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바람이 구멍에서 나오는데 몹시 차서 초여름에도 반드 시 얼음이 얼었다.’ 조선 전기 지리서 『신증동국여지승람』 에서 발견된 풍혈의 기록이다. 1926년 동아일보에는 의성 빙계동 풍혈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다. ‘빙혈과 풍혈에 들어가면 십 분을 있지 못할 만큼 추우며······ 빙혈 (氷穴)에는 수정만큼 투명한 얼음이 얼어서······ 풍혈에는 찬 바람이 나오며,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이 나온다.’ 이처럼 과거부터 우리나라에는 풍혈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늘날의 풍혈(風穴, Wind-Hole)은 빙하가 발달했던 과 거 주빙하(periglacial) 환경에서 지형 발달 과정을 거쳐 형 성된 암설 사면에 위치하며, 여름철에는 찬 공기 혹은 얼음 이 어는 현상이 나타나거나, 겨울철에는 따뜻한 바람이 불 어 나오는 현상을 말한다(Kong et al., 2011). 본 연구에서 미기후 특성이 발생하는 현상을 풍혈, 풍혈의 영향이 나타 나는 지역을 풍혈지(風穴地)로 구분하였다(Kim and Park, 2016).
미기상학적 현상이 일어나는 풍혈에 관한 연구는 과거부 터 진행되어 왔다. 국내에서는 1968년 밀양 얼음골의 여름 철 결빙 현상에 관한 연구(Kim, 1968)를 시작으로 밀양 얼 음골의 하계 결빙현상에 관한 연구(Bae, 1990), 밀양 얼음 골과 의성 빙계계곡 동계현상에 대한 지형학적 연구(Jeon, 2001), 정선 운치리 얼음골 결빙현상에 관한 연구(Jeon, 2002), 재약산 얼음골의 온혈에 대한 연구(Byun et al., 2004), 밀양 얼음골의 결빙형성에 관한 연구(Hwang et al., 2005) 등 주요 풍혈지의 풍혈 현상에 대해 다양하게 연구되 었으며, 최근까지도 덕산리 얼음골의 냉각 및 하계 결빙에 관한 연구(Lee at al., 2015), 무등산 너덜지대의 온혈 현상 (Park, 2017) 등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해외에서도 풍혈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특히, 일본에서는 한국 얼음골 과 함께 나카야마 풍혈에 대한 연구(Tanaka et al., 2000a), 나카야마 지역의 여름철 얼음 결빙 현상에 관한 연구 (Tanaka et al., 2000b) 등이 있으며 이외에도 미국 풍혈지 에 관한 연구(Christy et al., 1991), 미국 남부에서 애추형에 대한 지질 및 지구물리학적 조사(Andrews, 2003), 풍혈지 예측 연구(Shimokawabe et al., 2015) 등이 있다. 이러한 연구들을 바탕으로 현재까지 풍혈 현상에 대한 메커니즘은 12가지 정도의 가설이 존재하며, 한국에는 25개의 풍혈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Korea National Arboretum, 2013). 유형별로 크게 애추형, 동굴형, 함몰형으로 분류되는 데, 애추형 풍혈은 암설 사이에 빈틈이 발달하였으며, 동굴 형 풍혈은 동굴 내부에서 바람이 나오는 형태이다. 마지막 으로 함몰형 풍혈은 암석 사면에서 경사가 급변하는 지점에 웅덩이처럼 지표가 함몰되거나 꺼져서 만들어진 풍혈이다.
한편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한 토지이용 변화와 서식지 단절 로 인해 생물다양성이 급격히 감소하는 가운데, 풍혈지는 극 지·고산식물이 잔존종으로 유지될 수 있는 ‘섬 피난처(insular refugia)’로 주목받고 있다. 플라이스토세(pleistocene) 빙기 동안 한랭을 피해 남하했던 북방계 식물은 현재 국지적인 환경에 적응해 잔존하고 있으며(Kong, 2002), 이와 같은 맥락 에서 풍혈은 기후변화로 서식지가 축소·소실되는 북방계 식물 의 중요한 식물지리학적 피난처로서 가치가 크다(Kong et al., 2011).
