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하천과 계곡은 발원지에서 하류까지 물리적 환경과 생물군집의 특성이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공간이다(Vannote et al., 1980). 그중에서도 계곡림은 하천 상류의 곡저와 인접 사면에 발달하는 산림으로, 기후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국지적인 토양, 수문, 지형 조건에 따라 식생 분포가 크게 달라지는 비대상식생(azonal vegetation)의 성격을 띤다(Sieben, 2019). 계절에 따른 유량과 유속 변화, 침식과 퇴적 작용, 하상재료의 이질성, 계곡 미기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계곡림은 좁은 공간 안에서도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산림생태계를 이룬다.
이러한 역동성은 다양한 미소서식처를 형성하여 생물다양성 유지에 기여하고, 생물의 서식처 제공, 수질 유지, 하안 안정화, 미기후 완화 등 여러 생태적 기능의 바탕이 된다. 반면 국지적인 조건에 밀접하게 의존하는 만큼 기후변화와 교란에 따른 유량 변화, 고온·가뭄 스트레스, 서식지 단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도 가진다(Vagheei and Boano, 2025).
우리나라 산림보전제도에도 계곡림 보전에 대한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 「산림보호법」에 근거하여 지정되는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에는 원시림, 고산식물지대, 우리나라 고유의 진귀한 임상, 희귀식물 자생지, 자연생태계 보전지역과 함께 산림습지 및 산림 내 계곡천이 독립적인 유형으로 구분되어 있다(Korea Forest Service, 2023). 그러나 2025년 말 기준 이 유형의 지정구역은 92개소로 희귀식물 자생지(130개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지만, 지정 면적은 전체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의 1.04%로 7개 유형 중 가장 작다. 또한 보전의 초점이 산림습지에 맞추어져 있어 실제 지정 구역의 상당수가 산림습지에 해당하며 계곡 식생 자체가 보호 대상이 되는 비율은 낮다. 이는 계곡림이 선형적으로 분포하고 좁은 지형에 의존하여 일정한 공간 단위로 경계를 구획하고 관리하기 어려운 특성과도 관련된다.
국내 계곡림 연구는 주로 국립공원 등 보호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온대 북부지역에서는 설악산 오색계곡을 대상으로 한 피나무 분포(Kim et al., 1989)와 고도별 관속식물 분포 변화(Yun et al., 2012), 소백산 천동계곡의 식생 구조와 천이 양상(Lee et al., 1993), 오대산 구곡동 계곡의 식생 구조(Park et al., 1996) 등이 연구되었다. 온대 중부지역에서는 북한산 계곡의 식생 구조(Lee et al., 1995), 계룡산 동월계곡의 식물상과 식물구계학적 특성(Ko and Kang, 2005) 등이, 온대 남부지역에서는 지리산 거림계곡의 구상나무 개체군 분석(Kim et al., 2012), 내장산 금선계곡과 원적계곡의 식생 연구(Bae et al., 2012) 등이 수행되었다.
이처럼 국내에서는 계곡의 식물상과 군집구조 분석, 고도와 토양환경 등 환경요인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연구 대상지가 국립공원 등 기존 보호지역에 편중되어 있어 보호지역 밖에 분포하는 계곡림의 식생 특성과 보전 가치를 구명한 연구는 많지 않고, 계곡 식생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미기후적 특성을 고려한 연구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본 연구는 연천군 내산리 계곡림을 대상으로 식생 군집과 임분구조의 특성을 파악하고, 계곡부와 사면 간 식생 변화 양상을 비교하며, 지형변수와 식생 분포의 관계를 정량적으로 구명하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온대 북부 계곡림의 식생 특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향후 계곡림에 대한 보전관리와 공간 구획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연구방법
1. 연구대상지
연구대상지는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 내산리 산1-1번지(내산 11임반) 일대이다. 해당 지역은 임진강 수계의 차탄천 상류 아미천 유역에 속하며, 장기간 민간인의 출입과 토지이용이 제한된 접경지역이다. 이러한 접근 제한은 개발 압력을 낮추어 일부 접경지역의 산림 재생과 생물다양성 보전에 기여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Cho, 2019; Sung et al., 2019).
