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기후변화는 고산지역 식물의 생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 고 있다. 이 지역은 저온, 강한 바람과 자외선과 같은 극한의 환경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나(Körner, 2003), 최근 온난화 로 기온이 급격하게 상승함에 따라 한랭한 기후에 적응한 고산식물의 분포 범위는 점점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Koo et al., 2015;Rana et al., 2022;Geppert et al., 2023). 실제로 고위도의 극지고산(arctic-alpine) 지역에서 는 지난 20여년간 산지 정상부 식물 개체군(e.g., Saxifraga cernua, Sabulina rubella, and Sagina nivalis)이 약 50% 이상 감소하기도 하였다(Watts et al., 2022). 또한 2022년 이상기온으로 인한 열파(heatwaves)는 이탈리아 고산지역 방석식물(cushion plant)에 극한의 수분스트레스를 유발하 여 궁극적으로는 고사에 이르게 하였다(Bonanomi et al., 2023). 최근 연구에 따르면 봄철 고온, 여름철 과열 (overheating) 등 기온 상승으로 인해 대표적인 방석식물 중 하나인 Silene acaulis의 생장이 저해됨을 확인하여 온난 화의 부정적 영향을 입증한 바 있다(Rai et al., 2025).
극지고산지역에 서식하는 방석식물은 극한의 기후에 선 구적으로 정착하여 다른 식물의 생존을 돕는 보모식물 (nurse plant) 또는 핵심종(keystone species)으로 알려져 있 다(Cavieres et al., 2007;Reid et al., 2010;Dumas et al., 2024;Fu et al., 2025;Yang et al., 2025). 방석식물은 현화 식물(angiosperm) 가운데 63과 272속 1,309종이 보고된 바 있는 극지고산 지역의 대표 식물종이다(Aubert et al., 2014). 북·남미,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등 전 세계 거의 모든 대륙에 걸쳐 분포하며 주로 암석으로 이루어진 험준한 지형(rugged terrains)에서 반구형 (hemispherical) 또는 편평-매트형(flat to mat)으로 자란다 (Aubert et al., 2014). 이들은 가혹한 환경에서 다른 식물종 이 서식할 수 있는 미소환경을 형성하는 생태계 엔지니어 (ecosystem engineer)이며 탁월한 촉진자(facilitator) 역할 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Badano and Cavieres, 2006;Reid et al., 2010;Anthelme and Dangles, 2012). 방석식물 은 상위차원 영양단계(예: 곤충, 미소절지동물 등)의 다양성 과 생존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며(Reid and Lortie, 2012;Liczner and Lortie, 2014;Ľuptáčik et al. 2021), 군집 수준 의 다양성과 지상부 생물량 생산(above ground biomass production)을 증가시키는 등 생태계 기능과 안정성에도 지 대한 역할을 한다(Yang et al., 2025). 반면, 특정 조건에서 는 그러한 촉진자로서의 긍정적 상호작용보다는 중립적 또 는 부정적 상호작용이 확인된 사례도 있기 때문에(Moen, 1993;Liu et al., 2023) 다양한 종에서 그러한 현상이 나타 나는지 조사·연구가 필요하다.
기후변화는 고산지역의 사면붕괴(mass movement)를 촉 진하고 있다. 고산지역의 산사태, 낙석 등 사면붕괴는 이 지역의 흔한 자연현상 중 하나이다(Abad et al., 2022). 그러 나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그 강도와 빈도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고산지역의 낙석(rockfall)은 1940년대 후반부 터 1950년대 초반에 처음으로 증가하기 시작하여 1980년 중반 이후에는 이전과는 다른 매우 높은 빈도로 발생함을 확인했고, 결과적으로 온난화가 낙석 발생을 촉진함이 밝혀 졌다(Stoffel et al. 2024).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한 고산지역 지형 변화가 식물 개체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연구가 미비한 실정이다.
최근 수분매개자(pollinator)는 생태계 기능 회복 측면에서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으므로(Hirayama et al., 2025) 분포 지역이 협소하며 개체군 크기가 작은 희귀식물의 복원에 반드시 필요한 기초적인 정보 중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 동물 의 수분(pollination) 도움을 받는 많은 희귀식물(rare plants) 은 어떤 종과도 의미 있는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생태적 또는 기능적 절멸(ecological or functional extinction; Estes et al., 1989;McConkey and Drake, 2006)’에 처할 위기에 놓여있다. 하와이제도 해발 1,500-1,800 m에 자생하는 희귀 식물 Stenogyne angustifolia(Lamiaceae)는 곤충 수분매개자 (외래종)가 단 한 종에 불과하고, 이전의 고유 수분매개자 (native pollinators)에 대한 정보도 전무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Aslan et al., 2018). 또한 조류에 의해 수분되는 관목인 Rhabdothamnus solandri(Gesneriaceae)는 수분 전문 조류종 의 감소로 꽃가루 제한(pollen limitation)이 발생하여 종자 생산량 감소와 궁극적으로 식물 밀도 감소 등 연쇄적인 영향 이 확인되었다(Anderson et al., 2011). 또한 최근 메타분석 연구에 따르면 위기에 처한 식물이 그렇지 않은 식물보다 꽃가루 제한 현상이 26% 더 높게 나타난 바 있다(Lin et al., 2025). 반면, 위기종 Campanula vardariana(Campanulaceae) 의 경우 하나의 개체군만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활발한 수분매개자 활동으로 결실이 잘 이루어진 사례도 있다 (Subaşı and Güvensen, 2021). 전문가들은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식물, 수분매개자의 수직적 이동, 계절적 불일치 (phenological mismatch) 현상 등으로 인해 생태적 상호작용 의 변화도 우려하고 있다(Inouye 2020;Peng et al. 2025).
