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기후 변화와 산림 교란으로 인한 생물다양성 감소는 산림생태계의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키며(Latt and Park, 2022), 이에 따라 인간에게 제공되는 다양한 생태계서비스의 안정성과 효율성은 저하되고 있다(Cardinale et al., 2012;Hong et al., 2022).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2022년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BD COP-15)에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Kunming-Montreal Global Biodiversity Framework, GBF)를 채택하였다. GBF는 2050년까지 ‘자연과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계’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2030년까지 육상 및 해양 생태계의 최소 30%를 효과적으로 보전하는 등 생물다양성 손실을 줄이고 회복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를 포함하고 있다(Heo and Park, 2023). 이러한 국제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생물다양성 변화와 그 원인을 장기간에 걸쳐 모니터링할 수 있는 자료가 필수적이다. 식생 군집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Verrico et al., 2020), 단기적인 조사만으로는 생태계의 동태와 기후변화의 영향을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Magurran et al., 2010). 이에 국내외에서는 생태계의 구조와 기능을 장기적으로 이해하고 현재 및 미래 환경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장기생태연구(Long-Term Ecological Research, LTER)를 수행하고 있다. 장기생태연구는 다양한 규모에서 생태계의 시공간적 변동성을 파악하고, 여러 교란 요인의 영향을 측정할 수 있게 한다(Gaiser et al., 2020). 또한, 산림생태계의 현황과 변화를 종합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전 전략 수립을 위한 핵심 자료를 제공한다.
산림생태계에서 하층식생은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기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하층식생은 관속식물 종 다양성의 평균 80% 이상을 차지하여 상층식생보다 종 다양성에 더 많은 기여를 한다(Landuyt et al., 2019;Kim et al., 2021). 또한, 하층식생은 교란과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숲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생태 지표로도 활용된다(Gilliam, 2007;Cheon et al., 2014). 하층식생은 상층림의 묘목 성장과 종 조성에도 영향을 미치며, 토양 양분 순환과 탄소 저장 등 다양한 생태계 기능을 수행한다(Deng et al., 2023). 한편, 상층 수관의 구조와 밀도는 태양 복사, 지표 온도, 토양 온습도 등 미기후 조건을 변화시켜 하층식생의 생장과 분포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Chen et al., 1999). 따라서 하층식생의 구조와 분포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층의 생물적 요인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층식생의 생태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산림 내 하층식생의 구조와 변화를 장기간에 걸쳐 분석하는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산림 식생의 종 조성과 군집 구조는 기후, 상층 구조, 인간 활동 등 다양한 생물적 및 비생물적 요인의 상호작용으로 형성된다(Latt and Park, 2022;Kim et al., 2024). 따라서 식생의 종 조성과 동태를 분석하는 것은 식물이 환경 요인에 어떻게 반응하고 상호작용하는지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Park and Heo, 2024). 평창 가리왕산은 한반도 중부에 위치하고, 총 2,475ha 면적이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희귀식물종이 서식하는 보전가치가 매우 높은 산림이다(Kwon et al., 2016;An et al., 2017;Lee, 2023). 그동안 가리왕산을 대상으로 하층식생 분포와 환경 요인의 관계(Kim, 2010), 산림 관리 방법에 따른 임분의 다양성 변화(Sung et al., 2014), 동물상 조사(Kwon et al., 2016) 등 다양한 연구가 수행되어 왔다. 그러나 가리왕산의 하층식생 구조적 변화와 분포 양상을 장기적으로 규명한 연구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하층식생 변화를 파악하는 것은 향후 산림 복원 사업을 위한 기초 자료로서도 활용 가치가 크다. 특히 가리왕산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 조성 과정에서 산림 일부가 훼손되었으며, 이후 복원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Lee, 2018). 따라서 가리왕산 하층식생에 대한 장기적인 변화 분석은 기후변화와 인위적 교란에 직면한 산림생태계 보전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다.