대상지의 기후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인근 철원 종관기상관측소(해발 155m)의 30년 기후평년값(1991~2020년)을 이용하였다. 철원관측소의 연평균기온은 10.3℃, 연강수량은 1,354.4㎜였다(Korea Meteorological Administration, 2021). 관측소의 월평균기온에 기온감률(0.53℃/100m; Choi et al., 2010)을 적용하여 고도를 보정한 대상지의 온량지수(WI)는 78.2~84.6℃·month였으며, 이는 제시한 온대 북부 산림대 범위(WI 55~85℃·month)에 해당한다(Yim and Kira, 1975; Yim, 1977).
조사 대상 소유역은 수치표고모델(DEM)을 활용한 유역분석과 현지답사를 거쳐 계곡림이 뚜렷하게 발달한 지역으로 선정하였다. 해당 소유역의 면적은 53.2ha, 해발고도는 330~690m, 유역기복량은 360m로, 제한된 면적 내에서 비교적 고도차를 보여 곡저부와 사면부 사이의 차이를 비교하기에 적합하다. 유역 내 하천망의 총연장은 3.33㎞, 배수밀도는 6.26㎞/㎢이며, 최종 유출구 위치는 동경 127°09′59″, 북위 38°09′51″이다. 모든 조사구는 동일한 소유역 내에 포함되며(Figure 1), 이를 통해 국지적 지형요인과 식생 분포의 관계를 검토하고자 하였다.
2. 조사 및 분석 방법
1) 식생 데이터 수집 및 분석
현지조사는 2022년 6~10월 중 4회에 걸쳐 진행하였으며, 연구대상지 내 계곡과 사면에 20×20m(400㎡) 크기의 방형구 38개를 설치하였다. 방형구 내 출현하는 모든 수목을 교목(수고 8m 이상), 아교목(수고 2~8m), 관목(수고 2m 미만)으로 층위를 구분하였고, 교목과 아교목은 수고 및 흉고직경, 관목은 수고 및 수관폭을 조사하였다.
식생군집은 TWINSPAN(two-way indicator species analysis)을 이용하여 분류하였다(Hill, 1979). TWINSPAN으로 구분된 군집의 통계적 유의성을 검정하기 위해 다수응답순열절차(multi-response permutation procedure, MRPP)를 실시하였다. MRPP는 군집의 차이를 검증하는 방법으로, 사전에 구분된 2개 이상의 집단을 검정하는 비모수적 순열검정 방법이다(McCune and Grace, 2002). 군락명은 상관식생과 평균상대우점치를 고려하여 국립생태원의 제6차 전국자연환경조사 지침에 따라 명명하였다(National Institute of Ecology, 2023).
층위별 각 수종의 상대적 우세 등을 파악하기 위해 상대우점치(importance value, I.V.)를 산출하였다(Curtis and McIntosh, 1951; Brower and Zar, 1977). 상대우점치는 로 계산하였다. 개체들의 크기를 고려하여 수관 층위별로 가중치를 부여한 평균상대우점치(mean importance value, M.I.V.)는 으로 계산하였다(Yim et al., 1980; Park et al., 1987).
군집의 종다양성을 비교하기 위해 Shannon의 종다양도지수(H′), 최대종다양도(H′max), 균재도(J′), 우점도(D)를 산출하였다(Shannon, 1948). 군락 간 유사성을 측정하기 위해 Whittaker(1956)의 수식을 이용하여 유사도지수(Similarity Index, S.I.)를 분석하였다.
TWINSPAN, MRPP 검정은 PC-ORD(ver. 7.10)(McCune and Mefford, 2016)를 활용하였고, 상대우점치, 종다양도, 유사도지수 분석은 Microsoft Excel을 활용하였다.
2) 지형요인 상관관계 분석
분류된 군락과 지형요인 간의 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서열분석(ordination)을 수행하였다. 서열기법은 선형기법과 단봉형기법으로 구분되며, 기울기가 3SD 미만이면 선형기법인 중복분석(RDA; Redundancy Analysis)을, 4SD를 초과하면 단봉형기법인 정준대응분석(CCA; Canonical Correspondence Analysis)을 적용하였다(ter Braak and Prentice, 1988; Lepš and Šmilauer, 2003). 기울기는 Detrended Correspondence Analysis(DCA)의 제1축을 기준으로 확인하였다(ter Braak, 1986).
