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지리산은 한반도 남부의 대표적인 고산 생태계로, 다양한 고도대 식생과 풍부한 식물상을 포괄하는 산림 경관을 형성 해 왔다. 그러나 20세기 초반까지의 기록에 따르면, 지리산의 상당수 산림은 벌채와 화전 등 인위적 교란으로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에 놓여 있었다. 이러한 실태는 1915년 일본의 근대 식물학자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이 직접 현장을 조사하여 집필한 「지리산 식물조사보고서(智異山植物調査 報告書)」에 잘 기록되어 있다. 이 보고서는 지리산 일대의 식물상과 식생대를 계통적으로 기록한 가장 이른 시기의 과학적 보고서이자 지리산 생태계에 대한 근대적 관찰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Park and Kim, 2021). 이 문헌에는 해발고도별 우점종과 식생대 분포를 지도화한 식생분포도가 수록되어 있어, 20세기 초반 지리산 식생의 공간 구조를 실증적으로 복원할 수 있는 귀중한 역사생태학적 사료로 활용될 수 있다(Jung and Park, 2025). 이 기록에 따르면, 당시 지리산 산림은 전남 구례군 광의면·마산면·토지면과 경남 하동군 화개면 일대의 산록과 저지대에서 심각한 벌채 와 교란이 이루어졌으며, 그 결과 상당한 지역이 미립목지(未 立木地)나 초지로 전락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전반적 훼손 의 양상 속에서도 화엄사 주변의 사찰림은 비교적 온전한 산림 경관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는 화엄사 사찰림이 당시 인위적 영향으로부터 자율적으로 보호된 공간으로 기능하였 음을 보여준다(Choi, 2014;Park and Kim, 2021).
사찰림의 보전적 성격은 불교적 세계관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다. 전영우의 「한국의 사찰숲(2016)」에 따르면, 조선시 대 사찰림은 단순한 종교적 공간을 넘어 왕실의 성소와 왕 릉을 수호하는 성역으로서 기능하였으며, 동시에 왕실과 국 가에 임산물을 공급하는 중요한 산림자원이기도 하였다. 사 찰 주변 산림은 금표와 경계로 구획되어 일반 산지와 엄격 히 구분되었으며, 주민들 또한 사찰 인근 산림의 무단 이용 을 제한하는 사회적 규범을 공유하였다. 이러한 역사적·문 화적 배경은 화엄사 사찰림이 인근 지역 산지에 비해 상대 적으로 교란이 적고, 장기적인 식생천이가 지속될 수 있었 다고 본다.
그런데도 지리산을 비롯한 국내 사찰림의 장기적 식생 변화 과정을 과학적으로 추적한 연구는 여전히 드물다. 기 존 연구는 주로 특정 수종 군락의 분포 특성(Baek et al., 2013;Park et al., 2017), 식물상 조사(Oh and Kahng, 2021;Son et al., 2021), 식생 구조와 미기후 조절 효과(Lee et al., 2011;Kang et al., 2012;Hong et al., 2020), 사찰림의 생태계 서비스 가치 평가(Oh et al., 2019) 및 평가지표 개발 (Jang and Koo, 2019)에 집중됐으며, 역사적 자료와 연계하 여 장기적 변화를 실증적으로 고찰한 사례는 거의 보고되지 않았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Jung and Park(2025)은 1915년 식생 도와 2018년 정밀식생도를 중첩 비교하여 화엄사 사찰림의 100여 년간 식생 변화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소나무 우점 림의 약 65%가 신갈나무, 졸참나무, 개서어나무 등의 낙엽 활엽수 우점림으로 전환되었으며, 특히 미소환경에 따라 상 이한 군락 전환 경향이 확인되었다. 이는 사찰림이 장기간 의 보호와 제한된 인위적 교란, 폭넓은 해발고도, 다양한 입지환경 하에서 동아시아 온대림의 일반적 식생천이 경향 을 뚜렷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의가 크다. 그러 나 이 연구는 고지도와 현대 식생도의 비교라는 공간적·기 록적 접근에 기반하였기에, 개별 군락 내부의 구조적 특성 과 종간 상호작용, 갱신 메커니즘을 구체적으로 규명하는 데에는 제약이 있었다. 또한 현실 세계의 정확한 위치와 불 일치할 때 발생하는 공간적 불확실성에 따른 지오리퍼런싱 (georeferencing) 오차, 분류체계 간 불일치, 중간 시기의 자료 공백과 같은 한계가 존재하여 식생 변화의 인과적 해 석에는 보완이 필요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고자, 화엄사 사찰림의 현재 군집구조를 현장 식생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정밀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상대우점치 분석, 분류분 석, 서열분석 등 정량적 식생 분석기법을 적용하여, 실제 현장에서 식생 변화가 어떠한 구조적·동태적 메커니즘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규명하였다. 궁극적으로 본 연구는 첫 번째 연구에서 밝힌 100년간의 식생 변화 양상(Jung and Park, 2025)과 본 연구의 군집구조 분석을 연결함으로써, 화엄사 사찰림이 지닌 장기적 식생천이 경향과 입지환경별 군집구조 특성을 통합적으로 고찰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이는 사찰림의 보전적 가치와 생태학적 중요성을 실증적으 로 입증하고, 향후 국립공원 내 사찰림 관리 전략 수립의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다.