본 연구의 목적은 평창 장기생태연구지에서 10년간 관목층과 초본층의 식생 조성 변화를 파악하고, 환경 요인이 하층식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가리왕산 산림생태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향후 산림 보전 전략 수립을 위한 기초 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연구방법
1. 연구대상지
본 연구는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장전리에 위치한 가리왕산(37°28′51.60"N, 128°30′57.80"E)에서 실시하였다. 연구 대상지의 평균 해발고도는 1,200m이고 사면 방향은 북북동이다. 최근 20년간(2005-2024년) 평창군의 연평균 기온은 10.2°C, 연강수량은 1,239.3mm이다(Korea Meteorogical Administration, 2025). 쾨펜 기후구분에 따른 평창군의 기후형은 Dbf형(냉대 습윤 기후)과 Dwb형(냉대 동계 건조 기후)에 해당한다(Kim et al., 2022).
2. 조사방법
1) 식생조사
조사구는 인위적 교란이 적고 가리왕산의 식생을 대표할 수 있는 곳에 조성하였다. 1ha(100×100m) 크기의 고정조사구 내부에 10×10m 크기의 부조사구 100개를 격자 형태로 설치하였다. 식생 조사는 Z-M 학파의 Braun-Blanquet 방법을 사용하였으며, 부조사구 내에서 출현하는 관목층과 초본층의 수종을 기록하고 수종별 피도와 군도를 평가하였다. 식생 조사는 2014년 8월부터 5년 간격으로 총 3회(2014년, 2019년, 2024년) 실시하였다. 식물 동정은 원색대한식물도감을 사용하였으며(Lee, 2003), 국명 및 학명은 국가표준식물목록을 참고하였다(Korea National Arboretum, 2024).
2) 매목조사
시간에 따른 연구지의 임분밀도 변화와 상층목의 흉고단면적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매목조사를 실시하였다. 매목조사는 식생조사와 동일한 시기에 시행되었다. 매목조사 시 흉고직경(diameter at breast height, DBH) 2cm 이상의 개체목에 알루미늄 라벨을 부착하였다. 이후, 라벨을 부착한 개체목을 대상으로 직경테이프를 이용하여 지면으로부터 1.2m 높이에서 DBH를 측정하였다. 흉고단면적은 개체목의 단면적을 계산한 후[DBH2×(π/4)], 모든 개체목의 단면적을 합산하여 ha당 m2로 환산하였다. 임분밀도는 조사 연도의 고사목과 진계목을 함께 고려하여 구하였다.
임분 내 개체목의 고사와 새로운 수종의 이입은 하층식생의 종 조성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이다(Ha et al., 2025).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조사 시작과 종료 시점 사이의 개체수 변화를 연 단위로 환산한 식 (1)과 (2)를 사용하여 고사율과 이입률을 산정하였다(Miura et al., 2001). 식 (1)에서 Nb는 조사 시작 시점에 살아있는 개체목 수, Ns는 이입목을 제외한 조사 종료 시점까지 생존해 있던 개체목 수를 의미한다. 식 (2)의 Ne는 이입목을 포함한 조사 종료 시점까지 살아있는 모든 개체목 수, t는 조사 기간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2014-2019년, 2019-2024년, 그리고 2014-2024년의 시기별 고사 및 이입 양상을 분석하였다.
3. 통계방법
1) 종-면적 곡선
조사구 면적이 출현 수종을 충분히 반영하는지 판단하기 위해 관목층과 초본층을 구분하여 종-면적 곡선(species–area curve, SAC) 분석을 실시하였다(He and Legendre, 1996). 종-면적 곡선은 조사 면적이 증가함에 따라 출현하는 종 수도 급격히 증가하나, 특정 면적 이상부터는 증가율이 완만해지는 양상을 보인다(Peck, 2016). 또한 곡선이 완만해지는 시점의 조사구 면적을 그 지역의 수종이 대부분 포함되는 최소면적으로 규정한다. 종과 면적의 관계는 PC-ORD 7 (MjM Software Design, Gleneden Beach, Oregan, USA)을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분석 설정 시 거리 측정은 Sørensen (Bray–Curtis) 방법을 사용하였으며, ‘without replacement’를 적용하여 표본 단위를 중복 없이 한 번만 선택하도록 하였다.