지형변수는 해발고도, 경사도, northness, Topographic Position Index(TPI), Topographic Wetness Index(TWI), Terrain Ruggedness Index(TRI)를 산출하였다. 모든 지형변수는 국토지리정보원(NGII, 2023)의 1:5000 수치지형도를 활용하여 작성한 공간해상도 5m 수치표고모델(DEM)을 기반으로 하였으며, 분석에는 QGIS(version 3.28.4)를 이용하였다. TPI는 주변 지형 대비 상대적인 위치를 나타내는 지표이며(Weiss, 2001; De Reu et al., 2013), TRI는 미세지형의 기복을 정량화하는 지표로(Riley et al., 1999) GDAL을 이용하여 중심셀과 인접 8개 셀의 고도차를 이용하여 산출하였다. TWI는 상부 집수면적과 경사를 통해 토양수분의 공간분포를 예측하는 지표로(Beven and Kirkby, 1979; Sørensen et al., 2006; Kopecký et al., 2021) SAGA를 활용하여 multiple flow direction 방식으로 산출하였다. northness는 ‘’로 산출하여 –1~1의 값을 가지며 1에 가까울수록 북향, −1에 가까울수록 남향을 의미한다.
설명변수 간 다중공선성은 Pearson 상관계수와 분산팽창지수(VIF; Variance Inflation Factor)를 이용하여 검토하였으며, 변수 간 상관이 높거나 VIF가 5 이상인 변수는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최종적으로 선정된 지형변수를 이용하여 서열분석을 수행하였다.
교목층 평균 수고, 평균 흉고직경(DBH), 종다양도, 출현 종수 및 단위면적당 개체수 등의 임분 특성은 보조변수로 투영하여 envfit 분석을 이용하여 서열공간과의 관계를 평가하였다. 지형변수 및 임분 특성과 각 서열축 간의 연관성은 Kendall 순위상관계수로 확인하였다. 서열분석 모형과 서열축, 개별 환경변수 및 envfit의 유의성은 999회 순열검정(Monte Carlo permutation test)으로 검정하였다. 모든 통계분석은 R 프로그램(version 4.4.1)의 vegan 패키지를 이용하여 수행하였다.
결과 및 고찰
1. 식물군집구조 분석
1) 분류(Classification) 분석
TWINSPAN 기법을 활용한 식생 분석 결과 총 세 단계(level 1~3)의 분류과정을 통해 5개 군락으로 구분되었다(Figure 2). 1단계(level 1)에서는 신갈나무(Qm)의 출현 유무에 따라 2개의 상위 그룹으로 나뉘어졌다. 신갈나무가 출현하지 않는 그룹은 2단계(level 2)에서 아까시나무(Rp)가 식별종인 군락 Ⅰ, 고로쇠나무(Ap)가 식별종인 군락 Ⅱ~Ⅲ으로 세분되었다. 군락 Ⅱ~Ⅲ은 3단계(level 3)에서 다래(Aa), 딱총나무(Sn), 아까시나무(Rp)를 식별종으로 하는 군락 Ⅱ, 까치박달(Cc)을 식별종으로 하는 군락 Ⅲ으로 최종 분리되었다. 1단계에서 신갈나무가 출현하는 그룹은 2단계(Level 2)에서 굴참나무(Qv)의 출현 유무에 따라 각각 군락 Ⅳ와 Ⅴ로 분리되었다. 다수응답순열절차(MRPP) 검정 결과 군집 간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A=0.376, p<0.001). 쌍별 검정에서도 모든 조합에서 유의하였으며(A=0.101~0.449, p<0.05)(Table 1), 계곡부에 함께 분포하는 군락 Ⅰ, Ⅱ, Ⅲ 상호 간에는 낮게(0.101~0.277), 계곡부(군락 Ⅰ, Ⅱ, Ⅲ)와 능선 및 사면상부(군락 Ⅳ, Ⅴ) 간에는 높게(0.293~0.449) 나타났다.
층위별 상관식생과 평균상대우점치를 고려해 군락명을 부여한 결과, 군락 Ⅰ은 아까시나무 군락, 군락 Ⅱ는 아까시나무–층층나무 군락, 군락 Ⅲ은 까치박달–고로쇠나무 군락, 군락 Ⅳ는 신갈나무 군락, 군락 Ⅴ는 굴참나무–신갈나무 군락으로 명명하였다. 군락 Ⅰ과 Ⅱ는 모두 아까시나무가 우점하나, 군락 Ⅱ는 교목층에 층층나무(16.79%)와 고로쇠나무(12.15%)가 함께 경쟁적으로 출현하여 아까시나무가 단일 우점(74.00%)하는 군락 Ⅰ과 구분된다.