연구방법
1. 연구대상지 범위 및 개황
본 연구의 대상지는 전라남도 구례군 마산면 황전리에 있는 지리산국립공원 내 화엄사 사찰림으로, 행정구역상 황 전리 12-3, 산 20-12번지를 포함한 총 15개 필지로 구성되 며, 모든 필지의 지목은 ‘임야’이다. 대상지는 화엄사 입구 의 상가지구(남측 경계)에서부터 종석대, 무넹기, 노고단 하 부(북측 경계)에 이르는 화엄사의 전체 소유림역을 포괄한 다(Figure 1).
대상지의 면적은 약 12.3㎢이며, 임상도 분석 결과 낙엽 활엽수림이 64.99%로 우점하였고, 침엽수림 24.43%, 혼효 림 8.79%, 무립목지·비산림지역 1.47%, 죽림 0.27%로 나 타났다. 한편, 1915년 「지리산 식물조사 보고서」의 식생분 포도를 분석한 Jung and Park(2025)의 결과에 따르면, 소나 무림 58.38%, 활엽수림 29.53%, 초지 11.04%이었다. 지난 100여 년간 소나무림이 급감하고 낙엽활엽수림이 확장된 변화가 확인된다.
2. 식생조사 및 군집구조분석
본 연구는 지리산국립공원 내 화엄사 사찰림을 대상으로 식생 구조 및 군집 특성을 분석하기 위해 조사 대상지를 선정하고 정량적 식생조사를 실시하였다. 대상지 선정은 위 성영상과 산림공간정보서비스(FGIS)에서 제공하는 임상도 및 국립공원공단의 정밀현존식생도를 바탕으로 수행하였 으며, 해발고, 지형(계곡부, 사면부), 식생 현황을 기준으로 대표적인 세 가지 유형의 지형 구간을 구분하여 조사지점을 설정하였다(Figure 1). 조사지점마다 2개의 방형구(plot, 면 적 200㎡)를 설치하여 총 100개의 조사구를 조사하였다.
식생조사는 방형구 내 수관의 위치에 따라 수직 층위를 나눠 수행하였으며, 상층 수관을 형성하는 수목을 교목층, 수고 2m 이하의 개체를 관목층으로 정의하였다. 교목층과 관목층 사이에 위치하는 중간 층위의 수목은 아교목층으로 분류하였다. 교목층과 아교목층 조사는 전체 방형구 (20m×10m)를 대상으로 하였으며, 출현 수종의 흉고직경 (DBH)을 측정하였다. 관목층 조사는 동일 방형구 내에 5m×5m 크기의 소방형구 1개를 설정하여, 수종명과 수관폭 (장변×단변)을 기준으로 기록하였다. 더불어 각 조사구에서 해발고, 사면방위, 경사도 등의 지형 및 환경요인을 함께 측정하여 식생과의 관계성을 분석하였다.
층위별 출현 수종의 상대적 우세도를 파악하기 위해 Curtis and McIntosh(1951)의 중요치 개념을 바탕으로 상 대우점치(Importance Percentage; IP)를 계산하였다. 상대 우점치는 상대밀도(relative density)와 상대피도(relative coverage)의 평균값으로 정의되며(Brower and Zar, 1977), 이를 층위별로 산출하였다. 수종별 물리적 크기 등의 영향 력을 반영하기 위해 층위별 가중치를 적용한 평균상대우점 치(Mean Importance Percentage; MIP)를 계산하였다. MIP 는 교목층 IP에 3, 아교목층에 2, 관목층에 1의 가중치를 부여하여 (교목층 IP×3 + 아교목층 IP×2 + 관목층 IP×1)/6 의 식으로 산정하였다.
조사데이터의 단순화를 통한 식생 유형화(그룹화)하기 위 해 PC-ORD 7.08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TWINSPAN(twoway indicator species analysis; Hill, 1979b)을 실시하였다. 더불어 종조성 데이터를 좌표축상에 올려 군락의 종조성 변화를 일으키는 환경요인을 추정하는 서열분석의 일종인 DCA(detrended correspondence analysis; Hill, 1979a) 기 법을 적용하였다. TWINSPAN과 DCA(서열분석)를 상호 보완적으로 이용하여(Sasaki et al., 2020) 환경요인을 추정 하였다.
TWINSPAN기법으로 유형화된 조사구를 통합하여 상대 우점치 및 평균상대우점치, 흉고직경급 분석, 수목 연령 등 을 종합적으로 수행하여 군집구조 및 임분 동태를 해석하였 다. 흉고직경급은 개체의 생육 단계와 임분 내 구조적 구성 을 반영하기 위해 7㎝ 미만은 치수, 7~17㎝는 소경목, 17~32㎝는 중경목, 32㎝ 이상은 대경목으로 구분하여 분석 하였다(Harcombe and Marks, 1978). 식물군락 간의 종조 성 유사성을 파악하기 위해 Whittaker(1956)의 유사도지수 를 활용한 유사도 분석을 하였다. 방형구별 출현수목 중에 우점종 중에 흉고직경이 큰 개체를 대상으로 생장추로 목편 을 채취해 나이테 분석으로 수목 연령을 조사하였다.