암매(Diapensia lapponica L. var. obovata F. Schmidt) 는 암매과(Diapensiaceae)에 속하는 다년생 상록관목으로 국내에서는 제주도 한라산 정상부에만 제한적으로 분포하 며, 국외로는 일본, 러시아, 알래스카 등지에 분포하는 방석 식물이자 극지고산식물이다(eFloras, 2025). 한라산국립공 원 내 암매는 조사 면적에 따라 약 0.2%(6 ㎡/2,586 ㎡) ~ 0.7%(2.6 ㎡/3,600 ㎡)를 차지할 만큼 적고, 개화는 5~6 월, 결실은 7~8월에 이루어진다(Oh et al. 2000;Suh et al., 2001). 한라산 정상부 암매의 개체 수는 약 350~400개체 정도로 추정되고 있으며 개체군 내 유전적 변이 수준은 낮 은 반면, 개체군 간 유전적 분화 수준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Suh et al. 2001;Chung et al. 2013). 이처럼 분포지역이 좁고 개체군 크기가 작은 특성으로 인해 환경부 에서 1989년 특정야생동·식물로 최초 지정한 이래로 계속 Ⅰ급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에서 이 종은 고산 암석지대 및 초원에서 서식하며, 그 중에서도 암석지대에 서식하는 개체군은 상대적으로 개화에 요구되는 적산온도량(K)이 낮 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Kudo and Suzuki, 1999). 근연종으 로는 D. lapponica가 있으며, Molau(1996)에 따르면 생장 이 매우 느리며, 적설의 두께와 지속시간이 꽃 생산과 생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Elberling(2001) 에 따르면 곤충에 의한 수분, 수분가용성(water availability), 온도 및 바람 요인 중 곤충에 의한 수분이 D. lapponica의 번식성공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이처럼 국외에는 암매 또는 근연종에 대한 생태적 정보가 일부 축적된 바 있으나, 국내에서는 분포 현황을 명확히 조 사한 사례가 거의 없으며(단, Suh et al., 2001;Kim, 2007), 방석식물로서의 생태적 기능, 꽃과 꽃가루 형태, 수분매개 자 등에 대한 정보도 전무한 상태이다.
한라솜다리(Leontopodium coreanum Nakai var. hallaisanense (Hand.-Mazz.) D.H. Lee & B.H. Choi)는 국화과(Asteraceae) 에 속하는 다년생 식물로 한국 특산식물(Chung et al., 2017) 인 동시에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으로 지정되어 있다. 내륙 의 솜다리(L. coreanum var. coreanum)보다 키가 작고 짧은 타원형-난형 또는 도란형의 경생엽을 갖는 것이 특징이며, 30개체 미만이 한라산 정상부에만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Lee et al., 2016). 한라솜다리의 근연종인 L. alpinum의 경우 수분매개자 등 번식생태학적 특성이 연구된 바 있고 (Erhardt, 1993), 이들의 생태적 요구조건과 적합서식지 (Ischer et al., 2014), 개체군통계학적 연구(Keller and Vittoz, 2015)가 수행되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한라솜다리의 개체 군 현황, 서식지 위협요인, 상호작용 등 보전에 필요한 생태학 적 조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 고산지역의 지형 변화, 작은 개체 군 크기에 따른 번식 위기 등 심각한 멸종 위험에 처한 암매 와 한라솜다리에 대한 개체군 분포, 서식지 현황, 꽃 생물학 적 특성(floral biology)을 3년간 조사하여 다음의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1) 암매, 한라솜다리는 어디에, 얼마나 많이 분포하는가?, 2) 한라산 정상부의 암매 개체군은 다른 식물 종과 어떤 관계를 가지는가?, 3) 개체군이 극도로 작은 한라 솜다리의 서식지에서는 어떤 물리적 변화가 일어났는가?, 4) 암매 및 한라솜다리의 개화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꽃밥, 꽃가루는 어떤 형태이며, 어떤 수분매개자가 방문하는가? 이 연구를 통해 궁극적으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두 종의 보전 현황을 진단하고 관련 계획 수립을 위한 시사점 을 제공하고자 한다.