군락 Ⅰ과 Ⅱ는 각각 평균 고도 376m, 380m, 경사 13~40°, 7~35°의 지역에 분포하며 과거 아까시나무와 복자기가 조림된 지역이다. 두 군락 모두 중간 고도에서 계곡과 사면이 만나는 전이지대에 위치하며, 조림지에서 자연림으로 천이되는 초기 단계로 분류된다. 군락 Ⅲ은 평균 고도 358m, 경사 11~25°의 비교적 낮고 완만한 계곡부 전석지에 분포하였으며, 고로쇠나무와 까치박달 등 국내 산림에서 주로 습윤한 계곡부에 분포하는 낙엽활엽수가 우점하였다(Lee and Song, 2000; Park and Choi, 2003; Hwang and Yun, 2007; Park et al., 2016). 교목층은 17~30개체로 다른 군락과 유사하나 아교목층(10~35개체)과 관목층(22~80개체)의 밀도는 현저히 낮다. 이는 암석 사이에 토양이 얕고 불연속적으로 분포하는 전석지 특성상 하층의 안정적인 생육에 필요한 토양 기반이 부족하고, 상층 수관 울폐도가 높기 때문으로 해석된다(Heo et al., 2000; Yu and Jang, 2014). 군락 Ⅳ와 Ⅴ는 각각 평균 고도 418m, 458m의 능선 및 사면상부에 위치하며 굴참나무와 신갈나무가 우점해 구조적으로 안정된 군락을 이룬다. 건조하고 일사량이 풍부하며 바람에 노출되어있는 능선부에서는 신갈나무와 굴참나무가 우점하는 가운데 진달래 등 내건성 관목이 조밀하게 발달하여 전 층위에서 높은 밀도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며, 해당 군락도 이러한 능선부 식생구조와 부합한다(Hwang and Yun, 2007; Kim and Um, 2009).
2) 상대우점치 분석
상대우점치 분석은 군집의 층위별로 수종 간 상대적인 우점도를 정량화할 수 있으며, 수종 및 직경급별 개체수를 바탕으로 구조적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흉고직경급 분석과 병행할 경우 수종 간 경쟁관계와 향후 식생 구조 변화를 예측하는 데 유용하다(Park and Kang, 2020)(Table 2).
군락 I(아까시나무)은 교목층에서 아까시나무의 상대우점치(I.V.)가 74.00%로 단일 우점하며 흉고직경(DBH)은 6~18cm(31개체), 18~30cm(91개체), 30cm 이상(31개체)으로 중경목에 가장 많이 분포한다. 아교목층은 조림수종인 복자기(18.35%)와 아까시나무(13.30%)를 비롯한 고로쇠나무(13.59%), 고추나무(12.22%)가 유사한 수준으로 경쟁하며, 흉고직경은 대부분 18cm 이하에 분포하는 양상을 보인다. 관목층에서는 산딸기(23.65%)가 우점하는 가운데 고추나무(14.76%)가 우세하였다. 산딸기와 같은 광을 요구하는 천이 초기수종의 우점은 과거 조림 수종인 상층의 아까시나무가 일부 고사하여 교목층이 개방됨에 따르는 것으로 해석된다(Muscolo et al., 2014; Park and Kang, 2015).
군락 Ⅱ(아까시나무-층층나무 군락)는 교목층에서 아까시나무 우점도(38.36%)가 군락 Ⅰ보다 낮고, 층층나무(16.79%)와 고로쇠나무(12.15%)가 경쟁적으로 출현해 아까시나무의 쇠퇴 양상이 뚜렷하다. 흉고직경 분포에서도 고로쇠나무(11개체)와 층층나무(18개체)가 18cm 이상 구간에 출현하는 등 천이가 진행되는 단계로 판단된다. 다만 고로쇠나무는 아교목층(14.94%)과 관목층(4.59%)에서 일정한 우점도를 꾸준히 보이는 반면, 층층나무는 아교목층(6.02%)에서는 낮은 비율로 출현하고 관목층에서는 출현하지 않아(0.00%) 후계층 형성이 미흡하다. 따라서 조림수종 쇠퇴 이후에는 고로쇠나무를 중심으로 한 천이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아교목층은 당단풍나무(16.30%), 고로쇠나무(14.59%), 복자기(12.35%)가 경쟁하고, 관목층에서는 고광나무(14.71%)와 고추나무(14.77%) 등 습윤한 입지를 선호하는 수종이 우점한다(Lee, 2003; Song, 2010).
