 패턴을 정량적으로 비교하였다. 이러한 종별 차이는 향후 숙주 분포, 번식 일정 및 탁란 성공 자료와 결합하여 두견이과 조류의 번식 생태와 생태적 지위 분화를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본 연구에는 몇 가지 한계가 있다. 첫째, 단일 연도의 자료를 기반으로 하였기 때문에 연도 간 변이에 따른 장기적인 생물계절 변화나 개체군 동태를 평가할 수 없었다. 둘째, 본 연구에서의 도래 시기는 실제 개체의 도착 시점이 아니라 각 조사 지점에서 최초로 발성이 탐지된 시점을 기준으로 산출하였으므로 실제 도래 시기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셋째, 발성 검출 빈도는 개체수 자체를 의미하지 않으며, 개체별 발성 행동과 탐지 확률의 차이를 직접 반영하지 못한다. 넷째, 숙주 이용 자료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종별 도래 시기와 공간 분포의 차이를 숙주 생태와 직접 연결하여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 다섯째, 발성 활동 자료만을 이용하였기 때문에 종별 발성 시간대의 차이가 실제 번식 행동이나 영역 이용의 차이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따라서 향후 연구에서는 장기간의 반복 모니터링과 함께 개체 추적, 행동 관찰 및 숙주 이용 자료를 결합함으로써 두견이과 조류의 시간적·공간적 행동 특성과 그 형성 요인을 보다 구체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특히 숙주종의 번식 시기와 분포 자료를 함께 분석한다면 본 연구에서 확인된 종별 도래 시기와 공간적 차이의 생태적 배경을 보다 직접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후변화에 따라 철새의 이동 및 번식 시기가 변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장거리 이동종의 개체군 동태와 번식 성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Both et al., 2006;Jenni and Kéry, 2003;Lehikoinen and Sparks, 2010;Møller et al., 2008). 본 연구는 단일 연도에 한정되지만 국내 두견이과 조류의 도래 시기와 계절적 발성 활동을 표준화된 방법으로 정량화한 기준선 자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향후 동일한 조사 체계에 기반한 장기 생물음향 자료가 축적된다면, 본 연구에서 제시한 누적 발성 활동 지표와 종별 활동 패턴을 이용하여 기후 및 환경 변화에 따른 생물계절 변화와 종 간 반응 차이를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