연구방법
1. 조사대상 종
암매(Diapensia lapponica var. obovata)와 한라솜다리 (Leontopodium coreanum var. hallaisanense)는 환경부 멸 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으로, 국내에서는 한라산 정상부에만 분포하는 협소분포종(narrowly distributed plant)이다. 암매 는 한라산 정상부의 암벽에서 왜성 형태로 자라는 상록관목 이며, 꽃은 5~6월에 개화하고 열매는 삭과 형태로 7~8월에 개화한다(Oh et al., 2000;Suh et al., 2001). 매트처럼 자라 는 하나의 무리(clump)는 보통 유전적으로 차이가 없는 동 일 개체로 판단한다(Suh et al., 2001). 한라솜다리는 한국 특산식물로, 한라산 정상부에 고립되어 분포한다(30개체 미만; Lee et al., 2016). Lee et al.(2016)은 한라솜다리가 솜다리(L. coreanum var. coreanum)와 비교할 때, 독립된 종을 지지하는 형태적, 분자계통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 단하여 도서형(insular form) 변이종으로 취급한 바 있다.
2. 조사지역 특성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암매와 한라솜다리가 자생하는 한라산 정상부(33° 21′ 20″ N ~ 33° 22′ 00″ N, 126° 31′ 30″ E ~ 126° 32′ 20″ E)는 해발고도 1,614.9 ~ 1,946.8 m의 아고산지역이다. 이 정상부는 풍화에 취약한 조면암 (trachyte) 기반의 지형으로 구성되어 있다(Ahn and Hong, 2017;Kong et al., 2017). 이에 따라 ‘심한 풍화(highly weathered)’ 등급의 암석이 정상부 백록담을 주로 구성하고 있고, 풍화작용과 절리에 의해 암벽붕괴가 진행 중이다(Lee et al., 2007).
3. 암매와 한라솜다리의 개체군 분포
2023년 6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한라산 정상부에서 암매 및 한라솜다리 개체군의 분포를 조사하였다. 사람의 접근이 가능한 모든 지점에서 이동형 RTK GNSS 수신기(Trust A800 IMU, Korida, China)를 이용하여 개체군 분포 지점을 측량하고, 식피율, 주변 식물종을 기록하였다. 접근이 어려운 곳에 위치한 개체에 대해서는 소형 무인항공시스템(sUAS; Mavic 3 Thermal, DJI, China)을 이용하여 분포를 확인하였 다. 수집된 두 종의 개체군 분포 지점을 바탕으로 ArcGIS Pro 3.2(Esri, Redlands, CA, USA), QGIS 3.4(QGIS Development Team, 2024)를 이용하여 분포 지도를 작성하 였다.
4. 암매의 피복 면적과 동시출현종 수의 관계
암매의 피복 면적(cover area)과 동시출현종(co-occurring species) 수 간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2024년 암매의 분포 지점 가운데 무작위로 206개 지점을 선정하여 간이 방형구(50 cm × 50 cm; 10 cm 격자선)를 피복 면적의 중심부에 설치하였 다. 각 방형구 내에서 동시출현 식물종을 모두 기록하고 방형 구 촬영을 통해 화상자료를 수집하여 ImageJ(https://imagej.net/ij/)로 암매의 피복 면적(㎠)을 산출하였다.
5. 한라솜다리 서식지 변화
극도로 작은 개체군(n < 30; Lee et al., 2016)이 한라산 정상부에 잔존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한라솜다리의 서식지 내 물리적 변화를 조사하기 위해 세계유산본부 한라 산연구부에서 촬영한 2017년, 2022년 항공라이다(ALS; airborne laser scanning)의 수치표고모델(DEM; digital elevation model) 자료를 비교하였다. 이 자료를 통해 두 시기 사이에 한라솜다리 서식지 내 수치고도의 변화(m), 고 도 변화가 이루어진 면적(㎡), 부피(㎥) 변화량을 구하였다.