결과 및 고찰
1. 분류분석 및 서열분석
분류분석인 TWINSPAN 기법으로 조사구 유형을 분류 한 결과는 Table 2와 같이 8개 그룹으로 나눴다. Level 1에 서는 개서어나무(-)를 식별종으로 하는 그룹과 신갈나무(+), 쇠물푸레나무(+)를 식별종으로 하는 그룹으로 분류되었다. 다음 단계인 Level 2에서는 개서어나무 식별종 그룹은 당단 풍나무(-)와 조릿대(-)를 식별종으로 하는 그룹과 소나무(+) 를 식별종으로 하는 그룹으로 분류되었고, 신갈나무와 쇠물 푸레나무 식별종 그룹은 때죽나무(-)를 식별종으로 하는 그 룹과 신갈나무(+)를 식별종으로 하는 그룹으로 다시 분류되 었다. 마지막 단계인 Level 3에서는 당단풍나무와 조릿대의 식별종 그룹은 까치박달·비목나무·작살나무(-)를 식별종으 로 하는 그룹과 당단풍나무·조릿대(+)를 식별종으로 하는 그룹으로 분류되었고, 소나무의 식별종 그룹은 소나무·쇠물 푸레나무(-)를 식별종으로 하는 그룹과 느티나무·작살나무· 쥐똥나무(+)를 식별종으로 하는 그룹으로 최종 분류되었다. 또한, Level 2에서 때죽나무의 식별종 그룹은 졸참나무(-) 를 식별종으로 하는 그룹과 당단풍나무·노린재나무(+)를 식별종으로 하는 그룹으로 분류되었고, 신갈나무의 식별종 그룹은 개서어나무(-)를 식별종으로하는 그룹과 그렇지 않 은 그룹으로 최종 분류되어 총 8개 군락으로 분류되었다.
DCA분석에서 식별종은 해당 그룹의 환경요인을 간접적 으로 대변한다(Sasaki et al., 2020;Park and Kang, 2020). Kim et al.(2010)의 수목도감에 언급한 수종별 생태적 특성 을 참고하여 8개 그룹별 환경요인을 추정하였다. Level 1에 서 오른쪽 그룹의 식별종인 신갈나무는 상대적으로 해발고 가 높아 내한성이 강한 수종이며, 쇠물푸레나무는 능선부의 건조한 토양에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종이다. 반면, 왼쪽 그 룹은 개서어나무가 식별종으로 상대적으로 해발고가 낮은 곳에 출현하는 종이다. Level 1에선 두 그룹이 해발고도(기 온)에 따른 크게 나뉜 것으로 추정된다.
Level 2에서는 당단풍나무·조릿대가 식별종인 그룹은 토 양수분이 높고 하층에 조릿대가 우점하는 그룹으로 추정된 다. 소나무가 식별종인 그룹은 사면이나 능선부의 건조 척 박지에 흔히 분포하는 소나무의 환경 특성상 두 그룹의 환 경요인 차이가 명확했다. Level 1의 오른쪽 그룹은 고지대 의 능선부와 사면상부에 분포했는데, 이 그룹은 다시 신갈 나무와 때죽나무를 식별종으로 나눴다. 신갈나무는 햇볕이 잘 들고 척박한 토양에 넓게 군락을 형성하는 수종이며, 상 대적으로 때죽나무는 비옥하고 습윤한 토양에 잘 자라는 수종이다. 이 그룹은 고지대에 분포하면서 토양수분 특성에 따라 분리된 것으로 판단된다.
본 연구에서는 TWINSPAN 분석과 상호보완적으로 적 용된 DCA 분석을 통해 조사구 분포를 서열축 위에 배치함 으로써 잠재적인 환경요인을 간접적으로 추정하였다. DCA 결과(Table 1)에서 제1축의 고윳값(eigenvalue)은 0.594, 기 울기 길이(gradient length)는 4.247로 나타났다. 일반적으 로 기울기 길이가 4에 도달하면 종조성이 거의 완전히 교체 되는 것으로 간주하는데(Hill and Gauch, 1980;ter Braak and Prentice, 1988), 제1축의 4.247은 종조성의 완전한 교 체를 반영하는 강한 환경기울기임을 확인시켜 준다. 제2축 은 고윳값 0.353, 기울기 길이 2.861로 나타나 약 절반 정도 의 종 교체를 설명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도출된 두 주축(제1축과 제2축)은 모두 식생의 환경기울기 해석에 충 분한 설명력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조사구 단위의 분포를 살펴보면, TWINSPAN 기법으로 분류된 8개 군락이 제1축과 제2축을 따라 뚜렷하게 배열되 었다(Figure 3). 제1축의 좌측에는 군락Ⅱ·Ⅲ·Ⅳ가 위치하 는데, 이들 군락은 소나무, 굴참나무, 개서어나무, 편백, 리 기다소나무 등이 우점하는 저지대 군락 유형으로 나타났다. 반면 제1축의 우측에는 군락Ⅵ·Ⅶ·Ⅷ이 위치하였으며, 이 들 군락은 신갈나무, 개서어나무, 소나무 등이 우점하는 고 지대 군락 유형이었다.