2) 중요치
군집 내에서 각 식물종의 상대적 중요성을 평가하기 위해 중요치(importance value, IV)를 구하였다(Brower et al., 1998). 중요치는 관목층과 초본층으로 구분하여 계산하였으며, 수종의 피도값을 중간값으로 환산한 후(r=0.1%, +=3.5%, 1=8%, 2=17.5%, 3=37.5%, 4=62.5%, 5=87.5%) 상대피도와 상대빈도의 평균값으로 산출하였다(Park and Kang, 2015).
3) 관목층과 초본층의 종 조성 분석
관목층과 초본층 종 조성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 및 공간 요인을 평가하고, 연도에 따른 종 조성 배열 패턴을 시각화하기 위해 서열 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에 앞서 희귀종은 서열 축을 왜곡하고 분석의 노이즈를 증가시키기 때문에, 출현 빈도가 연도별 조사구의 5% 미만인 수종은 분석에서 제외하였다(Peck, 2016). 관목층의 환경 변수로는 상층목의 피도를 반영하는 흉고단면적(basal area, BA)과 임상에 도달하는 광량을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임분밀도(stand density, SD)를 사용하였다(Blizzard et al., 2013;Feltrin et al., 2016). 초본층의 환경 변수로는 BA와 SD에, 상대우점도가 높은 관목층 상위 15개 수종의 피도 값을 추가로 포함하였다. 모든 환경 변수는 표준화(z-score)를 실시하였으며, 변수 간 다중공선성은 모든 VIF 값이 5 미만으로 나타나 분석에 모두 사용하였다.
최종 서열 분석 방법을 결정하기 위해 DCA(detrended correspondence analysis)를 수행한 결과, 관목층은 제1축의 gradient length가 4 이상으로 나타나 단봉형 모델인 CCA(canonical correspondence analysis)를 적용하였다. 반면, 초본층은 gradient length가 1.9-2.3 범위로 나타나 선형 모델인 RDA(redundancy analysis)를 적용하였다(Dibaba et al., 2022). 종 조성 자료 중 초본층의 중요치는 선형 서열 분석에 적합하도록 Hellinger 변환을 수행하였다(Legendre and Gallagher, 2001)
각 조사구의 지리적 좌표를 이용하여 dbMEM(distance-based Moran’s eigenvector maps) 방법을 통해 공간 변수를 생성하였다. 공간 변수의 과적합을 방지하기 위해 후보 공간 변수 중 forward selection을 수행하여 유의한 공간 변수만을 선정하였다(Blanchet et al., 2008).
환경 요인이 종 조성에 미치는 순수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관목층은 partial CCA, 초본층은 partial RDA를 수행하였다. 종 조성 자료를 반응 변수로, 환경 변수를 설명 변수로 설정하였으며, 선택된 dbMEM 공간 변수를 공변량으로 포함하여 공간 구조의 영향을 통제하였다. 모형의 유의성은 999회의 permutation test를 통해 검정하였다. 또한 환경 요인과 공간 구조가 종 조성 변이를 설명하는 상대적 기여도를 정량화하기 위해 variation partitioning을 수행하였다(Peres-Neto et al., 2006). 이를 통해 종 조성 변이를 설명하는 순수 환경 효과, 순수 공간 효과, 그리고 환경과 공간이 공유하는 설명 분산을 산출하였다. 분석은 R 프로그램의 vegan 패키지를 이용하여 수행하였다(Oksanen et al., 2025).
한편, 연도에 따른 관목층과 초본층의 종 조성 패턴을 시각화하기 위해 비모수적 서열화 기법인 NMDS(non-metric multidimensional scaling) 분석을 실시하였다(Kim et al., 2021;Watanabe et al., 2024). NMDS 분석은 관목층과 초본층을 구분하여 각각 수행하였다. PC-ORD 설정으로 조사구 간 비유사도는 Sørensen을 이용하여 계산하였으며, NMDS 해는 autopilot mode의 slow and thorough로 설정하여 반복적으로 탐색하였다.