6. 꽃 생물학적 특성 조사
2024년 5월부터 2025년 7월까지 암매와 한라솜다리의 꽃 생물학적 특성(floral biology)을 조사하였다. 암매의 경 우, 꽃밥 등 채집과 꽃 방문 곤충 관찰이 가능한 1개의 지점 (33° 21′ 45″ N, 126° 31′ 41″ E)을 선정하였고, 한라솜다리 의 경우 개체군이 유일하게 남아있는 1개의 지점(33° 21′ 32″ N, 126° 31′ 55″ E)과 한라수목원 양묘시험포지(ca. 700 m a.s.l.)에 식재되어 개화 관찰이 용이한 인공증식 개 체를 선정하였다. 두 종의 개화 전, 개화, 개화 후 꽃의 형태 적 변화를 관찰하였고, 개화 전에 꽃밥을 채취하여 광학현 미경(400-1,000X, OMAX AKS-1500B, Korea) 및 CMOS 현미경 카메라(OMAX A3550U3, 5 MP, OMAX, Korea) 또는 전자현미경(5,000-10,000X, FE-SEM, JSM-7500F, JEOL, Japan)으로 꽃가루의 형태적 특성을 관찰, 촬영하였 다. 꽃가루의 극축(polar axis) 및 적도축(equatorial axis) 길이는 ImageJ(https://imagej.net/ij/)를 이용하여 측정하였 으며, 꽃가루 형상 분류는 Erdtman(1952)의 기준을 따랐다. 두 종의 방문곤충 종류는 과거 화상자료 및 현장 관찰을 기반으로 파악하였다. 현장조사는 구름이 적거나 거의 없는 맑은 날 수행되었고, 암매의 경우 2024년 6월 4시간(0900 h–1300 h)에 걸쳐 방문곤충의 종류를 조사하였다. 한라솜 다리의 경우 개화 초기(1일)와 개화 중기(1일)에 걸쳐 곤충 의 방문을 2시간(1100 h-1300 h) 동안 관찰하고 그 빈도를 기록하였다. 시간당 한라솜다리 3개체를 30분 동안 관찰하 였고, 관찰한 꽃들 간의 곤충 이동은 방문빈도로 산입하지 않았다. 꽃의 암술 또는 수술을 접촉하는 곤충을 잠재적 수 분매개자로 간주했으며, 이 경우에만 포충망으로 포획하여 basic fuchsin glycerine jelly(4×4 mm cube)를 포획된 곤충 의 몸에 묻혀 꽃가루 동정을 위한 슬라이드 글라스를 제작 하였다. 포획된 곤충은 에틸아세테이트 독병에 넣어 전문가 동정용 표본으로 제작하였다. 꽃에 방문한 모든 곤충은 사 진 또는 동영상으로 촬영하여 방문행동을 기록하였다. 암매 와 한라솜다리의 잠재적 수분매개자와 주변의 다른 충매현 화식물과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두 종의 조사지점으로부 터 반경 100 m 내(절벽 제외)에 개화한 다른 충매현화식물 을 목록화하고 이들의 꽃가루도 채집하여 슬라이드 글라스 를 제작하였다.
7. 통계 분석
암매의 피복 면적(예측변수)과 동시출현종 수(결과변수) 간의 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각 변수에 대한 평균, 기술통계량을 구하고 Shapiro-Wilk 검정으로 분포의 정규성(normality)을 확인했다. 그 결과, 두 변수 모두 분포의 정규성을 보이지 않았다. 독립변수인 피복 면적은 오른쪽 긴 꼬리형 분포 (right-skewed distribution)로 로그 변환(log-transformed, log(y+1))을 통해 분포의 정규성을 충족시켰다(Shapiro-Wilk test, W = 0.989, p = 0.107). 로그변환된 피복 면적과 동시출현 종 수 간의 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선형모델(linear model), 포아송 일반화선형모델(poisson GLM), 음이항 일반화선형 모델(negative binomial GLM, log link function), 포아송 일반화가법모델(poisson GAM) 등의 통계모델을 적합하여 Akaike Information Criteria(AIC)로 비교·평가하였다. 그 결과, 음이항 일반화선형모델의 AIC값이 가장 낮았으므로 이를 최종적으로 선택하였다. 선택된 모델에 대해서 잔차의 균등성(uniformity), 과산포(overdispersion), 영 과잉(zero inflation)을 각기 진단한 결과, 잔차가 균등하게 분포하고(p = 0.546), 과산포(p = 0.128) 및 영 과잉(p = 0.08) 문제도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상기의 모든 모델에 대한 적합 및 검정 절차는 Zuur et al.(2009)를 따랐다. 모든 통계분석은 R software (R Core Team, v.4.4.1)를 이용하여 수행되었다. 자료의 전처리는 ‘dplyr’ package(Wickham et al., 2023), 음이항 일반화선형모델의 적합은 ‘MASS’ package(Venables and Ripley, 2022), 모델 평가는 ‘stats’ package(R Core Team, 2023)과 ‘MuMIn’ package(Barton, 2023), 잔차진단은 ‘DHARMa’ package(Hartig, 2022), 자료의 시각화는 ‘ggplot2’ package(Wickham, 2016)을 사용하였다.
결과
1. 암매와 한라솜다리의 개체군 분포 특성
암매의 경우 해발고도 1,778 m ~ 1,927 m 범위의 총 504개 지점에서 확인되었으며, 이중 391개 지점은 현장 확 인, 113개 지점은 소형 무인항공시스템을 이용하여 확인한 결과이다(Figure 1). 주로 한라산 정상부 백록담 화구륜 외 벽의 북사면과 북서사면에 개체가 집중적으로 분포하였으 며(북사면: 228개 지점, 북서사면: 257개 지점), 화구륜 안 쪽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개체가 분포하였다(남: 1개 지점, 서북: 2개 지점, 북: 2개 지점; Figure 1). 반면, 한라솜다리 는 백록담 화구륜 남쪽 암벽에 인접한 3개 지점에서 총 7개 체만이 확인되었다(Figure 2). 출현 지점의 고도는 해발 1,903 m였고, 암벽 주변에서 이 아개체군(subpopulation)은 평균 식피율이 92.71%에 달하는 관목초지에 자라고 있었 다. 동시출현종은 김의털, 돌양지꽃, 털진달래, 부리실청사 초 등과 같은 한라산 아고산 식물이었다.