군락 Ⅲ(까치박달-고로쇠나무 군락)은 교목층에서 고로쇠나무(18.20%)와 까치박달(16.41%)이 비슷한 우점도로 경쟁하고, 아교목층에서는 까치박달(28.31%)과 당단풍나무(26.12%)의 경쟁이 뚜렷하다. 관목층에서는 고광나무(12.90%), 고추나무(8.63%), 물참대(8.26%) 등 계곡부의 습윤한 입지를 선호하는 수종과 더불어(Lee, 2003; Song, 2010) 당단풍나무(8.50%), 생강나무(8.02%)가 함께 출현하였다. 전 층위에서 호습성 수종이 안정적으로 분포하여 계곡림의 특징적 식생 구성을 보이며, 까치박달, 고로쇠나무, 헛개나무, 산뽕나무 등 여러 수종에서 흉고직경 30cm 이상의 대경목이 출현(총 59개체, 6.1%)하여 향후 전석지 기반 낙엽활엽수림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교목층 고로쇠나무는 아교목층(7.53%)에서 낮게 출현하고 관목층에서는 출현하지 않아(0.00%) 후계 형성이 원활하지 않다. 흉고직경도 6~18cm(15개체), 18~30cm(26개체), 30~40cm(9개체)로 중경목이 우세한 반면, 까치박달은 6cm 이하(20개체), 6~18cm(50개체) 등 소경목 비율이 높은 역J자형에 가까운 직경급 구조를 보인다. 따라서 고로쇠나무의 쇠퇴가 지속되고 교목층 내 새로운 경쟁 수종 유입이 제한될 경우, 까치박달 중심 군락으로 천이될 가능성이 높다(Harcombe and Marks, 1978). 아교목과 관목층에 다수 출현하는 당단풍나무 역시 잠재적 경쟁 수종으로 판단된다.
군락 Ⅳ(신갈나무 군락)는 교목층에서 신갈나무(79.19%)가 단일 우점하고 흉고직경도 18~30cm 구간(138개체, 10.70%)에 집중되어 구조적으로 안정된 신갈나무 군락으로 판단된다. 아교목층은 당단풍나무(29.03%)와 쪽동백나무(28.66%)가 경쟁하고, 관목층은 생강나무(33.24%)가 우점하는 가운데 당단풍나무(13.68%), 진달래(11.99%)가 출현한다.
군락 Ⅴ(굴참나무-신갈나무 군락)는 교목층에서 굴참나무(48.63%)와 신갈나무(40.03%)가 함께 우점하나, 아교목층에서 신갈나무(42.80%)가 단독 우점하므로 신갈나무 군락으로 천이되는 과정으로 판단된다. 흉고직경 분포에서 신갈나무는 30cm 이하 전 구간에 고르게, 굴참나무는 6~40cm에 분포해 이러한 경향을 반영한다. 관목층은 신갈나무(10.87%)와 함께 생강나무(20.55%), 진달래(17.02%), 조록싸리(11.92%)가 우점한다.
3) 종다양도 및 유사도지수 분석
종다양도(H′)는 종풍부도(species richness)와 균재도(evenness)의 함수이며, 균재도(J′)는 최대종다양도(H′max)에 대한 실제 H′의 비율로 산정되어 1에 가까울수록 특정 종에 편중되지 않아 구조적으로 안정된 것으로 해석된다(Pielou, 1975)(Table 3).