4) MRPP
관목층과 초본층의 연도별 종 조성 차이를 비교하기 위해 MRPP(multi-response permutation procedure) 분석을 실시하였다(Aoyama et al., 2020). MRPP는 집단 간의 유사성을 평가하기 위한 비모수적 검정 방법으로, 군집 내 표본 간의 거리 값을 이용하여 집단 간 차이의 통계적 유의성을 검정한다(Rogers and Šebesta, 2019). PC-ORD 분석 설정 시 거리 측정은 Sørensen을 사용하였고 그룹 가중은 n/sum(n) 방식으로 하였다. 거리 행렬은 순위로 변환하여 거리 측정의 민감도 저하를 보정하였고, 집단 간 세부적인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쌍별 비교를 수행하였다. MRPP의 T값은 집단 간 분리도를 나타내며, T의 절댓값이 클수록 집단 간 차이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A는 집단 내부의 동질성을 나타내며, A가 1에 가까워질수록 집단 내부의 유사성이 높아짐을, 0에 가까워질수록 집단 내부의 유사성이 낮아짐을 의미한다(Peck, 2016;Dibaba et al., 2022).
결과 및 고찰
1. 관속식물상
가리왕산 조사구에서 출현한 관목층 및 초본층 관속식물은 2024년 기준, 49과 106속 120종 4아종 14변종 3품종으로 총 141분류군이 생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Table 1). 이는 한반도 관속식물 4,660분류군의 약 3%에 해당한다(National Institute of Biological Resources, 2024). 양치식물은 3과 10속 13종 1변종으로 총 14분류군(9.93%)이 확인되었으며, 나자식물은 출현하지 않았다. 피자식물 중 쌍자엽식물은 42과 85속 95종 4아종 12변종 2품종으로 총 113분류군(80.14%)으로 구분되었으며, 단자엽식물은 4과 11속 12종 1변종 1품종으로 총 14분류군(9.93%)으로 확인되었다. 조사지의 상층 식생인 교목층은 신갈나무를 비롯하여 층층나무, 고로쇠나무, 물푸레나무, 음나무 등의 낙엽활엽수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이러한 교목층은 하층식생의 종 조성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Kim, 2022). 한편, 가리왕산 전역을 대상으로 관속식물상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총 577분류군이 보고되었으며(Baek et al., 1998), 해발 1,000m 이상의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2,432ha)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총 529분류군이 보고된 바 있다(Byun et al., 2013). 본 조사지의 분류군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조사 면적이 1ha로 국한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2. 임분밀도 및 생장 변화 분석
2014년, 2019년, 2024년 세 연도의 흉고단면적과 임분밀도 변화를 분석하였다. 흉고단면적은 2014년 31.62m2 ha-1에서 2019년 32.68m2 ha-1로 1.06m2 ha-1 증가하였으나, 2024년에는 32.43m2 ha-1로 0.25m2 ha-1 감소하였다(data not shown). 전체 10년간의 흉고단면적 변화량은 2014년 대비 0.81m2 ha-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 면봉산 신갈나무림에서는 7년간(2014-2020년) 흉고단면적이 34.96m2 ha-1에서 36.14m2 ha-1로 증가하여 연평균 0.197m2 ha-1의 증가량을 보였다(Park and Cheon, 2025). 또한 계방산 신갈나무림에서는 11년간(2002-2012년) 37.39m2 ha-1에서 42.42m2 ha-1로 5.03m2 증가하여, 연평균 증가량은 0.503m2 ha-1로 보고되었다(Cheon et al., 2014). 이에 비해 본 연구지의 연평균 흉고단면적 증가량은 0.081m2 ha-1로, 다른 지역 신갈나무림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임분밀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2014년에 ha당 1,749본에서 2019년에 1,656본, 2024년에는 1,387본으로 2014년에 비해 각각 93본, 362본 감소하였다(Table 2). 전체 수종의 고사목과 이입목을 살펴보면, 2014-2019년 기간 동안 244본이 고사하고 151본이 새로 유입되어 잔존목은 1,656본이었으며, 2019-2024년에는 306본이 고사하고, 37본이 유입되어 2024년 조사 시 생존한 개체목은 1,387본이었다. 연평균 고사율은 2014-2019년에 3.0%에서 2019-2024년에는 4.1%로 증가한 반면, 이입률은 각각 1.9%, 0.5%로 감소하였다. 모든 기간에서 고사율이 이입률보다 높아 상층의 개체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른 지역의 경우, 면봉산에서는 7년간 ha당 54본이 감소하였다(Park and Cheon, 2025). 반면 본 연구지에서는 10년 동안 ha당 362본이 감소하여, 다른 지역에 비해 감소 폭이 큰 것으로 확인되었다.