따라서 제1축은 해발고 변화에 따른 기온 기울기, 즉 내 한성에 관련된 환경요인을 반영한다고 해석된다. 제2축에 서는 하단에 졸참나무–개서어나무군락(군락Ⅰ)이 분포하 였고, 상단에는 소나무군락(군락Ⅳ)이 위치하였으며, 그사 이에 다른 군락들이 연속적으로 배열되었다. 군락Ⅰ·Ⅱ는 계곡부에 위치하며 토양이 비옥하고 수분이 풍부한 환경에 대응하는 반면, 군락Ⅲ·Ⅳ는 능선부에 위치하여 상대적으 로 척박하고 건조한 토양조건에 적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하면, 제2축은 토양수분 기울기, 즉 내건 성 요인을 반영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종별 DCA 서열분석 결과(Figure 4)에서도 수종 분포는 제1축과 제2축이라는 두 환경기울기에 따라 뚜렷하게 구조 화되었다. 제1축(고윳값 0.594)은 주로 해발고도에 따른 기 온 기울기를 반영하는 축으로, 좌측에는 굴참나무(Qv), 졸 참나무(Qs), 층층나무(Cco) 등 저지대 온난 조건에 적응한 수종이 배열되었으며, 우측에는 신갈나무(Qm), 소나무 (Pd), 잣나무(Pk) 등 고지대 한랭 환경에 적응한 수종이 위 치하였다. 제2축(고윳값 0.353)은 토양수분 조건을 반영하 는 축으로, 상단에는 소나무와 굴참나무가 분포하여 건조한 능선·사면 환경을 대표하였고, 하단에는 졸참나무(Qs), 층 층나무(Cco), 고로쇠나무(Ap), 들메나무(Fm) 등이 배열되 어 습윤한 계곡부 입지를 반영하였다.
특히, 개서어나무(Ct)의 분포 특성은 소나무(Pd), 졸참나 무(Qs), 신갈나무(Qm), 층층나무(Cco)와의 상대적 거리가 멀고, 동일 축상에서의 근접 출현 빈도가 낮게 나타났다. 이는 개서어나무가 계곡부·사면부의 높은 토양수분과 비교 적 비옥한 토양, 완만한 경사 등 특정 미소환경을 선호함으 로써, 다른 우점종과 겹침이 작은 좁은 생태적 지위를 점유 함을 시사한다. 이러한 서열상 분리는 군집 내 경쟁적 상호 작용의 부재를 직접 증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환경 여과 (environmental filtering)와 개서어나무의 생장·재생 특성 이 결합하면 후기천이 단계에서 안정적 우세를 확보할 잠재 성이 크다(Choung, 2020). 요컨대, 개서어나무의 낮은 근접 출현 및 서열 분석상의 분리는 습윤·비옥 조건에 특화된 선호와 제한적 공존 범위를 반영하며, 이는 개서어나무가 극상수종 후보로서의 잠재성 내포를 의미한다. 다만, 이러 한 해석은 DCA가 종 간의 경쟁적 상호작용을 제시하는 분 석 방법이 아니라는 점에서, 장기 모니터링과 기능형질·갱 신동태 자료의 교차검증이 요구된다.
DCA는 출현 자료를 바탕으로 군집의 종조성 차이를 근 사하는 서열분석 기법이므로(Hill and Gauch, 1980), 이 결 과를 경쟁의 감소로 단정하기보다는 군집 내 조성 차이를 반영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도 본 연 구의 분석 결과는 선행연구들의 보고와 일관성을 보였다. 기존 연구들에서도 개서어나무는 강한 내음성과 넓은 환경 적응폭을 지니며, 온대림에서 장기적으로 참나무류를 대체 할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극상수종으로 제시된 바 있다 (Choung, 2020;Yun et al., 2021). 따라서 본 연구에서 나타 난 개서어나무의 독립적인 분포 양상은 이러한 기존의 생태 학적 경향을 지지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종합하면, 화엄사 사찰림의 조사구와 수종 분포는 기온 (해발고)과 토양수분이라는 두 핵심 환경기울기에 의해 뚜 렷하게 구조화되었으며, 이는 TWINSPAN 분석 결과와도 일관성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본 지역 식생을 8개 유형으 로 신뢰성 있게 구분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동시에 국지적 미기후와 토양조건이 군집구조와 종조성, 더 나아가 장기적 인 식생천이의 주요 동력으로 작용함을 시사한다. 실제로 Jung and Park(2025)의 비교 분석에 따르면, 1915년 소나무 림의 68% 이상이 현재 활엽수림으로 전환되었고, 활엽수림 지역은 신갈나무, 졸참나무, 개서어나무 등으로 세분되었으 며, 초지 또한 소나무와 활엽수 우점군락으로 변하였다. 이 는 해발고와 토양수분이 입지별 식생 변화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임을 잘 보여준다.