군락 Ⅰ은 출현 종수가 53종으로 많은 편이었으나, 교목층에서 아까시나무가 단일 우점하여 종간 개체수 분포가 편중된 결과 균재도가 상대적으로 낮아(J′=0.7541), 종다양도는 중간 수준(H′=1.3003)에 머물렀다. 군락 Ⅱ는 종다양도가 전체 군락 중 가장 높았는데(H′=1.4303), 이는 아까시나무와 복자기 등 조림수종과 계곡부에서 유입되는 호습성 자연림 수종이 혼재하여 일시적으로 종다양도가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군락 Ⅲ은 출현 종수(47종)가 군락 Ⅰ보다 적음에도 종다양도는 군락 Ⅱ에 이어 높았다(H′=1.4124). 이는 고로쇠나무와 까치박달이 함께 우점하고 전 층위에서 종이 고르게 분포하여 균재도(J′=0.8447)가 전체 군락 중 가장 높고 우점도(D=0.1553)가 가장 낮았기 때문이다. 군락 Ⅳ(H′=1.0861)와 군락 Ⅴ(H′=1.1176)는 종다양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특히 군락 Ⅳ에서 신갈나무의 직경급 구조는 18~30cm에 집중된 단봉형으로 후계목 발생에는 다소 불리하나, 이를 대체할 만한 경쟁 교목종이 없고 아교목과 관목층이 당단풍나무, 쪽동백나무, 생강나무 등 내음성 수종으로 구성되어 교란이 없는 한 신갈나무 우점 상태가 유지될 것으로 판단된다(Ha et al., 2025).
유사도지수(Table 4)는 군락 Ⅰ~Ⅱ에서 77.88%로 가장 높아, 두 군락이 아까시나무 중심의 유사한 식생구조를 가지며 공간적으로도 인접함을 보여준다. 전반적으로 계곡부 군락(Ⅰ~Ⅲ) 상호 간(66.00~77.88%)과 능선부 군락(Ⅳ~Ⅴ, 74.29%) 상호 간의 유사도는 높은 반면, 계곡부와 능선부 군락 간 유사도는 47.62~62.79%로 낮았다.
2. 지형인자 상관관계 분석
DCA 분석에서 제1축의 기울기가 4.56SD로 확인되어 CCA를 적용하였다. 지형변수 간 다중공선성을 검토한 결과 경사도와 TRI가 매우 높은 상관관계(VIF>100, r=0.99)를 보여 TRI를 제외한 5개 지형변수(해발고도, 경사도, northness, TPI, TWI)를 분석에 사용하였다. 조사구별 지형변수와 임분 특성은 Table 5와 같다.
CCA 분석 결과 5개 지형변수의 설명력은 25.88%였으며 모형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F=2.235, p=0.001). 제1축과 제2축의 고윳값은 각각 0.4537과 0.1833으로 지형변수의 설명력 중 55.3%와 22.4%를 차지하였으나, 축별 검정에서는 제1축만 유의하였다(F=6.185, p=0.001)(Table 6).
Kendall 순위상관 분석 결과(Table 7), 제1축은 해발고도(τ=0.644, p<0.001), TPI(τ=0.616, p<0.001), 경사도(τ=0.387, p<0.001)와 유의한 양의 상관을 보여, 계곡부에서 능선부까지의 지형변화를 반영하였다. 계곡부 전석지에 분포하는 군락 Ⅲ은 제1축의 음의 방향에, 상대적으로 고도가 높고 능선부에 위치하는 군락 Ⅳ와 Ⅴ는 양의 방향에 배열되어 TWINSPAN에 의해 구분된 군락의 입지 특성과 대체로 일치하였다(Figure 3).
지형변수별 검정 결과, 해발고도는 유의한 설명력을 보였으나(F=1.742, p=0.041) 앞서 제1축과 유의한 상관을 보였던 경사도(p=0.266)와 TPI(p=0.175)는 유의하지 않았는데, 이는 해발고도가 설명하는 몫을 제외하면 두 변수가 추가로 설명하는 부분이 크지 않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보조변수 중 단위면적당 개체수는 제1축과 유의한 양의 상관을 보였다(τ=0.462, p<0.001; r2=0.436, p=0.001). 반면 교목층 평균 수고(r2=0.031, p=0.574), 평균 흉고직경(r2=0.029, p=0.580), 출현 종수(r2=0.105, p=0.143)는 서열축과 유의한 관계를 보이지 않았으며, 종다양도(r2=0.149, p=0.053)는 계곡부 방향으로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으나 유의수준에 이르지는 못하였다. 이는 계곡에서 능선으로 갈수록 단위면적당 개체수가 증가하는 반면, 개체 크기는 지형변화와 뚜렷한 관계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2축은 northness가 증가하고 경사도가 감소하는 방향과 관련되었으나, 축 자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F=2.500, p=0.134). 다만 변수별 검정에서 northness는 5개 지형변수 중 고유 설명력이 가장 컸으며 통계적으로도 유의하여(F=2.162, p=0.014), 다른 지형변수로 설명되지 않는 사면방위의 관련성이 확인되었다. 실제로 북향인 군락 Ⅳ에는 신갈나무와 당단풍나무가, 남향인 군락 Ⅴ에는 내건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굴참나무가 우점하여 방위에 따른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북향 조사구가 유역의 일부 구역에 집중되어 있어, 본 연구에서 사면방위는 독립적인 요인이라기보다 다른 입지 조건과 결합되어 식생 분포에 관여한 것으로 판단된다.