주요 수종별 고사율과 이입률을 분석한 결과, 함박꽃나무와 귀룽나무는 타 수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Table 2). 고사목의 DBH 범위는 함박꽃나무가 2-12cm, 귀룽나무는 2-9cm였으며, 특히 5cm 이하의 소경급 개체에서 집중적인 고사가 발생하였다. 이들 수종의 높은 고사율은 물리적 피해와 생육환경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판단된다. 2024년 현장 조사 당시, 폭설로 인한 대경목의 도복이 주변 소경목에 직접적인 물리적 피해를 입힌 것이 확인되었다. 또한, 함박꽃나무와 귀룽나무는 주로 습윤한 음지에서 생육하는 특성을 지니는데(Korea National Arboretum, 2024), 중·대경목 고사로 형성된 수관 틈을 통해 광 환경이 변하면서 환경 변화에 민감한 소경목들이 생리적 스트레스를 받아 고사율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일반적으로 밀도가 높은 임분에서는 개체목 간 공간 및 자원 경쟁으로 인해 고사목이 발생한다. 반면, 밀도가 낮은 임분에서는 강한 바람, 결빙과 같은 기상 요인과 해충 피해에 의해 고사목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Acker et al., 2015;Pretzsch et al., 2023). 또한, 크기가 작은 나무는 하층에서 자원에 대한 경쟁 압박이 크기 때문에 큰 나무보다 환경적 스트레스에 취약하여 고사율이 비교적 높으나, 큰 나무들은 강한 바람, 폭설, 낙뢰 등에 더 취약할 수 있다(Ma et al., 2016). 본 연구에서 2014-2019년 동안 발생한 고사목 244본 가운데, 238본(97.5%)은 소경목(DBH 18cm 미만)과 치수에 해당하였으며, 나머지 6본(2.5%)은 중경목(DBH 18-28cm)이었다. 반면, 2019-2024년의 고사목 306본 중 중경목이 21본(6.9%), 대경목(DBH 30cm 이상)이 5본(1.6%)이었으며, 나머지 280본(91.5%)은 소경목 및 치수에 해당하였다. 이로써 모든 조사 기간 동안 전반적으로 소경목과 치수에서 고사목이 발생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2019-2024년에는 상대적으로 중경목과 대경목의 고사 비율이 증가한 것을 확인하였다. 본 연구지의 소경목 고사는 임분 내적 요인에 해당하는 개체목 간 경쟁 및 피압의 영향을(Hurst et al., 2011), 중경목과 대경목의 고사 비율 증가는 강풍 및 폭설과 같은 임분 외적 요인이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한 결과로 판단된다(Valkonen et al., 2020).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기상 요인에 대한 직접적인 관측을 수행하지 않았으며, 개체목 단위의 고사 원인을 자세히 판별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 따라서 향후 연구에서는 현지 기상 관측 자료를 확보하고 수목별 고사 형태를 정밀하게 조사함으로써, 임분 내외적 요인에 따른 수목 고사 원인을 정확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는 수관 구조나 광량을 직접 측정하지는 않았으나, 일반적으로 임령이 증가할수록 개체목 간 경쟁 심화로 자연적 고사가 발생하며, 잔존목의 수관 확대로 임상에 도달하는 광량은 점차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Su et al., 2019). 그러나 2019-2024년과 같이 주요 교목층 개체가 고사할 경우 수관 틈이 형성되면서 하층으로 유입되는 광량이 증가하고, 이는 하층의 미세기후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Beckage et al., 2000; Grandpre et al., 2011). 이러한 광 환경 변화는 관목층의 수종이나 밀도 및 구조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하층식생의 자원 가용성을 변화시켜 하층의 종 조성 및 구조적 동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Roberts, 2004).