2. 상대우점치 및 흉고직경급 분석
8개 군락 유형으로 조사구 데이터를 통합하여 층위별 상 대우점치와 흉고직경급 분포를 분석하였다(Table 2). 군락 Ⅰ은 교목층에서 졸참나무가 상대우점치(IP) 35.9%로 가장 우점하였고, 개서어나무가 28.0%로 뒤를 이었다. 그 외에도 층층나무, 고로쇠나무, 곰의말채나무, 벚나무류, 합다리나 무 등이 출현하였다. 아교목층에서는 개서어나무, 나도밤나 무, 비목나무, 졸참나무, 쪽동백나무, 당단풍나무 등이 우점 하였으며, 관목층에서는 조릿대가 밀생하는 가운데 쪽동백 나무, 노각나무, 비목나무 등이 함께 분포하였다. 흉고직경 급 분석을 보면, 대경목(흉고직경 8㎝ 이상)에서는 졸참나 무와 개서어나무의 개체수가 많았으며, 층층나무, 벚나무 류, 곰의말채나무 등이 일부 출현하였다.
군락Ⅱ는 TWINSPAN과 DCA 분석에서 군락Ⅰ과 인접 하게 배열되어 유사한 입지 환경을 공유하는 것으로 판단되 었다. 교목층에서는 졸참나무가 IP 46.3%로 가장 우점하였 고, 개서어나무(IP 12.3%), 굴참나무(IP 11.5%), 소나무(IP 10.6%) 등이 뒤를 이었다. 아교목층에서는 졸참나무의 상대 우점치(IP 2.4%)가 낮았으며, 대신 개서어나무(IP 35.7%)가 뚜렷한 우점을 보였다. 또한 당단풍나무(IP 17.9%)와 때죽나 무(IP 10.4%)도 주요 수종으로 출현하였다. 관목층은 군락Ⅰ 과 마찬가지로 조릿대가 밀생하였다. 흉고직경급 분석에서 는 졸참나무가 대경목과 중경목에 고르게 분포하여 가장 많은 개체수를 보였고, 소나무와 굴참나무도 유사한 경향을 나타냈다. 반면, 개서어나무는 소경목 개체가 두드러지게 많아 향후 세력 확장의 잠재성을 시사하였다. 군락Ⅰ과 군락 Ⅱ의 평균 해발고는 각각 828.4m와 592.8m로, 모두 저지대 계곡부에 위치하며 다양한 낙엽활엽수종이 출현하는 전형적 인 졸참나무-개서어나무군락으로 해석된다. 특히 흉고직경 급 분석과 아교목층 구조를 고려할 때, 두 군락 모두 현재는 졸참나무 우세가 뚜렷하나 장기적으로는 개서어나무의 세력 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군락Ⅲ과 군락Ⅳ는 TWINSPAN 및 DCA 분석에서 서로 인접하게 배열되었으며, 모두 저지대의 건조한 토양 환경에 적응력이 뛰어난 소나무를 식별종으로 하는 군락이었다. 그 러나 두 군락은 교목층 구조와 경쟁 수종의 분포에서 뚜렷 한 차이를 보였다. 군락Ⅲ은 교목층에서 소나무의 상대우점 치가 가장 높아 소나무군락으로 정의되었으며, 경쟁 수종인 졸참나무(IP 12.4%)와 개서어나무(IP 4.6%)는 상대적으로 세력이 미약하였다. 흉고직경급 분석에서도 소나무는 대경 목이 집중된 반면, 개서어나무와 졸참나무는 중·소경목의 개체수가 많아 잠재적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반면 군 락Ⅳ는 교목층에서 소나무의 상대우점치가 18.3%로 낮아 졌으며, 굴참나무(IP 18.1%), 개서어나무(IP 17.6%), 편백 (IP 17.2%), 졸참나무(IP 9.8%) 등 경쟁 수종들의 세력이 강하게 나타났다. 흉고직경급에서도 소나무의 대경목 비율 은 낮은 반면, 경쟁 수종은 대경목과 중경목의 개체가 다수 분포하였다. 해발고는 군락Ⅲ이 평균 423.4 m, 군락Ⅳ가 377.3 m로 모두 저지대 사면부와 능선부, 계곡부에 위치하 였으며, 군락Ⅲ은 소나무 우점이 유지되는 반면, 군락Ⅳ에 서는 개서어나무와 활엽수종의 세력이 확장되면서 소나무 에서 활엽수로 천이가 진행 중인 군락으로 해석된다. 특히 DCA 분석에서 군락Ⅳ는 제2축 상단에 배열되었는데, 이는 토양수분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환경조건을 반영하는 것으 로 판단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소나무보다 개서어나무와 같 은 활엽수종이 높은 적응력을 보이므로, 이 지역에서는 활 엽수종의 세력 확장과 더불어 식생천이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군락Ⅴ와 군락Ⅵ은 모두 능선부와 사면중부에 분포하는 소나무 우점군락으로 확인되었다. 군락Ⅴ는 평균 해발고 464.4 m의 비교적 저지대에 위치하였으며, 교목층에서 소나 무의 상대우점치가 72.9%로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경쟁 수종으로 졸참나무(IP 10.1%)와 신갈나무(IP 7.9%)가 아교 목층에서 출현하여 잠재적 식생천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군락Ⅵ은 교목층에서 소나무의 상대우점치가 94.4%로 압도 적으로 높아 소나무의 단순 우점이 뚜렷하였다. TWINSPAN 및 DCA 분석 결과, 두 군락은 서로 인접하게 배열되어 유사한 입지 환경을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까지 소나 무 우세가 유지되는 환경적 조건을 반영하거나, 과거 조림 및 관리와 같은 인위적 간섭으로 현 군집구조가 지속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군락Ⅶ(평균 해발고 1,048m)과 군락Ⅷ(1,233m)은 모두 신갈나무를 식별종으로 하며, 상대적으로 고지대에 분포하는 군락으로 확인되었다. 군락Ⅶ은 개서어나무의 상대우점치가 39.6%로 가장 높았고, 이어서 신갈나무(31.7%), 소나무 (24.1%), 물푸레나무(1.2%) 등이 나타나 계곡부와 사면 상부 에서 개서어나무와 신갈나무가 경쟁적으로 출현하는 양상을 보였다. 반면 군락Ⅷ은 조사구 중 가장 높은 해발고에 위치한 능선부 군락으로, 교목층에서 신갈나무(IP 87.6%)가 압도적 으로 우점하였으며, 아교목층에서는 철쭉(IP 15.3%)과 쇠물 푸레나무(IP 13.7%)의 출현 빈도가 높게 나타났다.