TWI는 변수별 검정에서 유의하지 않아(F=0.622, p=0.920), 다른 지형변수를 고려한 뒤에는 종조성을 설명하는 고유한 몫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DEM 기반 TWI가 조사구 단위에서 실제 수분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Table 7).
3. 종합고찰
본 연구 대상지는 아까시나무 군락(Ⅰ), 아까시나무–층층나무 군락(Ⅱ), 까치박달–고로쇠나무 군락(Ⅲ), 신갈나무 군락(Ⅳ) 및 굴참나무–신갈나무 군락(Ⅴ)의 5개 군락으로 구분되었으며, 군락 간 종조성 차이는 유의하였다(A=0.376, p<0.001). 이 차이는 계곡부 군락 상호 간(A=0.101~0.277)보다 계곡부와 능선 및 사면상부 군락 사이(A=0.293~0.449)에서 뚜렷하였고, 유사도지수 역시 계곡부와 능선부 군락 사이에서 가장 낮았다(47.62~62.79%). 지형변수를 이용한 CCA에서도 제1축이 해발고도, TPI 및 경사도와 양의 상관을 보이고 군락Ⅲ은 음의 방향에, 군락Ⅳ와 Ⅴ는 양의 방향에 배열되었다.
군락 Ⅰ과 Ⅱ는 과거 아까시나무와 복자기가 식재된 지역으로 계곡과 사면이 만나는 전이지대에 분포한다. 군락Ⅰ은 아까시나무가 단일 우점하여(I.V.=74.00%) 균재도가 5개 군락 중 가장 낮았고(J′=0.7541), 관목층에는 산딸기 등 천이 초기 수종이 우세하였다. 이는 아까시나무의 고사와 도복에 따라 교목층이 개방되면서 임상의 광량이 증가한 결과로 볼 수 있다(Muscolo et al., 2014; Park and Kang, 2015). 반면 군락Ⅱ에서는 아까시나무의 우점도가 38.36%로 낮아지고 층층나무와 고로쇠나무가 교목층에 진입하였다. 군락Ⅱ의 종다양도가 전체에서 가장 높았던 것(H′=1.4303)은 군락의 안정성보다는 조림수종과 계곡성 자연림 수종이 함께 존재하는 전이 단계의 특성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특히 습윤한 입지를 선호하는 고로쇠나무(Park and Choi, 2003; Hwang and Yun, 2007; Cha and Oh, 2021)가 하층에서도 지속적으로 확인되는 반면 층층나무는 후계층 형성이 미흡하여, 조림수종 쇠퇴 이후에는 고로쇠나무를 중심으로 한 변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군락 Ⅲ은 계곡부 전석지에 분포하며 교목층에서 까치박달과 고로쇠나무가 함께 우점하고 관목층에는 고광나무, 고추나무, 물참대 등 호습성 수종이 출현하였다. 전석지에 형성되는 다양한 미소서식처의 환경차이는 제한된 공간에서도 다양한 종들의 공존을 가능하게 한다(Tubay et al., 2015). 실제로 군락 Ⅲ은 균재도가 가장 높고 우점도가 가장 낮으며, 여러 수종에서 골고루 대경목이 분포한다는 점에서 다른 군락과 구조적으로 구별되었다.