2. 암매의 피복 면적과 동시출현종 수 간의 관계
조사된 206개 방형구에서 암매의 피복 면적의 범위는 0.29㎠ - 2,353.63㎠였고, 평균값은 95.57㎠(s.d. 234.40 ㎠)에 달했다. 방형구 내에서 암매는 단독 출현하거나 최대 9종의 동시출현종이 확인되었고, 평균적으로 2.9종(s.d. 2.5 종)이 확인되었다. 동시출현종은 총 26종이었으며, 김의털 (118회), 돌양지꽃(101회), 털진달래(100회)가 전체 빈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53.3%), 거꾸리개고사리, 산새밥, 섬 매발톱나무, 붉은병꽃나무의 출현빈도(각 1회)가 가장 낮았 다(Table 1). 암매의 피복 면적과 동시출현종 수 간의 관계 를 음이항 일반화선형모델로 적합한 결과, 방형구 내 피복 면적이 증가할수록 동시출현종 수는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Estimate = 0.1769, SE = 0.0407, z = 4.351, p < 0.001; Figure 3).
3. 한라솜다리 서식지 변화
지난 2017~2022년 한라산 정상부 한라솜다리 서식지의 수치고도 변화량은 상당했다. 불과 5년 사이에 약 100 ㎡ 범위에 걸쳐 최대 1.5 m 이상의 고도 변화가 있었으며, 전체 변화 부피는 약 80 ㎥(약 2.4개의 20ft 규격 컨테이너 부피) 에 달했다(Figure 4). 2023~2025년 조사기간 동안 현장을 방문한 결과, 실제로 암석, 토양뿐만 아니라 식생의 유실도 있었음을 단애(cliff)의 흔적으로부터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Figure 5).
4. 암매의 꽃 생물학적 특성
조사기간(2023~2025) 동안 암매는 5월 말에서 6월 말까 지 개화하였다. 개화 전에는 붉은 빛을 띠는 숙존형 꽃받침 조각(persistent calyx)이 꽃을 감싸고 있었는데 개화가 끝날 무렵에도 탈락하지 않았다. 5갈래로 갈라진 통꽃 형태의 흰 꽃이 피었으며, 수술은 꽃잎 내측벽에 유합되어 있었고 수술 의 끝에는 측향(latrorse)-측착(dorsifixed)-종열(longitudinal dehiscence)-2실(dithecous) 특성을 지닌 연노랑색의 꽃밥 이 달려있었다. 수술보다 암술이 먼저 성숙하는 자예선숙 (protogyny) 이었으며, 꽃은 화밀을 분비하며, 수분이 이루 어진 후에는 화관 가장자리부터 붉은색으로 변하기 시작했 고, 암술대도 붉게 변하는 것이 관찰되었다. 꽃받침 조각은 개화가 끝나고 화관이 분리된 후에 열매를 둘러싸는 양상을 보였다. 암매의 꽃가루 극축(polar axis)과 적도축(equatorial axis) 길이는 각기 27.2±1.7 ㎛(n = 6), 22.5±1.5(n = 6) ㎛로 적도축 대비 극축 비율(P/E)이 1.08-1.27 범위의 장구상구형 (prolate-spheroidal) 또는 아장구형(subprolate)에 가까운 형태 였다. 또한 꽃가루의 발아구(aperture)는 3공구(tricolporate), 외벽은 망상형(reticulate)이었다. 과거 화상자료와 현장 관 찰을 통해 암매의 꽃에 방문하는 잠재적 수분매개자를 조사 한 결과 총 4종(딱정벌레목 1종, 벌목 1종, 파리목 2종)으로 밝혀졌다(Figure 6). 현장 집중 관찰(4 h)을 통해서는 레만 불개미(Formica lemani)가 유일하게 관찰되었고, 과거 화 상자료로부터 잎벌레아과(Chrysomelidae) 1종, 붉은배털 파리(Bibio rufiventris) 암·수컷, 꽃파리과(Anthomyiidae) 1 종이 식별되었다. 비교적 빈번하게 방문한 레만불개미의 몸 에서는 암매의 꽃가루가 7-15개(n = 3) 검출되었다(Figure 6). 현장 집중 관찰 시 주변의 개화한 충매현화식물은 붉은 병꽃나무가 유일했고, 이들에 방문한 Halictidae(꼬마꽃벌 과) 1종을 포획하였으나, 몸에서 암매의 꽃가루는 검출되지 않았다.