앞선 확인된 바와 같이, 개서어나무는 계곡부와 사면부를 중심으로 넓은 범위의 환경에서 출현하여 상대적으로 환경 적응폭이 넓은 수종으로 평가된다. DCA 수종 서열분석 결 과, 개서어나무와 신갈나무는 토양수분 조건에서는 유사한 분포를 보였으나, 기온 기울기에서는 신갈나무가 더 강한 내한성을 지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고지대에서는 신 갈나무의 세력이 장기적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판단된다.
3. 유사도지수
유사도지수는 값이 클수록 두 군락의 종조성이 더 비슷함 을 뜻한다(Kent, 2012;Legendre and Legendre, 2012). 이 를 반대로 읽으면 β-다양성으로, 유사도가 낮을수록 환경기 울기를 따라 군락 간 종조성이 더 크게 달라진다는 의미한 다. 유사도지수가 가장 높은 값은 군락 Ⅴ-Ⅵ(67.96)과 군락 Ⅰ-Ⅱ(64.01)에서 관찰되었다(Table 3). 군락 Ⅴ·Ⅵ은 능선 부·사면상부의 소나무군락으로 분류 및 서열분석 모두에서 인접하며, 동일한 교란 이력과 건조한 토양조건을 공유할 가능성이 크다. 군락 Ⅰ·Ⅱ 또한 계곡부 저지대의 졸참나무- 개서어나무군락으로, 비옥·다습한 조건에서 공통 종조성과 층위 구조를 갖기 때문에 유사성이 높게 산출된 것으로 해 석된다. 분석 결과, 군락 Ⅴ와 Ⅵ(67.96), 그리고 군락 Ⅰ과 Ⅱ(64.01)에서 가장 높은 유사도 값이 관찰되었다. 군락 Ⅴ 와 Ⅵ은 능선부와 사면 상부의 소나무군락으로, 동일한 교 란 이력과 건조한 토양조건을 공유하여 종조성이 유사하게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마찬가지로, 군락 Ⅰ과 Ⅱ는 계곡 부 저지대의 졸참나무-개서어나무군락으로, 비옥하고 다습 한 환경에서 공통된 종조성과 층위 구조를 형성하여 유사성 이 높게 산출되었다. 반대로, 최젓값은 저지대 침활혼효군 락(Ⅳ)과 해발고도 1,200m 내외의 신갈나무군락(Ⅷ) 사이 에서 나타났다(3.34). 이는 해발고도, 기온, 풍노출, 토양수 분 등 두 군락 간의 강한 입지환경 차이를 반영한다. 즉, 유사도지수는 해발고도 및 토양수분 기울기를 따라 체계적 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이는 서로 다른 생태적 지 위에 자리한 군락 간에는 종 교체(turnover)가 심화함을 보 여준다(Whittaker, 1972;ter Braak and Prentice, 1988). 이 러한 군락 간 유사성 패턴은 TWINSPAN을 통한 군락 분류 결과와 DCA 서열분석 결과와도 일치하였다. TWINSPAN 의 Level 3에서 같은 가지에 위치하거나 DCA 평면상에서 가까운 군락일수록 유사도지수가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 과는 이들 분석기법이 종조성의 비유사성(거리)을 근사한 다는 속성(Hill, 1979a;Hill and Gauch, 1980)과 부합한다.