또한 군락 Ⅲ의 교목층 밀도는 다른 군락과 유사한 반면 아교목층(10~35개체)과 관목층(22~80개체)의 밀도는 전체 군락 중 가장 낮았다. 이는 CCA에서 단위면적당 개체수가 제1축과 유의한 양의 상관을 보인 것과 연결된다(τ=0.462). 계곡부 전석지의 낮은 하층 밀도는 암석피복으로 인해 하층 개체가 정착할 수 있는 토양 미소입지가 제한되고, 상층 수관의 울폐로 임상 광환경이 제한된 입지 특성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토심과 정착 기질은 목본 치수의 발아와 후계목 진입을 좌우하는 주요 미소입지 요인이며(Dovčiak et al., 2003; Gray and Spies, 1997), 국내 산림에서도 수관 개방에 따른 임상 광량 증가는 하층식생의 종풍부도와 생물량 증가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고되었다(Son et al., 2004). 교목층 고로쇠나무는 후계층 형성이 원활하지 않은 반면 까치박달은 소경목 비율이 높은 역J자형에 가까운 직경급 구조를 보여, 향후 까치박달의 비중이 증가할 가능성을 시사한다(Harcombe and Marks, 1978).
이러한 계곡부 낙엽활엽수의 우세와 높은 종다양도 경향은 식장산(Hwang and Yun, 2007), 계룡산과 지리산(Lee and Song, 2000; Park and Choi, 2003), 용문산 상원사계곡(Kim et al., 2012), 면봉산 일대(Park et al., 2016) 등 국내 계곡 식생 선행연구와도 부합한다. 특히 면봉산에서는 해발고도가 높고 경사가 급할수록 종풍부도가 감소하는 경향이 보고되어, 본 연구에서 계곡부 군락 Ⅲ이 능선·사면부 군락(Ⅳ, Ⅴ)보다 높은 종다양도와 균재도를 보인 결과와 일치한다.
능선과 사면상부에서는 군락 Ⅳ는 신갈나무가, 군락 Ⅴ는 굴참나무와 신갈나무가 우점하여 계곡부 군락과 뚜렷이 구별되었다. 단위면적당 개체수가 제1축의 양의 방향으로 증가하는 결과는 건조하고 일사량이 풍부한 능선부에서 내건성 관목이 조밀하게 발달하여 전 층위에서 높은 밀도를 보인다는 기존 보고와 일치한다(Hwang and Yun, 2007; Kim and Um, 2009). 군락Ⅳ는 이를 대체할 만한 경쟁 교목종이 없고 하층이 내음성 수종으로 구성되어 있어, 교란이 없는 신갈나무 우점 상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Yun et al., 2011; Ha et al., 2025).
본 연구에서 5개 지형변수의 설명력은 25.88%로, 나머지 부분은 토양 특성, 광환경, 미기후 및 미지형 특성, 과거 조림 및 교란 이력 등이 복합적으로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 TWI는 변수별 검정에서 유의하지 않았는데(F=0.622, p=0.920), 이를 수분조건이 식생 분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TWI는 지형에 따른 수분 집적 가능성을 나타내는 상대적 지수로, 토심, 암석노출도 및 토양의 투수성과 같은 국지적 특성을 직접 반영하지 않는다(Buchanan et al., 2014). 특히 본 연구대상지처럼 전석이 발달한 계곡부에서는 지표면으로 유입된 물이 암석 사이로 빠르게 빠져나가 집수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서도 토양수분은 낮을 수 있다. 이처럼 급경사 산림의 실제 토양수분은 지형적 집수 가능성뿐만 아니라 토심, 토성 및 투수성에 따른 토양의 수분보유능력에 크게 좌우된다(Jarecke et al., 2021).
본 연구는 경기북부 접경지역의 단일 소유역에서 계곡부부터 능선부까지 나타나는 식생 특성과 지형특성을 정량적으로 확인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특히 까치박달–고로쇠나무 군락은 호습성 수종으로 구성되고 특정 수종에 편중되지 않은 종조성과 여러 수종에 걸친 대경목 분포를 보여, 주변 지형과 구별되는 계곡림의 특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계곡림은 좁은 면적에 여러 군락이 밀집하여 분포하는 특성이 있어(Hwang and Yun, 2007) 계곡림 관리 시 곡저의 지형적 위치, 전석지 분포, 임분구조 및 실제 토양 및 수문환경을 함께 고려하여 보전범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