3. 종-면적 곡선
관목층과 초본층의 종-면적 곡선은 조사구 수가 증가할수록 출현하는 종 수 또한 증가했으며, 조사구 수가 100개에 가까워질수록 곡선이 점차 완만해지는 양상을 나타내었다(Figure 1). 이는 본 연구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이 지역에 출현하는 수종을 대표할 수 있는 적정 개수의 조사구가 사용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Park and Heo, 2024). 연도별 관목층의 출현 종 수는 2014년과 2019년에는 36종이었으나, 2024년은 33종으로 감소하였다. 2014년 대비 2024년에는 산외, 개암나무, 오미자 등 총 7종이 새롭게 출현하였고, 작살나무, 산딸기, 올괴불나무 등 10종이 미출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4년은 복장나무가 가장 빈번하게 발견되었으나, 2019년 이후로는 당단풍나무가 가장 많이 출현하였다. 초본층의 경우, 2014년에 143종이 출현하였으나, 2019년과 2024년에는 각각 125종, 131종이 출현하여 2014년보다 출현 종 수가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초본층 수종의 출현과 미출현 양상을 확인해본 결과, 2014년 대비 2024년에는 박새, 고깔제비꽃, 개면마 등 30종이 새롭게 출현하였으며, 개회나무, 오갈피나무, 금강제비꽃 등 42종이 미출현하였다.
연구기간 동안 관목층의 전체적인 종 풍부도에는 큰 차이가 없었으나, 초본층에서는 종 풍부도가 비교적 크게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하층식생, 특히 초본층은 환경 변화에 민감하여 단기간 내에도 종 풍부도나 종 조성이 급격히 변화하는 특성이 있다(Petzold et al., 2018). 이러한 결과는 국내 광릉 숲 온대낙엽활엽수림에서 15년간 조사한 연구와 미국 일리노이 낙엽활엽수림에서 20년간 조사한 연구 결과와도 유사하였다(Augspurger, 2017;Kim et al., 2021). 한편, 광량은 하층식생의 종 풍부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며(Reich et al., 2012), 여러 온대림 연구에서 수관 울폐로 인한 광량 감소가 하층식생 종 풍부도 감소와 관련되어 있음을 보고하였다(Dormann et al., 2020). 이에 따라 본 연구에서 초본층의 종 풍부도 감소는 상층 수관 울폐로 인해 하층에 도달하는 광량이 줄어든 결과인 것으로 판단된다(Huo et al., 2014). 다만 초본층의 종 풍부도는 광량 외에도 지리적 특성, 토양, 기상 변화, 야생동물 초식압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Taverna et al., 2005). 따라서 본 조사지의 하층식생 변화도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추후 이를 고려한 하층식생 조사가 필요하다. 전반적으로 뚜렷한 교란이나 급격한 환경 변화가 없는 한 본 연구지의 하층식생 구성과 종 풍부도는 시간이 경과하면서 점차 단순화될 것으로 보인다.
4. 중요치
관목층 44종과 초본층 185종의 중요치는 2014년, 2019년, 2024년의 평균값을 산출하여 높은 순으로 나열했다. 관목층에서는 당단풍나무가 15.3%로 가장 높은 중요치를 보였으며, 복장나무(15.0%), 함박꽃나무(12.7%), 귀룽나무(12.2%)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Table 3). 이들 상위 4개 수종의 중요치 합계는 55.2%로, 본 조사지 관목층의 주요 우점종으로 확인되었다. 연도별 중요치 변화를 살펴보면 당단풍나무, 함박꽃나무, 귀룽나무, 물참대는 2014년 대비 2024년에 증가 추세를 보인 반면 복장나무는 감소 후 다시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관목층에서 높은 우점도를 보인 당단풍나무와 함박꽃나무는 낙엽활엽수림의 주요 아교목층 수종으로, 극상 수종인 층층나무, 신갈나무와 함께 출현하는 경향이 있다(Ahn et al., 2001;Park et al., 2008). 