5. 한라솜다리의 꽃 생물학적 특성
한라산 정상부의 한라솜다리 아개체군(n = 7)은 6월 말에 서 7월 중순까지 개화하였다. 개화 전에는 모든 두화 (capitulum)가 흰 털이 밀생하는 총포편(involucral bract)으 로 완전히 둘러싸여 있었다. 이후 정중앙부에 위치한 두화 부터 총포편이 벌어지면서 두화의 가장자리에 두 갈래로 갈라진 암술머리를 가진 암꽃(female floret)부터 개화를 시 작했다(Figure 7). 다음으로 정중앙부 두화에서 통상화 형 태의 양성화(hermaphrodite floret)가 암꽃의 안쪽에서 개화 하기 시작했다. 이 양성화는 꽃밥통(anther tube) 안에서 암 술이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꽃가루가 묻어나오는 이차화분 방출(secondary pollen presentation)의 특징을 지닌 것으로 확인되었다(Figure 7). 중앙부 두화의 개화가 종료되면 두 화 가장자리의 암꽃에 있는 암술머리는 갈색으로 변하고, 양성화의 경우 암술대가 수축하여 그 크기가 줄어들었다 (Figure 7). 주변부의 두화는 이후 순차적으로 개화했고 각 두화의 개화는 위와 같은 순서를 따랐다. 한라솜다리 꽃가 루의 극축 및 적도축의 크기는 각기 23.8±1.0 ㎛, 21.9±1.6 ㎛(n = 10)였고, 적도축 대비 극축 비율이 1.00-1.20 범위의 장구상구형 또는 아장구형에 가까운 형태였다(Figure 8). 꽃가루 발아구는 3공구, 표면에는 자상(echinate)의 돌기가 있었고 돌기는 비교적 짧고 선단부가 둔한 형태였다(Figure 8). 반면, 반경 100 m 내 개화한 구름떡쑥(Anaphalis sinica var. morii)의 경우 꽃가루 극축 및 적도축 크기가 각기 22.3±1.9 ㎛, 20.3±1.6 ㎛(n = 8)로 장구상구형 또는 아장구 형에 속했으며 한라솜다리 꽃가루 크기와 큰 차이가 없었으 나, 표면의 돌기는 더 길고 선단부도 더 예리한 형태였다 (Figure 8). 한라솜다리의 개화 초기에는 빗가시털꼬마꽃벌 (Lasioglossum villosum)만이 방문하였는데, 이들은 개화 초기의 여러 꽃을 방문하였고, 포획 후 몸에서 꽃가루를 분 리하여 동정한 결과, 그 형태가 구름떡쑥과 일치하는 것으 로 밝혀졌다(Figure 9). 한라솜다리의 개화 중기에 방문한 곤충은 총 5종(벌목 2종, 나비목 1종, 파리목 2종)이었으며, 이중 빗가시털꼬마꽃벌은 전체 방문빈도의 50%(10회)를 차지했고, 도시처녀나비 20%(4회), 민뺨꼬마꽃벌 15%(3 회), 꽃등에 10%(2회), 좀넓적꽃등에가 5%(1회)를 차지했 다(Figure 9). 5종의 매개자 모두 꽃의 성기관을 접촉하였으 며, 몸 또는 구기에서 한라솜다리 꽃가루가 검출되었다.
고찰
기후변화는 고산지역에 제한적으로 분포하는 식물의 생 존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산식물의 개체군 감소 (Watts et al., 2022;Bonanomi et al., 2023), 생장 저해(Rai et al., 2025)와 더불어 급격한 지형적 변화(Stoffel et al. 2024), 생물 상호작용의 변동(Inouye 2020;Peng et al. 2025) 등 최근 많은 연구 결과는 모두 고산 생태계에 기후변 화의 영향이 상당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연구는 한라산 정상부에 고립된 방석식물 암매와 단 7개체가 남아있는 한 라솜다리의 분포, 서식지 현황, 꽃 생물학적 특성을 명확하 게 파악한 최초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이 분포하는 한라산 백록담 화구륜 일대는 지형이 험준하고(평균 경사: 27.15°; Park et al., 2025)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워 과거 이곳에 서식하는 식물 개체군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이루어 지지 못했다. 이번 연구는 두 종의 개체군 분포 현황뿐만 아니라 암매와 같은 방석식물의 생태적 촉진(ecological facilitation)을 간접적으로 확인한 최초의 결과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또한 이번 연구는 가까운 시일 내에 사라질 수도 있는 두 고산식물의 꽃 생물학적 특성을 조사하여 극 도로 작은 개체군에서도 곤충에 의한 수분서비스가 이루어 질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고립된 두 종에 대한 실질적인 보전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더불어 많은 과거 연구자가 지적했듯이 적극적인 현지 외 보전조치(ex situ conservation action)도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Suh et al., 2001; Kim et al., 2007; Chung et al., 2013).