최근 풍혈에 관한 연구는 원리와 지형학적 특징 파악을 넘어, 풍혈지에서 나타나는 국소적인 기후 현상으로 인해 유지되고 있는 생물과 공간 그 자체가 중요한 연구 대상으 로 부각되고 있다. 생물다양성, 서식지 외 보전(ex situ conservation) 및 복원을 위한 관점으로 풍혈지의 종조성에 관한 연구(Kim et al., 2006), 풍혈의 환경 특성과 식물지리 적 가치를 다룬 연구(Kong et al., 2011), 풍혈의 공간적 분포 특징과 관리 방안(Kong et al., 2012), 한반도 풍혈지의 식생구조에 관한 연구(Kim and Yun, 2013), 풍혈 관속식물 상과 보전관리 방안(Kim et al., 2016), 북방계 선태식물에 관한 연구(Kim et al., 2019) 그리고 풍혈지의 식물자원 및 기능 분석을 통한 보전 및 관리방안에 관한 연구(Hwang et al., 2023) 등이 있다.
이처럼 풍혈에 관한 연구가 지속되어 왔으나, 기존의 선 행 연구에서는 풍혈지를 “여름에는 차가운 공기가 나오거 나, 겨울에는 따뜻한 공기가 유출되는 지형”으로 정의하는 데 그치고 있다. 그러나 풍혈과 풍혈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 기준과 미기후 특성에 관한 체계적 연구는 아직 확립되지 않은 상황이며, 특히 미기후 특성에 대해서는 일부 주요 풍 혈지를 제외하고 정량적인 차이 도출 및 수치화한 연구 사 례가 미진하다. 이에 본 연구는 풍혈지 10개소를 대상으로 입지 환경, 수문지형 및 하천 영향, 미기후 특성을 분석하여, 풍혈지의 전반적인 특성을 파악하고, 미기후 특성에 대한 정량적 분석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풍혈지가 지닌 미기후 및 지질학적 특성과 생물다양성 보전 가치를 바탕으 로 보호지역 지정 및 기타 효과적인 지역기반 보전 수단 (OECM) 등재를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방법
1. 연구대상지
풍혈은 국소적인 미기상학적 현상을 나타내는 특이점으 로 시민들의 제보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신규 풍혈지가 계속 발굴되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발굴되지 못한 잠재적 풍혈지가 존재한다고 예측한다. 본 연구에서는 『한국의 풍 혈』(KNA, 2013)을 참고하여 15개소의 미기후 데이터를 수 집하였으나, 북방계식물의 유무, 데이터 결측값 등을 고려 하여 최종적으로 10개소를 선정하였다(Table 1). 대상지는 동막리(Dongmakri), 방내리(Bangnaeri), 박지골(Bakjigol), 여탄리(Yeotanri), 금수산(Geumsusan), 구병산(Gubyeongsan), 북두문(Bukdumun), 월악산(Woraksan), 화산(Hwasan), 함 화산(Hamhwasan)이다. 유형별로 분류하면 애추형 6개소, 함몰형 3개소, 동굴형 1개소로 애추형이 가장 많은 유형을 차지한다.