이 두 수종은 음지 및 반음지에서도 생육이 양호하며, 습윤한 환경을 선호하는 특성이 있다(Kim et al., 2010;Zhang et al., 2022). 또한 전국적으로 분포하는 귀룽나무는 음수이며(Jeon, 2004), 주로 중북부 산지 및 남부지방의 고산지대에 자생하는 복장나무는 초기 생육 단계에서는 내음성을 지니나 성숙함에 따라 광 요구도가 높아지는 특성이 있다(Kim, 2022). 2019년까지 수관이 울폐되면서 유입되는 광량이 감소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광 요구도가 높은 복장나무의 중요치가 다소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후 교목층 고사로 인해 수관 틈이 형성되고 광량이 일부 증가하면서 복장나무의 중요치가 다시 증가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반대로 당단풍나무와 함박꽃나무, 귀룽나무의 중요치 증가는 음지 내에서도 안정적으로 생육이 가능한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초본층 185종의 중요치를 분석한 결과, 큰개별꽃이 6.7%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참나물(6.2%), 관중(5.6%), 벌깨덩굴(5.4%), 조릿대(4.9%) 순으로 나타났다(Table 4). 초본층 주요 수종의 연도별 중요치 변화는 큰개별꽃, 관중, 벌깨덩굴, 조릿대는 2014년에 비해 2024년에 중요치가 증가하였다. 그러나 참나물은 중요치가 다소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큰개별꽃, 참나물, 관중, 벌깨덩굴, 조릿대는 공통적으로 습윤하고 그늘진 음지의 환경에서 생육하는 특성이 있다(Park, 2013;Kim, 2022;Jeong et al., 2024). 관목층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상층의 수관이 울폐되고 하층에 도달하는 광량이 감소하면서 음지성 초본 식물의 중요치가 증가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초본층을 구성하는 주요 식물 중 하나인 조릿대는 내음성이 강하여 하층 환경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종으로 알려져 있다(Park et al., 2012). 조릿대의 정착은 공간과 자원을 독점하여 하층식생의 종 다양성을 저해한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Kudo et al., 2011;Cho et al., 2018). 따라서 현재 조릿대의 중요치가 높지 않더라도 향후 우점도 증가에 따른 하층식생 구조 변화와 종 다양성 감소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5. 관목층과 초본층 종 조성 분석
관목층 종 자료를 바탕으로 환경변수(BA, SD)와 공간변수(dbMEM)를 포함한 partial CCA를 수행한 결과, 전체 모델은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p<0.05). Forward selection 결과, 환경변수 중에서는 2014년과 2019년에는 BA만이, 2024년에는 BA와 SD가 최종 변수로 선택되었다. 공간 효과를 통제한 순수 환경 효과는 2024년을 제외한 모든 연도에서 유의미한 영향력을 보였다(p<0.05). 환경 효과를 통제한 순수 공간 효과도 모든 연도에서 유의하게 나타났으며(p=0.001), 연도별로 9-16개의 dbMEM 축이 선택되었다. Variation partitioning 결과, 선택된 변수들은 관목층 종 조성 변동의 12.3-18.0%를 설명하였다. 특히 순수 공간 효과(11.2-16.9%)는 순수 환경 효과(0.1-1%) 및 환경-공간 공유(0.1-0.9%)보다 더 큰 설명력을 나타내었다.