한라산 정상부의 암매 분포 현황은 뚜렷한 고도 제한적 분포 특성을 보여준다. 과거 1965~1995년 암매의 분포 기 록을 정리한 Kong(1998)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암매의 수직 적 분포 범위는 한라산 1,500 m ~ 1,950 m였고, 이번 연구 에서는 1,778 m ~ 1,927 m로 확인되었다. 즉, 암매는 1,500 m 이상의 높은 고도에서만 한정적으로 출현하며, 기후변화 가 지속될 경우 더 높은 고도로 이동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온난화로 인한 고산식물의 수직적 이동은 유럽 알프스의 희귀특산식물에서도 관찰된 바 있다(Geppert et al., 2023). 암매에서 하나의 무리(clump)는 유전적으로 동일한 개체임 이 밝혀졌으므로(Suh et al., 2001) 전체 개체 수는 500개체 이상(총 504개 지점)으로 추정된다. 이는 과거 추정치인 350~400개체(Suh et al., 2001)보다 높은 수치이나 암매의 느린 생장속도를 고려하면 과거에 확인하지 못한 개체를 발견했을 뿐, 개체수가 더 증가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한라솜다리는 극도로 개체수가 적고 서식지 위협이 임박 하여 서식지 외 보전이 시급하게 요구되는 종으로 판단된 다. 한라솜다리는 7개체만 남아있었고, 이대로는 개체군 존 속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 과거 한라솜다리는 30개 체 미만으로 보고되었으나(Lee et al., 2016), 이번 조사결과 는 개체군이 이보다 더 축소되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지 난 5년 간(2017~2022)의 한라솜다리 서식지 주변 고도 변 화량은 적지 않은 규모의 토사 및 식생 유실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근연종인 L. alpinum의 경우 영양번식(clonal growth)이 가능한 반지중식물(hemicryptophyte)이며 지상 부 꽃대가 고사하면 지상부 근처의 눈(bud)이 월동하여 이 듬해 로제트(rosette)를 형성하고 3년 후에 꽃대를 발달시키 므로 로제트의 생존이 전체 개체군의 존속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Keller and Vittoz, 2015). 인접한 서식지의 소실은 아마도 한라솜다리의 개체군 확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라솜다리 외에도 이 지역 일대에는 암매, 손바닥 난초, 한라장구채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함께 서식하고 있으므로(Figure 4) 서식지의 물리적 변화상에 대한 지속적 인 모니터링이 요구된다. 기후변화, 지형변화 등의 서식지 위협요인은 실제로 저감 또는 제거가 불가능하므로 현재의 서식지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복수의 서식지를 과학적 의 사결정 방법(e.g., IDEA protocol; Hemming et al., 2018)에 따라 선정하고, 증식 개체를 활용한 실험적 이식과 생존률, 개체군 성장률의 통계적 비교 등 인간보조 이주(assisted migration)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 인간보조 이주 조치는 전통적인 재도입(reintroduction)과는 달리 과거에 종이 서 식한 적 없는 새로운 곳에 이주시키는 방법으로 점차 그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McLaughlin et al., 2022). 다만, 이 조치는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고, 아직까지 실무적 가이드라인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한라솜다리 의 보전 문제점에 기반하여 수정관리(adaptive management) 와 증거기반(evidence-based)의 독자적인 실무 절차를 만들 어 나가야 할 것이다.
극지고산지역의 방석식물은 다른 식물 또는 상위 영양 단계 생물종의 생존에 도움을 주는 핵심종(Badano and Cavieres, 2006;Reid et al., 2010;Anthelme and Dangles, 2012;Reid and Lortie, 2012;Liczner and Lortie, 2014;Ľuptáčik et al. 2021)으로 간주되나, 특정 환경 조건에서는 다른 생물종과 중립적 또는 부정적 상호관계를 갖기도 한다 (Moen, 1993;Liu et al., 2023). 지금까지 방석식물인 암매 와 다른 식물종 간의 관계는 보고된 바 없었으나, 이번 연구 는 암매의 피복면적과 종 풍부도 간의 지수함수적 증가 패 턴을 보여주며, 이는 암매의 촉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러 한 관계는 아마도 식물이 살기 어려운 척박한 암석지, 강한 바람, 저온 등 가혹한 환경 조건을 완화시켜 다른 식물종의 정착과 생존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암매의 피복 면적이 점차 넓어지면 수관 밀도가 점차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식물종이 침입할 수 있는 틈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식물 종 풍부도 등 다양성 증가는 다른 방석식물에서 도 관찰되는 현상이며(Sklenář, 2009;Fu et al., 2025;Yang et al., 2025), 특정 고산지역에서는 온도와 같은 중요한 환 경요인보다 방석식물의 존재 여부가 식물 다양성에 더 지대 한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도 있다(Fu et al., 2025). 다만, 이번 연구는 고도, 온도 등 다른 환경요인과 암매가 없는 조건의 영향을 검증하지 않았다. 