10개소 풍혈지는 다음과 같은 특징과 식물상(Kim et al., 2016;Hwang et al., 2023;KNA, 2023;KNA, 2024)이 확인되었으며, 희귀식물은 KNA(2008), 북방계식물은 Kim et al.,(2006), KNA(2010)를 참고하였다. 동굴형인 동막리 는 암설의 크기가 큰 바위와 함께 작은 애추가 발달하였으 며, 희귀식물인 차꼬리고사리(Critically Endangered; CR), 흰인가목(Endangered; EN), 북방계식물에는 주저리고사 리, 검종덩굴, 흰인가목과 복자기가 기록되었다. 함몰형인 금수산에서는 희귀식물 백작약(Vulnerable; VU), 북방계식 물은 주저리고사리, 꼬리까치밥나무가 관찰되었다. 구병산 은 겨울철 따뜻한 공기가 분출되는 온혈로 알려져 있으며 (KNA, 2024), 북방계식물인 주저리고사리, 회리바람꽃이 나타난다. 함화산은 특산식물이자 희귀식물인 꼬리말발도 리(EN)가 산발적으로 발견되었으며, 해발 1,000m 이상에 서 출현하는 마가목이 생육하고 있다. 애추형인 방내리는 극지·고산식물로 대표적인 빙하기 유존종인 월귤(CR)과 북 방계식물인 주저리고사리, 검종덩굴, 인가목 등이 자생하고 있다(Kong and Lim, 2008). 박지골은 희귀식물 흰인가목 (EN), 땃두릅나무(EN)가 확인되었고, 두 종 모두 북방계식 물로도 분류된다. 이외에도 꼬리까치밥나무, 각시괴불나무 등이 발견되었으며, 좀미역고사리와 주저리고사리가 넓게 분포하였다. 여탄리 풍혈은 멸종위기종 산작약(CR), 북방 계식물 당개지치와 강원도를 포함한 이북에서 해발고도 900-1,200m의 높은 산지에서 자라는 노랑투구꽃이 분포한 다(Lee et al., 2022). 이외에도 북두문에서는 회리바람꽃, 월악산에서는 도깨비부채, 회리바람꽃, 화산에는 등칡 등 북방계식물이 관찰되었다.
2. 환경 특성 분석
1) 입지 물리환경 특성
풍혈지 형성에 중요한 지형적, 지질학적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지형 요소인 해발고도, 사면방위, 경사, 산록 구분과 지질, 산림토양의 특성을 정리하였다. 이때, 경사는 15도 미만을 완경사지, 15~20도 미만을 경사지, 20~25도 미만을 급경사지, 25~30도 미만을 험준지, 30도 이상을 절험지로 구분하였다. 해발고도, 사면방위, 경사는 국토지리정보플랫 폼(https://map.ngii.go.kr/)을 활용한 GIS 분석을 진행하였으 며, 지질은 지오빅데이터 오픈플랫폼(https://data.kigam.re. kr/), 산림토양은 산림청 산림입지토양도(https://www.forest. go.kr/)를 활용하였다.
2) 수문지형 및 하천 영향 특성
풍혈 현상 발생에 관한 여러 요인 중 계곡의 방향과 경사 와 같은 지형적 특수성 가설, 애추 아래 물이 증발하는 과정 에서 얼음이 어는 기화열의 빙점 유도설, 저온의 바위에 냉 각되어 풍혈이 형성되는 단열 팽창설 등 풍혈 발생 메커니 즘의 여러 가설들을 통해 수계와 영향이 있을 것으로 판단 하였다(Bae, 1990;Jeon, 2001). 이에 풍혈지와 가장 인접한 기상청의 방재기상관측(Automatic Weather System, AWS) 지점에서 미기후 측정 기간과 동일한 기간의 연간 강수량을 이용하여 강수에 대한 일반적인 현황을 파악하였다. 그리고 수계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수계망 분석(channel network), 차수 분석(stream order)과 풍혈지와 수계와의 최단거리를 분석하였다.
3) 미기후 특성
대상지의 1년 간의 시계열적 미기후 변화를 파악하기 위 해 풍혈지, 풍혈지가 소재한 시군소재지의 기상청 종관기상 관측(Automated Synoptic Observing System, ASOS)과 비 교하였다. 풍혈지 기상측정장비 설치지역은 애추나출지역 또는 풍혈 효과가 직접적으로 미치는 지점으로 설정하였으 며, 기상청의 해당 소재지의 기상관측소가 없는 경우 가장 가까운 소재지의 기상관측 데이터를 사용하거나, 2지점 이 상에 대한 평균값을 사용하였다.