초본층 종 조성을 설명하기 위해 partial RDA를 수행한 결과, 모든 연도에서 전체 모델은 유의하였으며(p=0.001), 환경 변수의 설명력은 Adj R2=0.080-0.101 범위로 나타났다. Forward selection을 통해 선택된 주요 환경변수는 2014년 7개(물참대, 함박꽃나무, 복장나무, 귀룽나무, 병꽃나무, SD, BA), 2019년 6개(물참대, 함박꽃나무, 귀룽나무, 복장나무, 다래, SD), 2024년 6개(복장나무, 당단풍나무, 물푸레나무, 함박꽃나무, 물참대, SD)였다. 순수 공간 효과는 모든 연도에서 유의하였고(p=0.001), 연도별로 17-18개의 dbMEM 축이 선택되었다. Partial RDA 결과, 순수 공간 효과는 모든 연도에서 유의한 반면(p=0.001), 순수 환경 효과는 2014년과 2024년에서만 유의하였고(p<0.05), 2019년에는 유의하지 않았다(p>0.05). Variation partitioning 결과, 선택된 변수들은 초본층 종 조성 변동의 21.6-32.6%를 설명하였으며, 순수 공간 효과(14.2-23.3%)는 순수 환경 효과(0.7-2.0%) 및 환경-공간 공유(6.7-7.3%)보다 종 조성 변동을 더 크게 설명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본 연구의 조사지는 1ha 고정조사구 내에 10×10m 크기의 부조사구가 서로 인접한 형태로 배치되어 있다. 이러한 공간적 구조는 인접한 조사구 간 유사한 종 조성을 만들어내며(Legendre and Fortin, 1989), 이러한 특성이 공간 변수의 높은 설명력으로 이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광량, 지형 및 토양의 이화학적 특성 등을 분석 변수에 포함하지 못하였다. 광 환경과 토양 조건은 식물 종 조성 및 분포 패턴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므로(Spicer et al., 2022), 향후 이러한 환경 변수를 추가적으로 고려할 경우 초본층 종 조성 변동을 보다 정밀하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Barsotti et al., 2026).
한편, NMDS 분석 결과 관목층과 초본층의 연도별 종 조성 패턴은 상이하게 나타났다. 관목층은 조사 시기에 관계없이 종 조성 배열이 비교적 유사한 양상을 보인 반면(Figure 2a), 초본층은 조사 연도 간 종 조성 배열의 차이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Figure 2b). 이러한 결과는 초본층이 관목층에 비해 생활사가 짧고 종 교체가 빠르며, 광 환경, 토양 수분과 같은 환경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Spicer et al., 2022). 따라서 동일한 입지 내에서도 연도별 미세환경 차이가 초본층의 종 조성 변동에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6. MRPP
연도별 종 조성 변화의 유의성을 검정하기 위해 관목층과 초본층을 대상으로 MRPP 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 결과, 관목층의 종 조성은 2014년과 2019년 사이에서만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었으며(p<0.05), 그 외 연도 간 비교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p>0.05; Table 5). 이는 관목층의 종 조성이 2014년과 2019년 사이에 변화가 있었으나, 2019년과 2024년 사이에는 종 조성이 크게 변화하지 않고 비교적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집단 내 유사성을 나타내는 A값의 경우, 관목층은 모든 연도에서 0.1 미만의 값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생태학 분야에서는 A값이 0.1 미만인 경우가 보편적이며, 0.3 이상일 경우 집단 내 유사성이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McCune and Grace, 2002). 따라서 본 연구의 관목층은 집단 간 종 조성 차이가 크지 않은 비교적 유사한 조성을 유지한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초본층은 모든 연도 간 종 조성에 유의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p<0.001), 시기별 종 조성이 뚜렷하게 구분되었다. 이는 초본층의 종 조성이 시간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경향은 계방산 산림 식생의 10년간 변화를 분석한 연구 결과와 유사하며(Cheon et al., 2014), 온대림을 대상으로 한 선행연구에서도 초본층이 다른 층위에 비해 환경 변화 및 교란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시간적 변화 폭이 큼을 보고한 바 있다(Itow, 1991;Gilliam, 2007). 한편 초본층의 A값은 모두 0.1 내외로 나타나 관목층에 비해 집단 내부의 종 조성이 상대적으로 더 유사한 것으로 판단된다. 본 연구 결과, 초본층은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층위임이 확인되었다. 따라서 향후 초본층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환경 요인을 규명하고, 이를 반영한 장기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결론
본 연구는 평창 가리왕산 장기생태연구지에서 10년간 임분 구조 변화와 하층식생의 종 조성 변화를 분석하였다. 연구 기간 동안 임분 구조 변화에 따른 광 환경 변동과 관련하여 하층식생은 내음성 수종 중심으로 변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관목층은 비교적 안정적인 종 조성을 유지한 반면, 초본층은 종 조성에서 뚜렷한 변화를 나타냈다. 종합적으로 현재 가리왕산 임분은 중기 천이 단계에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향후 수관 구조, 광량, 토양 요인 등을 포함한 통합적 장기 모니터링을 통해 하층식생 변화와 임분 동태를 지속적으로 규명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