생태적 관점에서, 해발고도와 토양수분이라는 두 가지 환 경기울기가 군락 간의 β-다양성, 즉 종 교체 현상을 주도하 는 것으로 해석된다. 건조 척박지의 저지대 토양 환경은 내 건성 및 교란 내성이 강한 소나무군락(Ⅴ·Ⅵ)이 유사해지도 록 유도했으며, 다습하고 비옥한 계곡 환경은 낙엽활엽수림 인 졸참나무-개서어나무군락(Ⅰ·Ⅱ) 사이의 유사성을 높였 다. 반면, 고도 상승에 따른 저온 및 토양 척박화는 신갈나무 군락(Ⅷ)을 다른 군락들과 분리시켜, 계곡부 저지대 침활혼 효군락(Ⅳ)과의 유사성을 극단적으로 낮추는 결과를 초래 했다. 요약하면, 군락 간의 유사성 패턴은 해발고도와 토양 수분이 주도하는 환경 여과와 종 교체 과정을 반영하며, 이 는 연구대상지의 식생을 8개 군락 유형으로 구분하는 생태 적 근거를 뒷받침한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가 휘태커(Whittaker) 유사도지수, TWINSPAN, DCA의 3가지 기법을 병행해 분석한 것은 β- 다양성의 정량화, 군락 경계 설정, 연속적 전이 시각화라는 상호보완적 정보 층위를 통합하여 결론의 타당성과 학술적 신뢰도를 강화하는 절차로 이해할 수 있다(Legendre and Legendre, 2012).
4. 연륜분석
본 연구에서 분석된 군락별 대표 수목의 연령 구조는 화 엄사 사찰림의 식생 발달 단계와 천이 동태를 해석하는 중 요한 단서를 제공했다(Table 4). 고지대에 위치한 군락 Ⅷ (평균 74.0년), 군락 Ⅶ(평균 62.0년), 군락 Ⅰ(평균 61.8년) 은 장령목 중심의 안정된 개체군을 형성하였다. 이러한 결 과는 고지대라서 상대적으로 교란이 적고 보전이 지속된 환경에서 장기적으로 안정된 군집구조가 유지되었음을 의 미하며, 동아시아 온대 낙엽활엽수림의 극상단계로의 이행 가능성을 보여준다.
반면, 군락 Ⅵ은 평균 47.6년으로 비교적 낮은 연령대를 보이며, 주로 소나무가 우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70년대 사면부에 조성된 인공림의 흔적으로 해석된다. 또한 군락 Ⅲ·Ⅳ·Ⅴ 역시 소나무가 48.0∼56.3년의 유사한 연령대를 보이며, 동일시기에 이루어진 인위적 조림의 결과 로 판단된다. 그러나 이들 군락에는 졸참나무(70.0, 76.0년), 개서어나무(55.0년)와 같은 활엽수종이 공존하여, 소나무 와 활엽수 간 경쟁구조가 형성되었다. 이는 소나무림이 세 대교체 능력의 한계를 보이지만, 활엽수종이 지속해서 유 입·재생되면서 종 교체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더불 어 편백과 리기다소나무 등 조림수종의 출현은 동일시기의 조림사업을 반영한다. 그러나 연령 구조와 활엽수종의 갱신 동태를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는 이들 조림수종의 쇠퇴와 함께 낙엽활엽수 우점림으로의 전환이 예상된다. 이러한 결 과는 소나무림에서 졸참나무·개서어나무림으로의 전환이 라는 한국 온대 낙엽활엽수림의 전형적 천이계열(Kang and Oh, 1982;Park et al., 1988)이 화엄사 사찰림에서 실증적으 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5. 종합고찰
본 연구는 지리산 화엄사 사찰림의 식물군집구조와 식생 천이 동태를 규명하기 위해 TWINSPAN과 DCA 분석을 적용하여 8개 군락 유형을 도출하였다. 이들 군락은 해발고 도와 토양수분이라는 핵심 환경요인에 따라 뚜렷한 분포 양상을 보였다. 특히, 졸참나무-개서어나무군락(군락Ⅰ·Ⅱ) 은 계곡부의 비옥한 토양에 분포하면서 교목층에서 층층나 무, 고로쇠나무 등 수분 요구도가 높은 수종이 함께 출현하 였다. 이는 내음성이 강한 개서어나무가 장기적으로 교목층 우점종으로 부상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는 동아시아 온 대림에서 보고된 일반적 천이계열인 소나무림에서 참나무 림을 거쳐 서어나무·개서어나무림으로 이행하는 과정(e.g. Kang and Oh, 1982;Park et al., 1988;Kim et al., 2010;Choung, 2020;Yun et al., 2021)과 대체로 부합하였다.
반면, 소나무군락(군락Ⅲ·Ⅴ·Ⅵ)은 주로 건조한 사면과 능선부에 분포하고 있었으나, 흉고직경급별 분석에서 소나 무 개체군은 주로 대경목에 집중된 반면, 졸참나무와 개서 어나무는 중·소경목 개체가 다수 확인되었다. 이는 현재의 소나무림이 세대교체 능력이 제한적이며, 장기적으로는 활 엽수림으로 대체될 것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경향은 국내 다른 산지에서 보고된 소나무림 쇠퇴 현상(e.g., Choung, 2020;Kim et al., 2024)과도 맥을 같이한다. 특히 군락Ⅳ (소나무-굴참나무군락)의 경우, 토양수분이 높은 사면 하부 에서 활엽수종의 세력이 뚜렷이 확장되는 양상을 보여, 소 나무림이 낙엽활엽수림으로 이행하는 과도기적 단계를 잘 보여준다. 고지대 군락(군락Ⅶ·Ⅷ)에서는 신갈나무가 우점 하며, 토양수분 조건에 따라 개서어나무와의 혼생 여부가 결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리산 고지대에서 보고된 신갈나무림의 분포 패턴(Yeon et al., 2006;Park et al., 2020)과 일치하며, 기온과 토양수분이라는 환경요인이 군 집구조를 결정하는 핵심 인자임을 재확인시켜 준다. DCA 분석에서 제1축이 해발고, 제2축이 토양수분과 관련됨이 확 인된 것은 이러한 결과를 수치적으로도 뒷받침한다.