풍혈지와 시군소재지의 미기후 차이에 대한 유의성을 판 단하기 위해 대응표본 T검정(paired t-test)을 실시하였으며, 평균기온, 평균상대습도를 시계열적으로 파악하였다. 이후 기온 차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여름(6~8월)과 가장 적게 발생하는 겨울(12~2월)에 대해 평균기온, 평균상대습도 차 이를 파악하였으며, 풍혈지에 잔존하는 북방계식물, 희귀· 특산식물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온량지수 (Warmth Index, WI)와 한랭지수(Coldness Index, CI)를 계 산하였다(Kira, 1948, Formula 1, Formula 2). 생육가능 기 간 동안 누적 열량인 온량지수와 한랭기의 냉량 세기를 나 타내는 한랭지수는 식생, 농업 분야에서 사용되는 기후지수 로 식물의 생육과 발달, 산림의 분포, 북방 한계선을 나타낼 때 사용된다(Yim and Kira, 1975, Kim et al., 2015). 미기 후 측정은 기상측정장비(HOBO U23 Pro v2 Temperature/ Relative Humidity Data Logger)를 설치하여 30분 간격으로 측정하였으며, 측정 기간과 기상청 수집 위치는 Table 2와 같다. 분석은 QGIS 3.28.7, R version 4.4.2를 사용하였다.
[Formula 1]
[Formula 2]
결과 및 고찰
1. 풍혈지 환경 특성 분석 결과
1) 입지 물리환경 특성
10개소 풍혈지에 대한 전반적인 환경 특성을 정리하였다 (Table 3, Figure 1). 해발고도는 80~840m(평균 450±275m) 사이에 분포하였는데, 다양한 해발고도에서 나타나는 것으 로 보아 해발고도보다 타 지형·지질 조건이 풍혈 형성에 더 중요한 요인이 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사면방위는 북사 면(60%), 북서사면(20%)에 주로 분포하는데, 이는 일사량 이 적고, 기온 변화 폭이 작은 특징을 가진다. 여탄리, 월악 산의 경우 각각 동사면, 남사면에 위치하였으나, 남사면에 위치하여도 맞은편 산지에 의해 일사량이 매우 적은 의성 빙계리(Jeon, 2001)를 참고하면, 해당 풍혈지에 대한 추가 적인 지형적 특성을 파악하여 비교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풍혈의 분포가 공통적으로 급경사지(40%), 산록말 단(60%)에 위치하는 점을 고려해 보았을 때, 산과 평지(하 천)가 만나는 급경사 지역에 풍혈이 잘 발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질은 중생대 백악기(50%), 산림토양은 갈색산림 토양(50%)이 가장 많은 분포를 차지하였다.
2) 수문지형 및 하천 영향 특성
풍혈지의 수문지형 및 하천 영향 특성은 Table 4와 같다. 풍혈지의 연간 강수량은 최소 890㎜(박지골)에서 최대 1,660㎜(함화산)까지 분포하며, 평균 강수량이 1,212±256 ㎜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연간 강수량인 약 1,277㎜와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고르게 물이 유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계망(channel network) 분석과 하천 차수(stream order) 분석을 통해 하천과 지류의 공간적인 구조를 분석할 수 있으며, 유출 경로 등을 파악할 수 있다. 분석 결과, 10개 소 중 6개소(60%)는 수계와 직접적으로 접하고 있으며 (Figure 2), 4개소(40%)는 접하지 않았으나 4개소에 대해 수계와의 최단(직선)거리는 최소 140m(동막리)~최대 320m(구병산), 평균 177m로 나타났다. 또한, 접한 하천의 차수는 대체로 1~2차 지류가 많아 소유역 규모의 배수망과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종합해 보면 풍혈지가 전반 적으로 수계와 붙어있거나, 매우 인접하게 자리하고 있다.
3) 미기후 특성
(1) 풍혈지와 기상청의 미기후 비교와 통계 검정
10개소 풍혈에 대한 평균기온은 9.7±9.4℃, 풍혈지가 속한 시군 소재지의 기상청 평균기온은 12.1±9.5℃로 1년 동안 약 2.4℃의 차이를 보였다(Table 5). 평균기온이 가장 낮게 관측된 곳은 방내리 풍혈(6.7±9.6℃)이었는데, 기상청과의 차이 또한 가장 크게 나타났다. 평균기온이 가장 높게 관측된 곳은 화산(11.9±8.5℃)이며, 기상청의 평균기온은 13.9±8. 4℃로 기상청과의 차이는 평균보다 작았다. 평균상대습도는 풍혈지(82.4±11.5%)가 기상청(70.9±9.4%)보다 약 11.5% 높았다. 평균상대습도가 가장 높게 관측된 곳은 월악산 (89.9±7.8%)이며, 기상청(70.2±11.3%)은 평균과 큰 차이가 없었다. 가장 낮게 관측된 곳은 함화산(74.7±12.9%)으로 기 상청(64.5±6.5%) 또한 10개소 중 가장 낮게 나타났다.