따라서 촉진 효과의 인과 적 입증에는 한계가 있으나 향후 암매의 중요한 생태적 기 능 규명을 위한 단서와 지속가능한 모니터링의 기반을 마련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암매는 꿀과 꽃가루를 곤충에게 제공하여 수분이 이루어지 는 충매화로 판단된다. 암매에는 주로 레만불개미와 같은 개미류가 빈번하게 방문하였는데, 이들 모두 실제로 꽃가루 가 몸에서 검출되는 것으로 보아 꽃 위를 기어가면서 이동하 는 곤충도 충분히 수분매개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개미류는 일반적으로 식물의 수분에 중요한 매개자로 간주되 지 않으며(Beattie et al., 1984), 같은 꽃을 반복적으로 방문하 거나 활력이 낮은 꽃가루를 옮기는 등 식물의 타가수분과 번식성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Rostás et al., 2018). 다만, 암매가 서식하는 환경이 대체로 식생이 빈약한 암벽지대이므로 이 지역에서 비교적 많이 관찰되는 개미류가 암매의 잠재적 수분매개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개미의 수분 매개 역할은 해당 지역 내 개미의 수도(abundance)에 크게 좌우된다는 보고도 있다(Gómez et al., 1996). 실제로 한라산 에는 레만불개미가 해발 1,000 m부터 1,700 m까지 분포하며, 특히 1,700 m에서도 빗개미(Myrmica ruginodis)와 함께 우 점하는 경향을 보인 바 있다(Lyu and Um, 2007). 암매의 잠재적 수분매개자인 레만불개미는 유럽 알프스 고산 초원대 (1,875 m ~ 2,400 m a.s.l.)에 가장 흔한 개미종이며, 알프스 고산대는 당분 공급원이 단백질보다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보고가 있으므로(Guariento et al., 2018), 꽃꿀을 생산하는 암매는 이들에게 중요한 영양공급원이 될 수 있고, 수분 도움 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이 밖에도 암매에 방문한 잎벌레류(Chrysomelidae sp,)는 고산지역 식물-수분매개자 네트워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Li et al., 2021), 붉은배털 파리(Bibio rufiventris)도 중요한 수분매개자로 알려져 있으 므로(Zhu et al., 2025) 암매의 번식성공에 잠재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7개체에 불과한 한라솜다리에는 짧은 관찰시간(1 h)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벌, 파리, 나비의 방문(20회)이 빈번하게 이루어졌다. 그 중에서도 빗가시털꼬마꽃벌과 같은 벌류의 빈번한 방문은 한라솜다리의 서식지가 비교적 따뜻한 남사 면에 위치하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e.g., Mitchell et al., 2025). 이는 근연종인 L. alpinum의 가장 빈번한 꽃 방문자가 파리류(Diptera: Muscidae)인 것과는 대조적이었다(Erhardt, 1993). 빗가시털꼬마꽃벌은 한라솜다리의 개화 초기(암꽃 단계)에도 꽃을 탐색하는 습성을 보였고, 이들의 몸에서 구 름떡쑥 꽃가루가 검출되었다. 이는 비교적 그 수가 풍부하 고 포엽의 색이 유사한 구름떡쑥이 한라솜다리의 수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종임을 시사한다. 물론 다른 종의 꽃가루가 암술머리에 쌓이면 번식성공(reproductive success)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Arceo-Gómez and Ashman, 2011), 한라솜다리의 개체수가 극도로 적은 것을 고려하면 군집 내 구름떡쑥의 존재는 한라솜다리의 매개자 유인에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우려되는 것은 한라솜 다리의 식물체 높이가 다소 작은 편이기 때문에(8.5-11.3 cm; Lee et al., 2016), 키가 낮은 초지 식생이 유지되지 않을 경우 벌 등의 곤충 방문이 이루어지기 어려울 수 있다. 근연종인 L. alpinum의 경우 개방된 초지(open grasslands) 의 초본 피복도가 낮은 곳에서만 출현하는 특성을 보이며, 다른 식물종과의 경쟁이 어려운 종으로 알려져 있다(Ischer et al., 2014). 현재 한라솜다리 서식지의 평균 식피율은 92.71%로 상당히 높은 편이며, 온난화로 인한 관목초지 식 생의 천이는 한라솜다리의 수분매개자 유인에 부정적 영향 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한라산 정상부에 고립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 암매와 한라솜다리에 대한 종합적 진단을 통해 이 연구는 다음의 과제를 제안하고자 한다. 암매의 경우 기후변화의 영향 파 악이 중요하며, 향후 온도 등 환경인자, 개체군 크기, 주변 식물종의 다양성뿐만 아니라 수분매개 곤충과의 상호작용, 적응도(fitness)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라솜다리의 경우 기후변화로 인한 주변 식생의 천이는 개체군 크기뿐만 아니라 수분 상호작용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으며, 현재 주변 서식지의 소실로 개체군 의 확장은 매우 어려운 상태에 놓여있다. 따라서 LiDAR 등을 이용한 서식지의 물리적 환경 변화와 개체군 주변 식 생의 평균 높이를 위협요인의 정량적 지표로 설정하고 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수행함과 동시에 인공증식한 개체의 생장, 번식 관찰을 통한 생활사 규명 등 이주(translocation) 조치 를 위한 체계적인 준비작업을 제안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