화엄사 사찰림의 장기적 식생 변화는 동아시아 온대림의 천이계열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이다. Jung and Park(2025)은 1915년 조사 이후 약 한 세기 동안 소나 무림의 65%가 활엽수림으로 대체되었음을 보고했으며, 특 히 해발 400∼900m 구간에서 개서어나무와 졸참나무 중심 의 낙엽활엽수림으로의 종 교체가 활발히 진행되었음을 밝 혔다. 반면 900m 이상의 고지대에서는 신갈나무림이 극상 단계를 유지하며 상대적 안정성을 보였다. 본 연구는 이러 한 장기적 변화를 단순한 식생 유형의 교체로만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존 군락의 구조적·동태적 특성과 환경요 인을 결합하여 해석함으로써, 소나무림 쇠퇴와 활엽수림 확 장의 생태적 메커니즘을 더욱 구체화하였다. 이는 소나무림 이 장기적으로 천이 단계를 거쳐 참나무류와 서어나무류로 전환되는 과정임을 실증적으로 뒷받침한다. 두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화엄사 사찰림은 한국 온대 낙엽활엽수림의 전형 적 천이계열 즉, 소나무림 → 참나무림 → 서어나무·개서어 나무림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온대림 천이계열을 일반화하는 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현대 생태학 관점에서 식생천이는 하나의 안정된 극상으로 수렴하는 단선적인 계열로 간주하지 않는다. Clements(1916)가 제시했던 규범적 천이 이론은 지역 식생 의 장기적 방향성을 설명하는 데 기여했으나, 이후 Gleason (1926)은 식물군집을 유기체적 단위가 아닌 개별 종의 집합으 로 이해해야 하며, 천이 또한 우연성과 환경조건의 상호작용 때문에 다양한 경로를 가질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이후 Connell and Slatyer(1977)가 제시한 촉진(facilitation), 억제 (inhibition), 내성(tolerance) 모델은 교란 이후 천이가 진행되 는 다양한 메커니즘을 설명하며 비평형적 관점의 기반을 마련하였다. 현재는 특정 극상으로의 일방적 수렴보다는 교 란의 강도와 빈도, 종자원의 가용성, 종 확산의 기회적 사건, 역사적 맥락에 따라 여러 가지 안정 상태가 나타날 수 있는 다경로적 천이(multiple successional pathways)로 이해되고 있다(Pickett et al., 1987;Chazdon, 2008). 이러한 시각은 산림생태계 연구에서도 확장되어, 같은 출발점의 식생이라 하더라도 입지 조건, 교란 이력, 관리 체제에 따라 서로 다른 천이계열과 식생 구조가 전개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화엄사 사찰림에서 관찰되는 소나무림의 쇠퇴와 낙엽활엽수림의 확장은 단순한 계열적 극상 도달의 사례라기보다는, 장기간 의 역사적 맥락과 입지 특성이 반영된 비평형적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화엄사 사찰림에서 관찰되는 소 나무림의 쇠퇴와 활엽수림의 확장은 단순히 극상에 도달하 는 계열적 과정이라기보다는, 장기간의 역사적 맥락과 입지 특성이 반영된 비평형적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타당할 수 있다. 특히, 일제강점기와 근현대에 심각한 벌채 압력을 받은 일반 산림과 달리(Choi, 2014), 전영우의 「한국의 사 찰숲(2016)」에서 지적했듯이 화엄사 사찰림은 금표와 경계 를 통해 오랜 기간 보호됐다는 점은 이 지역의 식생이 안정 적인 천이를 지속할 수 있었던 중요한 배경 요인으로 작용 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화엄사 사찰림은 한국 사찰림 이 지닌 문화적·생태적 가치가 결합한 독특한 사례로 평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본 연구는 몇 가지 한계를 가진다. 1915년 조사와 현재 연구 사이에 중간 시점의 장기 모니터 링 자료가 부족하여, 천이 과정을 연속적으로 추적하기 어 렵다는 점이다. 또한, 종조성 및 군집구조의 변화는 파악했 으나, 종간 경쟁, 종교체 속도, 개체군 생장률 등 동태적 지표에 대한 정밀한 분석은 제한적이었다.
종합하면, 화엄사 사찰림은 현재 소나무 우점림에서 낙엽 활엽수 우점림으로의 전환이 뚜렷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 는 동아시아 온대림에서 기왕 보고된 보편적 식생천이 경향 과 일치했다. 본 연구의 결과는 장기간에 걸친 보호 관리와 제한된 인위적 교란, 그리고 폭넓은 해발고도 범위와 다양 한 입지환경 조건 속에서 이루어진 100여 년간의 식생 변화 를 추적함으로써, 해당 지역에서의 천이 과정을 실증적으로 논의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의가 크다. 이는 동아시아 온대림의 장기적 군집구조 변화와 천이 메커니즘 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사례를 제공했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