풍혈지와 기상청 시군소재지의 1년 간의 평균기온, 평균 상대습도를 확인 후 미기후 차이를 통계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정규성 검정과 대응표본 T검정(paired t-test)을 실시하 였다. 정규성 검정 결과, 기온과 습도 모두 정규성을 만족하 였다. 이를 기반으로 대응표본 T검정을 진행하였을 때, 풍 혈지와 시군소재지 기상청의 기온 및 상대습도가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p<0.05). 특히, 방내리의 경우 t값이 기온 -22.1, 습도 22.2로 기온 및 상대습도가 차이가 가장 크게 나타나 풍혈의 기능을 가장 잘 보여주었다. 기온의 t값이 가장 작은 기온의 경우는 박지골(–2.3)이며, 습도는 화산이 t값 3.3로 차이가 가장 작았다.
(2) 풍혈지와 기상청의 미기후 시계열 분석
풍혈지에서 기상청의 평균기온 및 평균상대습도를 뺀 결 과를 시계열로 살펴본 결과(Figure 3), 풍혈지가 기상청에 비해 평균기온이 일관적으로 낮은 경향이 나타났다. 다만, 두 지점에 대한 차이는 풍혈지마다 계절마다 폭이 상이하였 다. 기온이 상승하는 시기인 5월경부터 기온 차이가 발생하 기 시작해 6~8월까지는 기온 차이가 급격히 발생하다가, 겨울철에는 차이가 소폭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반면, 평균상대습도는 풍혈지가 기상청에 비해 전반적으로 높으 나, 계절에 따른 경향이 발견되지 않았다.
(3) 풍혈지와 기상청의 여름철, 겨울철 미기후
풍혈지와 시군소재지 기상청의 시계열 차이를 통해 풍혈 지와 기상청을 여름(6~8월), 겨울(12~2월)로 구분하여 기온 및 상대습도의 차이를 확인하였다. 그 결과 여름철 10개소 에 대한 풍혈지와 시군소재지 기상관측소의 기온 차이가 평 균적으로 약 -3.4℃ 차이가 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Table 6). 그중 함화산(-5.1℃), 방내리(-5.0℃), 금수산(-4.0℃) 순 으로 여름에 기온 차이가 가장 크게 두드러졌다. 특히, 방내 리는 여름철 평균기온이 18.9℃로 풍혈지 중 가장 낮은 평 균기온으로 관측되어, 평균기온이 가장 낮을 뿐만 아니라, 여름철 기온 차이가 큰 편에 속해 풍혈의 기능 중 냉혈의 기능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북두문은 풍혈지 와 기상청의 차이가 -2.1℃로 기온 차이가 가장 낮게 나타났 으며, 풍혈지의 평균기온(22.6℃) 또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여름철 평균상대습도의 경우, 풍혈지 93.4%, 기상청 79.4% 로 풍혈지와 기상청이 약 14% 차이가 나타났다. 방내리의 평균상대습도가 96.8%로 높은 편에 속했으며, 20.5%로 차 이가 가장 컸다. 반면, 동막리의 경우 풍혈지와 기상청의 차이가 4.8%로 가장 작았다.
겨울철 평균기온의 경우(Table 7), 풍혈지 평균(-3.8℃) 과 시군소재지 기상청 평균(-1.3℃)으로 약 -2.5℃ 차이가 발생했다. 방내리(-3.7℃), 함화산(-3.2℃), 금수산(-3.1℃) 순으로 기온 차이가 크게 발생하였으며, 박지골(-1.4℃)이 기온 차이가 가장 적게 나타났다. 겨울철에 풍혈지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는 곳은 화산(0.2℃)과 함화산(0.7℃)으로 다른 풍혈지에 비해 따뜻한 편이나 이는, 지역적인 차이도 함께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 겨울철 평균상대습도의 경 우, 풍혈지 81.5%, 기상청 64.6%로 약 16.9% 차이가 발생 하였다. 월악산이 풍혈지와 기상청의 차이가 30.3%로 가장 컸으며, 함화산이 12.4%로 가장 작았다. 풍혈지가 기상청보 다 겨울철 습도를 더 높게 유지하고 있는 편으로 보인다.
계절별 기온과 상대습도 차이를 시각화한 결과는 Figure 4와 같다. 전반적으로 여름철이 겨울철보다 변동성이 적고, 기온의 분포가 좁은 범위에 있는 점으로 볼 때, 기온 차이는 연중 발생하나 여름철이 겨울철에 비해 기온 변화가 일정하 고, 기온 차이는 더 큰 것으로 판단된다. 계절별 상대습도 차이는 겨울철이 여름철에 비해서 습도 변동성이 더 크며, 다양하게 관측되었다.
(4) 미기후 관련 지표
풍혈지와 시군소재지의 기온 데이터를 이용하여 식물의 공간적인 분포를 보여주는 온량지수(WI), 한랭지수(CI)를 도출하였다(Table 8). 온량지수는 풍혈지 87.6℃ㆍmonth, 시군소재지 110.0℃ㆍmonth이며 15.8~36.5(평균 22.4)의 분포 차이가 발생했다. 한랭지수는 풍혈지 -29.9℃ㆍmonth, 시군소재지 -20.0℃ㆍmonth로 -5.6~-17.6(평균 -9.9)의 분포 차이가 발생했다. 전반적으로 풍혈지가 시군소재지보다 온량 지수가 작고, 한랭지수가 높은 것을 볼 때, 풍혈지가 생육기에 누적되는 열량이 더 적고, 한랭기의 냉량이 강화된 미기후를 보인다는 뜻으로 파악된다. 특히 방내리(ΔWI -36.5, ΔCI -17.6), 함화산(ΔWI -33.2, ΔCI -9.3), 금수산(ΔWI -27.7, ΔCI -14.9)의 경우 타 풍혈지에 비해 차이가 커서 식생 분포에 있어 일반적인 식생과는 달라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온량지수와 한랭지 수로 5개의 지역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Yim and Kira, 1975), 함화산 같은 경우 WI 100℃ㆍmonth를 기준으로 온대남부 낙엽활엽수림과 온대남부 상록·낙엽활엽수림으로 구분이 되 거나, 금수산은 WI 85℃ㆍmonth를 기준으로 온대북부와 온대중부 기후대로 차이가 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 고찰
풍혈지에 대한 전반적인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한국의 풍혈지 10개소를 대상으로 입지 환경, 수문지형 및 하천 영향, 미기후 특성을 분석하였다. 풍혈지는 경사가 급한 산 록말단면, 북사면과 북서사면에 주로 분포하고 있었다. 10 개소에 대한 이러한 경향은 Kong et al.,(2011)이 제시한 풍혈지의 환경 특성과도 일치한다. 또한, 10개소 중 대부분 이 수계와 맞닿아 있거나, 하천 영향권 내부 또는 인접부에 위치하여 수계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지표수·지하수 교환 과 냉·온기 배출에 필요한 안정적 수분·열 공급 조건을 갖추 고 있다고 추정된다.
풍혈지와 시군소재지 기상청의 평균 온·습도를 분석한 결과, 풍혈지와 기상청의 온·습도 차이가 유의미하게 (p<0.05) 발생하였다. 다만, 기온 차이는 풍혈지마다 상이하 였는데, 여름철에는 평균적으로 풍혈지와 기상청이 약 3. 4℃ 이상, 겨울철에는 약 2.5℃ 이상 차이가 발생하였다. 습도는 전반적으로 풍혈지가 시군소재지보다 높았으며, 여 름철에는 약 14%, 겨울철에는 약 16.9% 차이가 발생했다. 10개소에 대한 수계(하천)의 존재 유무와 함께 보았을 때, 습도는 하천(계곡)과 같은 주변 환경 요인에 의한 영향을 함께 받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추후 풍혈의 메커니즘 연구를 통해 미기후와 수계와의 관계가 정밀하게 연구되어 야 할 필요가 있다. 미기후 관점으로 보면 10개소 풍혈지 중 방내리, 함화산, 금수산의 경우 풍혈의 기능 중 여름철에 찬 공기나 얼음이 어는 현상이 잘 나타난다고 볼 수 있었다.
풍혈의 기능 중 겨울에 따듯한 공기가 나오는 온혈에 대 해서는 냉혈에 비해 선행연구가 부족하며, 의견이 분분하 다. 일부 선행연구에 따르면, 여름에 찬 공기가 불어 나오는 곳과 다른 위치에서 겨울에 따뜻한 공기가 나온다는 의견 (Jeon, 2002; Byu, 2004)이 있으며, 풍혈 발생 메커니즘에 따라 냉혈과 온혈 발생 유무가 달라질 수 있거나, 혹은 냉혈 보다 온혈 현상이 더 발달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Park, 2017). KNA(2013), KNA(2023)에 따르면, 10개소 중 동막 리는 여름에는 찬 공기, 겨울에는 따뜻한 공기가 불어 나오 며, 구병산은 겨울철 따뜻한 공기가 나오는 온혈 풍혈로 확 인되었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 동막리, 구병산의 겨울철 기 온 차이를 기상청 자료와 비교했을 때 풍혈지가 기상청보다 기온이 더 낮아, 온혈의 기능을 파악할 수 없었다. ‘온혈’에 대한 위치, 기능을 파악하며, 미기후에 대해 추후 추가적인 연구와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는 풍혈지의 입지 물리환경, 수문지형 및 하천 영향을 파악하고 미기상학적 현상에 대해 정량적인 차이를 도출하기 위해 풍혈지에 기상측정장비를 설치하여 1년간의 측정 데이터를 풍혈지가 위치한 소재지의 기상청 자료와 비교하였다. 하지만 풍혈지가 위치한 곳과 기상청의 기상관 측소는 지형적·환경적 조건에서 차이가 발생하며, 풍혈지와 기상관측소까지의 거리가 상이하기 때문에 비교 분석에서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보다 정밀하고 정확한 차이를 파악 하기 위해서는 추후 풍혈지와 풍혈지가 위치한 산림지역을 대조군으로 설계하여 차이를 파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국의 풍혈지 중 10개소 이외의 풍혈지에 대해서도 미기상 데이터를 수집하여 25개소 전반에 대한 비교를 한다 면 보다 심도 있는 결과가 도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풍혈지는 미기상학적인 특성으로 인해 북방계식물, 희귀 식물이 잔존하며,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높은 가치를 지닌 다. Kim and Yun(2013)의 식생구조 연구에 따르면, 풍혈지 는 주변 산림 식생대의 영향뿐만 아니라 각 지역의 풍혈지 에서 나타나는 식물분포가 식물군락의 종조성 차이를 보인 다고 하였다. 또한 생물다양성 유지 측면 외에도 기후조절 기능, 서식지 제공을 하는 조절서비스, 풍혈과 관련된 생태 관광(Hwang et al,, 2023)을 제공하는 문화서비스까지 다양 한 생태계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에 풍혈지에 대한 보호지역 지정, 기타 효과적인 지역기반 보전 수단(OECM) 등재는 필수적이나, 풍혈지에 의해 특정 식물이 잔존하는 명확한 영향에 따른 경계 설정이 부족한 실정이다. 본 연구를 기반 으로 더 나아가 풍혈지의 미기후 측정을 통해 풍혈의 영향 범위를 파악하고, 현장조사를 통해 풍혈지의 경계 설정이 필요하다.
본 연구는 풍혈지에 대한 전반적인 특성과 함께 미기후 특성을 정량적으로 제시하였다는데 의미가 있으며, 향후 추 가적인 풍혈지 신규 발굴 및 풍혈 존재 여부를 판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근거 자료를 제공할 것이라 기대한다. 나아가, 풍혈지를 보호지역 지정 및 OECM 등재를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